2025 Pre-Fall Women Beauty Trend
Editor’s note
글로벌 교육 전략과 메이크업 룩을 담당하다 보면, 늘 드는 고민이 있다.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현지화 할 수 있을까?’ 글로벌 담당자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1년 조금 넘게 태국에 헤라를 런칭하고 유지하는 일을 하며 크게 느끼는 뿌듯함은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고객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때다. 서울뷰티 메이크업 스타일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따라 하고 공유하고 싶어할 때, 그 순간이 모든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늘 의심하기도 한다. ‘혹시 고객들이 원하는 다른 니즈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플랜B를 세우고 필요한 경우 방향을 급선회한다.
바로 이럴 때,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기 위해 글로벌 트렌드 습득이 필요하다.
눈 앞에 직면한 글로벌 도약을 위해 이번 25 Pre-fall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Women Beauty Trend
2025 Pre-Fall
1. 얼굴 분위기를 결정짓는 누드 립
Ermanno Scervino, Milan
Elie Saab, Paris
Giambattista Valli, Paris
첫번째로 이번 시즌 립 메이크업에서 눈에 띈 흐름 중 하나는 모델들의 입술을 차분하게 감싸안은 ‘누드 립’이다. 과거에는 누드 립이 피부와 입술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지우는 색’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달랐다. 베이지, 로즈, 카푸치노, 토프 등 각 피부 톤의 미묘한 결을 읽어내, ‘보이지 않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파리 무대에서는 세미 매트 텍스처 위에 입술의 볼륨감을 그대로 살리며 음영을 더했고 밀라노에서는 립라인을 연필처럼 또렷하게 잡고 안쪽을 톤다운 컬러로 채워 입체감을 강조했다. 브랜드와 도시마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누드 립은 더 이상 단순히 베이스컬러가 아니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
이번 시즌의 누드 립이 특별한 이유는 피부와의 조화에서도 나타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피부가 곧 캔버스’라는 공식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과장된 하이라이터 대신, 투명한 파운데이션 레이어링으로 결을 살리고, 그 위에 스킨 톤에 맞춘 누드 립을 더해, 노메이크업 같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룩을 완성했다. 각자의 퍼스널 톤과 피부 온도를 반영한 전문성이 담긴 선택이었다.
이번 트렌드를 따라 하고 싶다면, 헤라의 센슈얼 파우더 매트 리퀴드 #핑크헤이즈, #데어베어를 추천한다. 누드 베이지 톤에 핑크나 레드를 한 방울씩 더한 컬러로 더욱 감각적인 뉴트럴 소프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시즌 누드 립의 포인트는 미니멀 컬러 선택을 통해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직접 촬영
주독일한국문화원 K뷰티 클래스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모습
2. 깊이가 더해진 레드 립
Roberto Cavalli, Milan
Maria McManus, NY
Isabel Marant, Paris
레드 립은 언제나 런웨이에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레드는 흔히 말하는 시그니처 레드라기보다는 깊이가 더해진 중채도의 컬러였다. 지난 몇 해 동안 리얼웨이 뷰티 씬은 입술선을 퍼뜨린 번진 레드나 스머지 립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이번 무대 위 모델들의 입술은 다시금 또렷해졌다. 립 브러시나 펜슬로 라인을 정교하게 잡고, 입술 가장자리까지 색을 밀착시킨 뒤 매트 혹은 세미 매트 텍스처로 마무리했다.
뉴욕에서는 이 레드 립이 미니멀한 베이스와 만나 얼굴의 중심을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불필요한 하이라이터나 장식적인 블러셔는 배제되었고, 오직 입술만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밀라노와 파리에서는 컬러의 변주가 더 다채로웠다. 포도 품종 피노 누아와 같은 딥 레드부터 브릭 레드, 클래식 체리까지, 각 의상의 무드에 맞춰 선명한 라인이 얼굴을 구조화했다.
개인적으로 레드 립을 떠올리면 LA 다운타운에서의 첫 출근날이 생각난다. 회사는 패션 거리 중심부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스키드로우라 불리는 노숙인 집성촌이 붙어 있었다. 모두가 자동차로 출근하던 서부에서 나는 호기롭게 버스를 타기로 했고, 그때 직원이 “버스를 탈 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사람들을 보면 된다”고 조언해주었다. 순간 ‘그런 사람들을 조심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곧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내 뷰티 관점의 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한국에서는 풀 레드 립이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지지만, 그곳 사람들은 진한 레드 립을 예쁘다고 생각하며 자신 있게 바른다. 미의 기준은 국가마다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나라를 경험하며 나의 기준이 곧 정답이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한다. 그것이 글로벌 무대에서 뷰티를 다루는 사람의 태도라고 믿는다.
3. 나를 표현하고 싶은 컬러는?
Ermanno Scervino, Milan
Coperni, Paris
Gucci, Milan
이번 시즌 화보에서 메이크업 못지않게 눈길을 끈 요소가 있었다. 바로 색안경이다. 평범한 블랙 틴트 선글라스 대신, 로즈 브라운, 오렌지, 올리브 같은 다양한 컬러 렌즈가 제안되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시선을 가리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패션과 뷰티의 경계를 이어주는 장치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의상 컬러와 렌즈 톤을 동일하게 매치한 디테일은 메이크업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다. 이번 시즌 메이크업을 담당한 한 아티스트는 “이번 룩에서 색안경은 메이크업 팔레트의 연장선이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눈가에는 섀도우 대신 투명 렌즈 컬러가 얹히고, 입술엔 생기만 더한 옅은 립이 남아 개성과 감각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밀라노에선 소프트 브라운이나 올리브 그린 렌즈로 스타일링해 마치 70년대 디스코 시절을 소환하듯 복고적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때 피부 표현은 일부러 광택을 제거하고 보송하게 마무리했는데, 이는 강렬한 렌즈 컬러와 메이크업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게 하는 장치였다. 덕분에 색안경이 가진 독창적인 무드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색안경이 단순히 ‘보이는 방식’을 넘어 ‘보는 방식’까지도 은유했다는 것이다. 안경을 쓰면 렌즈 색깔만큼 세상이 물들어 보이는 것처럼, 이번 시즌 색안경은 자신이 어떤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또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싶은지를 드러낸다고 해석된다. 결국 색안경은 단순한 아이웨어를 넘어 자신을 연출하고 정의하는 도구로 확장된 셈이다.
4. 더 정교해진 글로우 피부
Filippa K, Copenhagen
Brandon Maxwell, NY
Baum Und Pferdgarten, Copenhagen
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을 빼앗긴 순간이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어떤 여성의 피부가 은은히 빛나 고개를 돌려 다시 보게 되었다. 이번 시즌의 글로우 페이스는 바로 그런 느낌이다.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하이라이터 연출법과는 달리, 피부 속 수분이 은근히 배어 나온 듯한 자연스러운 생명력이 느껴진다.
화보 속 피부는 투명하게 레이어링된 파운데이션 덕분에 본연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매끈한 광이라기보다는, 미세한 빛이 표면을 따라 번지는 듯한 질감이다. 입술 또한 누드와 로즈 톤에 글로시한 마무리가 더해져 꾸민 얼굴이라기보다는 충분히 쉬고 난 후의 건강한 얼굴을 연상시킨다.
뉴욕 컬렉션에서는 윤기 있는 피부와 립 글로스가 만나 메이크업과 스킨케어의 경계가 흐려졌다. ‘안한 듯하지만 사실은 치밀한 레이어링’이 숨어 있었고, 그 완성도를 좌우한 것은 베이스였다. 같은 파운데이션을 쓰더라도 피부 컨디션과 베이스 선택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흐름 속에서 10월, 헤라는 새로운 베이스 라인 2종을 선보인다. 매트한 울 소재나 가죽 재킷과 같은 차가운 질감 위에 피부의 수분감을 대비시켜 긴장감을 만들고 싶다면 이번 시즌 새롭게 출시되는 베이스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5. 베이비 핑크의 변화
Veronica Beard, NY
Valentino, Paris
Rochas, Paris
베이비 핑크는 전통적으로 순수함과 소녀다움의 상징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뉴욕과 파리 무대에서 이 색상은 피부 위에 파우더리하게 얹히며, 블러셔는 광택을 덜어내고 매트하게 마무리되었다. 빛을 반사하기보다는 흡수하는 질감 덕분에 얼굴은 사랑스러움을 넘어, 단정하고 고요한 힘을 담아냈다.
피부 표현 또한 글로우에서 한 걸음 물러난 실키한 결로 나타났다. 윤광을 최소화한 파운데이션 위에 파우더를 얇게 눌러 피부의 결을 드러냈고, 그 위에 올린 매트 블러셔는 남겨진 치크 포인트를 절제된 방식으로 강조했다. 이는 과잉된 화려함보다 차분한 깊이를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패션과의 연출도 흥미롭다. 뉴욕과 파리에서 선보인 모노톤 울 코트와 구조적인 가죽 코트 위에 매트한 베이비 핑크 립과 블러셔는 차가운 질감 속에 은근한 체온을 불어넣는 장치처럼 작동했다. 이번 룩에서 베이비 핑크는 단순히 귀여움의 색이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절제감을 부여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무리하며 해외 출장 중 기분 좋아지는 포인트 하나를 말하고 싶다.
바로 한국 브랜드를 마주할 때가 그렇다. 자동차는 바로 보이기 때문에 현대, 기아로 판단하고 핸드폰은 현지인의 손 안에서 삼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리 회사 브랜드가 많이 보이면 그렇게 뿌듯하다. 심지어 ‘이 나라 참 좋네’하며 국가 선호도까지 바뀐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을 땐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한다.
글로벌 고객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이 곧 한국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국력이 개인의 일상, 자유, 즐거움에 직결되고 그것은 다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이 원동력이야 말로 반복되는 월요일을 견디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글
차민경 헤라 BX팀
본 자료에 활용된 메이크업 트렌드 키워드는 헤라 BX팀(Hera Div.)에서 다수의 디자이너 컬렉션의 메이크업을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참고자료
spotlight.launchmetr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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