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번 ‘26 Women S/S 컬렉션에는 메이크업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헤어 등 다양한 시도가 함께 돋보이는 특징이 있다.
가끔 “저 사람 참 독특하게 메이크업했다”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늘 나의 모습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본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메타인지 스타일링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모습대로 나는 꾸며져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자기 객관화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나의 정체성보다는 그루밍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뷰티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꾸미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직업적 환경 때문에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하루 전날부터 옷과 메이크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는 사람들이 늘 존경스럽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만 실행 가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퇴근 후, 회사 근처 추어탕 집에 갔다. 아주 빨간 립스틱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한 사장님이 카운터를 보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 정도로 화려한 꾸밈이 해장국집과 잘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제를 하고 나가려는 순간, 내 입에서 “사장님, 립스틱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자연스럽게 내 속마음이 밖으로 표현된 것이다.
그분에게서 립스틱을 고른 수고가 느껴졌고, 단순히 제품을 바른 것이 아니라, 아마도 가게 운영의 고단함을 빨간색 립스틱으로 이겨내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매장 근무 경험이 있어, 하루 종일 서 있고 응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해외 출장길에도, 잠시 복도에서 만난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걸었다. “스튜어디스분들은 항상 친절하시고, 용모도 너무 멋지세요.” 평소에는 부정적인 피드백도 혼자 삼키지만, 자신을 잘 꾸민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칭찬이 나온다. 그 말을 들은 직원분은 고맙다며 작은 과자를 하나 챙겨주었다.
우리는 흔히 트렌드를 공부하며 그걸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름다움의 기본은 그 사람이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고 탐구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정의한 ‘자기다움’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6 S/S 스트리트 트렌드는 자신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개개인의 고민과 선택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Women Beauty Trend
2026 Spring / Summer
1. 실버 안경 스타일링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이번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다. 반다나(머리나 목에 두르는 두건), 땋은 머리, 볼드 이어링 등이 두드러졌지만, 그중에서도 실버 안경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차가운 겨울과 더 잘 어울릴 법한 실버 프레임이지만, S/S 무드와 묘하게 어긋나는 이질감이 오히려 멋스럽게 느껴졌다. 실버 안경은 이지적이고 도도한 인상을 만들어주며, 착용만으로도 단번에 강단 있는 커리어 우먼 이미지로 변신시킨다.
안경은 얼굴 위에 얹히는 액세서리인 만큼 전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동그란 안경테에 큐빅을 템플(안경 다리) 쪽에 더해 주얼리 안경으로 재해석하거나, 실버 톤의 티타늄 소재를 사각지대에 배치해 미학적 연출법으로 확장하는 등 시각적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헤라 디비전 내 디스커버리 데이 때 성수에 위치한 젠틀몬스터 신사옥 ‘아이아이컴바인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1층에 위치한 움직이는 강아지 조형물
탬버린즈 퍼퓸 리미티드 ‘퍼피’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실험적이고 비주얼 아티스틱 한 무드는 ‘퓨처 리테일’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해, 그 규모와 창의성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메이크업에서 글리터를 사용해 선, 점, 면을 구성하듯, 얼굴 위에 올려지는 화려한 주얼리는 패션 감각까지 확장해 주는 하나의 가교 역할을 해주었다.
젠틀몬스터의 실험적 럭셔리 전략은 공간 디자인, 브랜드 캠페인, 비주얼 아트 전반에서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20개 이상의 거울이 설치된 공간은 평소 셀카를 자주 찍지 않는 나조차 카메라를 들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 압도적인 스케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회색빛의 사이버틱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카메라로 향했던 것이다. 브랜드가 의도한 ‘고객의 자발적 바이럴’이 성공한 것이다.

젠틀몬스터에서 찍은 내 모습
글로벌 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직원들의 캠페인 응대 방식과 매뉴얼 숙지 여부, 그리고 친절도도 함께 살펴보게 되었다. 한 직원에게 공간 콘셉트에 대해 문의하자 더 자세한 설명이 있는 브로셔를 직접 가져다주었고, 또 다른 직원은 2층 입구 앞에서 외국인 고객들에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목례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내부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 돌아온 스키니 브로우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3년 전 ’23 S/S 런웨이에서는 눈썹을 탈색해 흐릿하게 만드는 블리치 브로우가 트렌드였다. 눈썹이 주는 인상 자체를 지워버리겠다는 의도였지만, 이번 시즌은 그와 반대로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얇은 아치형 브로우가 주목받고 있다. 얇고 정교한 브로우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트렌드다. 90년대의 펑키한 레트로 감성과 20년대 클라라보우의 얇은 눈썹에서 비롯된 클래식한 무드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즉, 눈썹의 굵기와 길이만으로도 정제된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완성할 수 있다.
풍성한 브로우가 자연스럽고 동안의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면, 스키니 브로우는 얼굴선을 더 날카롭고 개성 있게 정리해 준다. 눈썹 탈색이나 제모처럼 작은 변화로도 첫인상을 강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눈썹은 작지만 영향력이 큰 메이크업 포인트다.
스키니 브로우는 얼굴형과 골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정교한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다. 헤어 컬러와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라이트 브라운, 다크 애쉬 브라운, 블랙 그레이 등의 색상 매칭도 필수적이다. 모양은 얇아졌지만, 컬러는 반대로 더 선명해졌다. 자를 댄 듯 날렵하지만 부자연스럽지 않은 결 표현으로, 얇은 선의 미묘한 완성도가 룩 전체 이미지를 좌우한다.

Street Fashion, Paris
스키니 브로우는 스트릿 화보나 런웨이에서 과감한 메이크업 스타일로 부각되지만, 일상에서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럴 땐 기존 눈썹 모양보다 20~30%만 줄여 그려보는 방식을 추천한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바로 포기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비율을 찾아가는 과정이 메이크업의 영역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다.
3. 스틱 블러셔
Street Fashion, NY
Street Fashion, NY
Street Fashion, NY
스틱 블러셔는 동일한 색상이라도 인종마다 다르게 발색되는 특징이 있다. 25년도에 콧잔등까지 타고 흐르던 블러셔 트렌드와 달리, 26년에는 광대 윗부분에서 대각선으로 흐르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컬러 역시 레드 톤이 더해져 한층 건강한 얼굴빛을 연출한다.
같은 블러셔를 사용해도 피부색에 따라 달라지는 발색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 교육자로서 다인종 피부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연구하게 되는 요인이다.
현장에서 근무할 때면 서울뷰티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자주 만난다. 메이크업 서비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객에서 친구가 된 경우도 많다. 롯데 본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비슷한 또래의 인도네시아 고객이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고, 그 인연으로 내가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 그 친구가 공항 픽업도 해주고 가족을 소개해 준 경험도 있다. 일본 헤라 매장에서는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를 맺고, 그분이 한국에 여행을 왔을 때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태국 이벤트에서는 두바이 고객이 “꼭 두바이에 오라”고 연락처를 건네기도 했다.
몇 시간밖에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친구가 되고 싶어진다는 것은 한국인을 신뢰하고 서울뷰티에도 만족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는 평소엔 집순이지만, 해외에서 친구가 온다고 하면 바로 약속을 잡는다. 그만큼 한국을 소개하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문화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Street Fashion, NY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어 하고, 한국인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이 마음들. 그 모든 것이 결국 한국 브랜드 파워를 글로벌 고객들이 체감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력은 개인의 일상 속 자유와 즐거움과도 연결된다고 믿는다. 나에게 그런 일상은 한국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업무에 지칠 때면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힘이 되기도 한다. (진짜다)
이념과 이데올로기로 복잡한 세계정세 가운데, 그 속에서 서울뷰티가 글로벌 고객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그들의 일상에 한국 화장품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문화적 가교 역할을 더욱 아름답게 완성해 주는 제품으로, 헤라의 홀리데이 한정판 브러쉬 스틱 #333 피버를 추천하고 싶다. 건강한 혈색과 자연스러운 생기를 한 번에 더해주는 컬러로,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의 감성과 아름다움을 부드럽게 전달해 줄 것이다.
4. 클래식 로우번
Street Fashion, NY
Street Fashion, NY
Street Fashion, Paris
이번 스트릿 헤어 스타일링에서는 너무 완벽하게 다듬기보다 의도적으로 빗질 자국을 남겨준 로우번이 주로 선보였다. 로우번 스타일은 복잡한 디테일 없이 헤어의 실루엣만으로 전체 분위기를 간결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에, S/S 시즌의 다양한 색감이나 액세서리와 함께 연출하기 좋다. S/S 26 패션위크에서도 옷의 조형적 라인과 굵기가 다른 타탄 체크(선의 굵기가 서로 다른 바둑판 무늬) 패턴이 많이 등장하면서, 얼굴과 넥 라인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로우번 스타일이 함께 믹스앤매치되었다.
정제되고 균형 잡힌 낮은 번 스타일은 얼굴선을 부드럽고 성숙하게 보이게 하며, 메이크업의 디테일이 강조되는 스타일링법이기도 하다. 피부결, 블러셔와 하이라이터의 경계, 아이 메이크업의 형태까지 작은 디테일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메이크업의 양 조절과 경계 처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검은 머리에 화이트 진주나 컬러풀한 헤어 액세서리를 더하면 데일리 룩에서도 우아함과 개성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다.
5. 소프트 페일 립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NY
Street Fashion, Paris
26년 메이크업 트렌드에서 누드 립은 ‘자연스러움’을 넘어 피부 본연의 빛을 살린 소프트 매트 립으로 진화했다. 각 도시의 패셔니스타들은 자신의 베이스 컬러에 꼭 맞춘 맞춤형 누드 립으로 개성을 드러냈다.
피부 표현 역시 완벽하게 커버하는 대신, 본연의 광채가 은은히 살아 있는 소프트 매트 질감이 주를 이뤘다. 부드러운 뉴트럴 톤은 너무 페일하지 않은 살짝 톤 다운된 컬러들이 중심이 되었고, 그 안에 핑크 누드 톤이 더해지며 한층 온화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자연스러운 혈색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 메이크업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블러셔는 생략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대신 누드 메이크업 특유의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텍스처의 립스틱을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26년 뷰티 트렌드의 키워드 중 하나로 감각을 움직이는 ‘Sensescaping’이 화두다. 이는 립 제품을 바르는 순간의 촉감과 질감이 부드러운 인상을 완성시켜줄 뿐 아니라, 메이크업 과정 자체가 감각적 경험이 되도록 해준다.
요약하자면, 26년의 누드 메이크업은 자신의 피부 톤에 꼭 맞춘 자연스러운 베이스, 은은한 혈색, 그리고 피부 본연의 건강함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글
차민경 헤라 BX팀
본 자료에 활용된 메이크업 트렌드 키워드는 헤라 BX팀 (Hera Div.)에서 다수의 디자이너 컬렉션의 메이크업을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참고자료
spotlight.launchmetr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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