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야구장이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일까요?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Amorepacific:log
2026.10.15
28 LIKE
229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95%84%eb%aa%a8%eb%a0%88%ed%8d%bc%ec%8b%9c%ed%94%bd-%ed%94%84%eb%a1%9c%ec%95%bc%ea%b5%ac-%ec%b2%9c%eb%a7%8c-%ea%b4%80%ec%a4%91-%ec%8b%9c%eb%8c%80-%ec%95%bc%ea%b5%ac%ec%9e%a5%ec%9d%b4-%eb%aa%a8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야구장이 모두에게 즐거운 공간일까요?

일상에서 만나는 DEI 인사이트 #4

 

글

도지원 CSR팀

 

Editor's Note


저는 평소 무엇에든 물음표를 붙이는 편입니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광고 문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덕분에 주변에서는 생각이 많다는 말을 듣지만, 이런 저의 호기심이 저는 꽤 재미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렇게 일상 곳곳에서 발견한 작은 물음표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말과 표현,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와 사회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며 익숙한 기준을 한 번쯤 뒤집어 보겠습니다. 너무 어렵거나 무겁지 않게, 읽고 나면 주변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INTRO

 

‘잘 즐긴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입니다. 이제 야구장은 경기를 보러 가는 곳을 넘어 함께 응원하고 먹고 즐기며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야구장을 찾게 된 만큼, 경기를 경험하는 방식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겁니다. 관객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 관객을 맞이하는 방식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을까요? 오늘은 야구장의 감각 안정 공간부터 공연장의 터치투어, 미술관의 ‘모든 가방’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화와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공간과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야구장의 함성 소리를 잠시 피할 수 있다면

 

야구장에서 응원가와 함성 소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홈런이 터질 때 울리는 음악, 빠르게 움직이는 전광판과 조명, 수만 명의 관중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모두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죠. 하지만 열정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모든 관객이 같은 정도의 자극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해외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관객이 경기 관람을 포기하지 않고도 잠시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감각 안정 공간(Sensory Room)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미국의 캔자스시티를 연고로 둔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에는 두 곳의 감각 안정 공간과 여덟 곳의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객은 필요할 때 소음 차단 헤드폰과 피젯 도구(fidget toy,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긴장을 풀고 집중력을 돕는 장난감), 무게가 있는 랩 패드(lap pad), 언어 신호 카드 등이 담긴 감각 가방을 빌릴 수 있습니다.

 

2025년에는 미네소타 트윈스(미국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을 연고로 둔 프로야구단)가 스프링캠프 구장인 리헬스 스포츠 콤플렉스에 신경다양성 관객을 위한 감각 안정 공간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정규 시즌 홈구장인 타깃필드에도 감각 안정 공간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자극을 조절할 수 있는 별도의 야외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이 있으면 관객은 경기 도중 잠시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오거나, 헤드폰을 착용한 채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죠. ‘야구를 제대로 즐기려면 이 정도 소음은 견뎌야 한다’는 하나의 관람 방식 대신, 각자의 감각에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관객이 무대 디자인을 손으로 확인할 수 있게 연극 ‘20세기 블루스’의 실제 무대를 축소한 모형> 출처: 두산아트센터

 

 

무대는 꼭 눈으로만 봐야 할까요?

 

야구장의 감각 안정 공간이 ‘어디에서 관람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를 넓힌다면, 공연장의 접근성 서비스는 ‘어떤 감각으로 관람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본다’고 표현해 온 공연은 정말 눈으로만 경험하는 예술일까요?

 

연극을 관람할 때 우리는 대사뿐 아니라 무대의 구조와 배우의 움직임, 조명, 의상과 소품 등 다양한 시각 정보를 함께 받아들입니다.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무대 위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공연의 주요 정보가 시각에만 의존할수록 시각장애인 관객이 접할 수 있는 정보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두산아트센터는 일부 공연에서 시각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터치투어는 공연에 앞서 관객이 무대 모형이나 세트, 소품, 의상 등을 직접 만져보며 작품의 공간과 장면을 미리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성 프로그램입니다. 공연에 따라 실제 무대를 둘러보거나 별도로 제작한 무대 모형과 소품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작품의 특성에 따라 사전 음성 소개, 한글 자막 해설, 수어 통역, 안내 보행 등 다양한 접근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공연을 당연하듯 ‘본다’고 표현해왔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경험하는 방식이 꼭 하나의 감각에만 머물 필요는 없습니다. 터치투어는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관람’의 의미를 넓히고, 서로 다른 감각으로도 같은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모든 가방 이미지>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감각 가방’에서 모두를 위한 관람 도구로

 

서울시립미술관은 2025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여자가 함께 미술관을 둘러보며 관람 과정에서 마주하는 불편과 필요한 지원을 찾아가는 인클루시브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뿐 아니라 전시장에서 길을 찾고, 작품을 이해하며,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까지 관람 경험 전반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참여자들이 일곱 차례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모든 가방(Modeun Gabang)’입니다. 가방에는 전시 공간의 감각적 특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감각 지도, 작품의 이해를 돕는 쉬운 글 해설, 말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울 때 활용할 수 있는 소통 카드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 밖에도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헤드셋과 손으로 만지며 긴장을 완화하거나 집중을 도울 수 있는 피젯 키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구성품은 관람객의 필요에 따라 하나씩 선택하거나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모든 가방’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실제 관람객을 불편을 경험하는 당사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해결책을 함께 만드는 설계 과정의 참여자로 초대했다는 점입니다. 관람객의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필요한 도구를 함께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이용자를 지원의 대상이 아닌 함께 답을 만드는 주체로 바라본 공동설계(Co-design)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5년 9월 이 가방을 상설 대여 관람 도구로 정식 도입했습니다. 이 밖에도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와 영유아 등 다양한 관람객이 보다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OUTRO

 

관객의 수만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질 수 있도록
프로야구를 찾는 관중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야구장을 찾는 사람의 모습과 필요도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제 관객 수의 확대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확대도 이야기해야 할 때입니다.

 

다음에 야구장이나 공연장, 미술관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찾게 된다면, 잠시 주변을 살펴보세요. 이곳에는 얼마나 다양한 ‘즐기는 방법’이 준비되어 있나요?

 

 

 

프로필 사진
프로필 사진

도지원

 

아모레퍼시픽 CSR팀
 
CSR·DEI 담당 메일
  •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 모두를 위한 포용적 경험을 고민하며, 글로벌 사례와 현장의 실무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