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DEI 인사이트 #2
글
도지원 CSR팀
Editor's Note
저는 평소 무엇에든 물음표를 붙이는 편입니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광고 문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덕분에 주변에서는 생각이 많다는 말을 듣지만, 이런 저의 호기심이 저는 꽤 재미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렇게 일상 곳곳에서 발견한 작은 물음표들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말과 표현,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와 사회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며 익숙한 기준을 한 번쯤 뒤집어 보겠습니다. 너무 어렵거나 무겁지 않게, 읽고 나면 주변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INTRO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살이 빠져 보기 좋아졌다거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로 반가움을 전합니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관심과 호감이 담긴 칭찬입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게도 같은 의미로 닿을까요?
체중이 줄어든 이유를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젊어 보인다는 칭찬에서 나이 듦은 좋지 않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고요. 좋은 뜻으로 건넨 말도 누군가에게는 관심보다 외모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말에도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습니다. 칭찬으로 보냈지만 상대에게는 평가로 도착할 때도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제부터 모든 말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칭찬을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만큼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경험도 한 번 살펴보면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상대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질문하는 방법, 당사자가 사용하는 표현을 존중하는 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정확하게 쓰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마음속 자동완성이 편견이 될 때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의 특징을 살펴봅니다. 나이와 성별, 외모와 직업을 통해 상대를 설명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격이나 취향, 능력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소개팅을 앞두고 사진 한 장만 보고 말수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장을 즐겨 입는 사람을 보며 성격이 보수적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식입니다. 아직 대화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속 자동완성은 이미 그 사람의 성격과 취미, 주말 계획까지 입력해둔 셈입니다. 물론 이런 예상은 가벼운 호기심이나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한 가지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미리 정하면, 상대가 가진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을 놓치기 쉽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밝고 적극적인 태도를 유독 대단하거나 예상 밖이라고 받아들이는 반응도 비슷합니다. 칭찬하려는 마음과 달리, 상대에게는 장애를 자신의 성격과 태도보다 먼저 바라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과 말이 모두 나쁜 의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를 이해하거나 칭찬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내가 전하고 싶었던 뜻과 상대가 실제로 받아들인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알게 됐다면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다음 대화에서 표현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포용적 커뮤니케이션은 내 마음속 자동완성이 너무 빠르게 작동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조금씩 바꿔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DEI에서 언어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누구를 자연스러운 기본값으로 두고 누구의 경험을 예외로 만드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성별이나 나이로 역할을 예상하면 참여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고, 어려운 안내문은 필요한 정보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포용적 언어는 이러한 장벽을 줄이고, 서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DEI의 실천 방법입니다.
포용적 언어를 만드는 세 가지 방법
그렇다면 어떤 말을 사용해야 포용적일까요?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정답표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말도 관계와 맥락, 듣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말을 건네거나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① 하나, 추측하기 전에 묻습니다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질문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답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연령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제품 취향을 예상하기보다 평소 선호하는 색상과 사용감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말수가 적은 구성원을 소극적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기 편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먼저 건네면 상대가 자신의 상황과 필요를 직접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중심도 말하는 사람의 판단에서 듣는 사람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갑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답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질문은 그 차이를 추측으로 채우지 않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② 둘, 당사자가 사용하는 표현을 존중합니다
전 세계의 기업과 기관은 포용적 언어를 개인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공식적인 작성 기준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8월 발간한 제4판 스타일 가이드에 포용적 언어를 별도 장으로 구성하고, 나이, 장애, 성별, 인종과 민족, 성적 지향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과 고정관념을 줄이는 원칙을 담았습니다.
예를 들어 성별이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fireman, manpower 대신 firefighter, workforce처럼 역할과 업무를 중심으로 표현하도록 권합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무조건 남성이나 여성으로 가정하지 않고, 성 중립 대명사를 사용하는 방법도 안내합니다. 인종이나 민족, 성적 지향과 같은 정보는 내용과 관련 있을 때만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언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당사자나 해당 공동체가 사용하는 명칭을 존중해야 하며,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확신하기 어렵다면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입니다.

<출처: Microsoft Writing Style Guide>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라이팅 스타일 가이드 내 접근성 용어(Accessibility terms) 부분을 보면 장애보다 사람 자체를 중심에 두는 표현을 권장합니다. 다만 장애를 자신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공동체도 있기 때문에, 한 가지 표현을 모두에게 적용하기보다 당사자가 선호하는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이러한 가이드는 특정 단어를 전부 금지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을 설명할 때 내용과 관계없는 성별이나 장애를 먼저 강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당사자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③ 셋,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정확하게 씁니다

<출처: AllPlay Learn>
포용적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을 어떻게 부를지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전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구글은 2026년 5월 업데이트한 개발자 문서 작성 가이드에서 성별이나 장애에 관한 고정관념을 피하고, 사례에 다양한 이름과 연령, 지역을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man-hours 대신 성별을 전제하지 않는 person-hours를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문장을 쉽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원칙도 강조합니다.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하는 관용어나 비유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제뜻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직 안에서 자주 쓰는 약어와 전문 용어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정보의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정보는 때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됩니다. 전문 용어나 내부 약어가 많을수록 특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만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안내문을 끝까지 읽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거나, 제품 설명을 보고도 기능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정보는 제공됐지만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은 셈입니다. 정보를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쓰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짧고 명확한 문장은 독자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고,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렇듯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언어는 형평성을 높이는 중요한 DEI 실천입니다.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OUTRO
좋자고 한 말이 왜 불편하게 들릴까요? 말에 담긴 마음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무엇이 좋은지를 말하는 사람이 먼저 정해버렸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말을 어렵게 생각하거나 칭찬을 멈출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를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한 순간 한 번 더 묻고, 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기다려보면 됩니다.
칭찬에도 정해진 사용설명서는 없습니다. 다만 자동완성처럼 상대의 마음까지 미리 입력하지 않는다는 기준은 기억해 볼 만합니다. 말에는 배송 조회 기능이 없지만 상대의 표정과 반응은 꽤 정확한 도착 알림이 됩니다.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면 다음부터는 문장을 조금 다르게 써보면 됩니다.
포용적 커뮤니케이션은 완벽한 표현을 외우거나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일이 아닙니다. 나의 기준으로 상대를 먼저 규정하지 않고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경험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대화에 반영하는 것. 거창해 보이지만 이것도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DEI입니다. 오늘부터 상대의 마음을 미리 자동완성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칭찬으로 보낸 말이 잘못 배송되지 않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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