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뒤의 본질, 26 S/S 오트쿠튀르 뷰티 트렌드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메이크업아티스트칼럼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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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뒤의 본질, 26 S/S 오트쿠튀르 뷰티 트렌드

26 S/S Haute Couture Beauty Trend

Editor’s note


요즘 나는 클래식 음악을 의식적으로 찾아 듣는다. 신나는 음악은 순간의 기분을 끌어올려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흩어진다. 반면 클래식은 다르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새로운 감정과 여운을 남기고, 전율과 깊은 감동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어릴 적 수능 문제를 풀며 익숙했던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찾는 일은, 다시 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전시를 볼 때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어떤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왜 하필 이 색을, 이 구성을 선택했을까?”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듣지 않으면 그림의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내막을 알아야 비로소 작품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예쁘다’ 혹은 ‘난해하다’라는 감상에 머문다면, 어쩌면 그 작품의 절반만 보고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서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님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행위만큼이나,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 역시 창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작품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순간,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그 경험을 보상처럼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은 다시 더 뛰어난 예술을 찾고 감상하도록 우리를 이끈다고 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작의 과정이 아니더라도, 한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는 일만으로도 뇌는 충분한 보상을 준다. 그렇다면 패션과 메이크업, 음악과 무대가 결합된 종합 예술인 패션쇼를 한 편 온전히 보고, 그 안에 담긴 의도와 서사를 이해해 가는 일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이번 이야기는 시작된다.

 

 

<26 S/S Haute Couture>

 

 

그런 의미로 Chanel의 26 S/S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오프닝의 동물 소리와 환상적인 무대 장치는 본능과 자유를 암시하고, 엔딩의 클래식 음악은 이를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상징하는 듯했다. 특히 화려한 장치와 달리 메이크업은 절제되어 있어 그 대비가 더욱 선명했다. 이는 코코 샤넬이 추구했던 현실 너머의 자유와 여성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장치로 해석된다. 패션이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메이크업 역시 시대의 감각을 담아낸다. 이번 시즌은 완벽함보다 존재감, 기교보다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화려하고 조형적인 의상과 달리 메이크업은 절제되어 있었지만, 그 절제는 계산된 미니멀리즘에 가깝다.

피부는 가볍고 투명하게 표현되었고, 컬러는 감정을 담는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26 S/S 오트쿠튀르는 감상을 유도하는 표현에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Haute Couture Beauty Trend

26 S/S

 

 

1. 타고 흐르는 블러셔

 

Julien Fournié, Paris

Maison Novague, Dubai

Georges Hobeika, Paris

 

 

이번 시즌 블러셔 룩은 부드럽게 진화했다. 광대에서 관자, 눈두덩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블러셔는 파운데이션과 스며들 듯 연결된다. 오렌지, 로즈, 소프트 브라운 같은 투명한 컬러를 여러 겹 레이어링 해 ‘여름의 온도’를 표현했다.

이러한 소프트 드레이핑(볼과 눈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색을 흘리듯 표현하는 기법)은 과감한 실루엣이 돋보였던 Julien Fournié의 구조적인 의상과 대비되며 메이크업은 더 유연하게 표현되었다. 결과적으로 강함과 여림이 공존하는 인상을 준다. 한편 Maison Novague 컬렉션에서는 피부 위 윤기가 정제된 광에 가까웠다.

베이스는 실크처럼 부드럽고 절제된 윤기에 중심을 둔다. 스킨케어 단계에서 유분보다 수분 위주로 레이어를 쌓아 피부 자체의 투명도를 끌어올리고, 하이라이터 없이도 자연스러운 빛 반사가 살아나도록 설계했다. 이른바 ‘새미 듀이(과하게 번들거리지 않으면서 피부 속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윤기)/글로우 룩’이라 할 수 있는데, 번들거림은 줄이면서도 피부 속에서 차오르는 윤기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과 태국에서 고객들을 만났을 때 발견한 공통된 취향이다. 두 시장 모두 글로우 룩을 선호하지만, 마무리 단계에서는 반드시 파우더를 사용해 표면을 정돈한다. 이는 메이크업 지속력을 높여줌과 동시에 빛의 방향을 컨트롤하기 위한 장치임을 말해준다. 이때 파우더로 블러링 효과를 더해 모공과 경계를 부드럽게 확산시키며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이번 시즌이 말하는 글로우는 많이 바르는 광이 아니라 ‘설계된 빛’이다. 의상이 조형적일수록 얼굴은 부드럽게, 그러나 입체감은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 이번 룩에서 제시한 새로운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2. 피부 위 자연 광채, 하이퍼 리얼 스킨

 

Chanel, Paris

Christian Dior, Paris

Charlie Le Mindu, Paris

 

 

이번 시즌 메이크업의 핵심은 ‘하이퍼 리얼 스킨’이다. 즉 실제 피부처럼 보이되, 결점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표현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하이라이터의 변화가 있다. 과거 ‘유리알 피부’가 균일한 광채를 강조했다면, 26 S/S는 피부결, 모공, 자연스러운 윤기까지 하나의 텍스처로 만들어냈다. Chanel에서는 과도한 하이라이팅 대신, 얇게 레이어링 한 베이스 위에 국소적으로 윤기를 얹어 ‘숨 쉬는 피부’를 완성했다. Dior 역시 매트와 글로우의 대비를 통해 입체감을 강조하며, 피부 자체가 룩의 중심이 되도록 연출했다.

하이라이터는 펄 피그먼트가 강한 제품보다, 눈가 아래나 콧등 등 빛이 자연스럽게 맺히는 부위에 미세하게 터치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수분감이 높은 미세 색소 입자 제형인 ‘마이크로 워터 피그먼트 제형’은 피부 위에서 얇게 퍼지며 레이어링 되어 건강한 윤기를 만든다. 흰 기가 도는 컬러 코렉팅보다, 본래 피부 톤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텍스처가 훨씬 세련된 결과를 만든다. 이것이 과거 윤곽을 강하게 강조하던 ‘컨투어 메이크업’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쓰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바르느냐’다. 베이스와 하이라이터는 뭉치지 않도록 손의 체온에 가볍게 녹여, 피부 결을 따라 얇게 밀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피부 위에 코팅된 듯한 인위적인 광이 아니라, 피부 속에서 차오르는 듯한 하이퍼 리얼 광을 연출할 수 있다.

 

 

3. 전체를 보는 안목

 

Ashi Studio, Paris

 

 

Ashi Studio 컬렉션 전반에는 코르셋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신체를 감싸는 건축적 실루엣이 중심을 이룬다. 강렬한 형태미를 통해 조각 작품 같은 룩을 완성하려는 의도다.

이때, 견고한 코르셋 구조 위에 다리와 목을 감싸는 투명 패브릭을 레이어드해 힘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만들어냈다. 형태의 진화와 대비의 조화를 보여주려는 디자이너의 메시지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관절 위에 빛이 맺힌 듯 투명 패브릭을 덧대어, 멀리서 걸어올 때 극적인 광택을 연출한 룩은 질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이 컬렉션을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룩을 완성할 때는 디테일에 몰입하되, 결국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의상과 무드, 색감과 질감이 어우러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구성원 대상의 강연 중에서 들었던 말이 인상 깊었다. “디테일의 늪에 빠져 본질을 잃지 말 것.” 보고서를 만들 때도, 메이크업을 할 때도 한 부분에 집착하기 쉽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가 충분하다면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변주는 풍부하게, 방향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창작과 일, 그리고 삶에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4. 명확한 서울 뷰티의 흐름

 

<유튜브에 나온 K뷰티 글로벌 콘텐츠들>

 

 

이번 컬렉션 룩들은 한국인의 뷰티 루틴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루틴이 글로벌 고객의 시선에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기준이 된다. 한국 모델과 소비자들이 실제로 어떤 순서로, 몇 단계를 거쳐 메이크업을 완성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며,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 한다. 물론 로컬 핏의 차이로 완전히 동일하게 구현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현장에서 느낀 점은 분명하다. 트렌드는 변해도 우리가 추구해온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하지 않으면서 정교하고, 피부의 결을 살리며, 작은 디테일로 전체 인상을 정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우리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좋아해 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24 S/S Haute Couture의 대표 룩>

<26 S/S Haute Couture의 대표 룩>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도 흐름은 선명하다. 2024년 Maison Margiela 쇼에서 선보인 도자기 메이크업은 인위적이고 극적인 완성도의 정점을 보여줬다. 반면 2026년 Gaurav Gupta 오트쿠튀르 대표 룩은 훨씬 자연스럽고, 현실에서 응용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둘 다 실험적인 아웃핏을 연출하는 브랜드지만 작은 디테일만으로도 전체 분위기를 조율하는 힘으로 뷰티 트렌드는 변화했다. 그것이 지금 서울 뷰티가 가진 경쟁력이자, 우리가 오래전부터 이어온 방식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차민경 헤라 BX팀

본 자료에 활용된 메이크업 트렌드 키워드는 헤라BX팀(HERA Div.)에서 다수의 디자이너 컬렉션의 메이크업을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참고자료

spotlight.launchmetr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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