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두쫀쿠 이야기에서 시작된 2026년의 키워드
“두쫀쿠 드셔보셨어요?”
요즘은 ‘두바이 쫀득 쿠키 경험의 유/무’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네 명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먹어봤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물론 나도 먹어봤지만ㅎㅎ). “두쫀쿠는 두바이에 없다”, “이렇게 돈을 많이 쓸 바엔 그냥 두바이를 가라” 등 두쫀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두쫀쿠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는 브랜드도 아닌 하나의 간식 종류에 이렇게나 열광한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때 문득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경험사치’였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송길영 작가님의 ‘식감’ 강연을 들었을 때 마음에 담아뒀던 키워드 중 하나다. ‘브랜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는데, 뷰티 메이저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서는 생각이 많아지는 주제였다. 하지만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히스토리가 깊은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다시 안도했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화장품은 때로는 가성비가 중요하지만, 나를 위한 투자 경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있고, 값비싸더라도 적당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 안에서의 사치. 그것이 바로 경험사치라고 생각한다.
경험사치에는 ‘사치’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지만, 여기서 사치는 값비싼 것을 과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건이나 서비스가 주는 경험, 감각, 스토리 같은 무형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두쫀쿠 붐’은 화장품 소비 행태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제 사진 한 장, 혹은 짧은 체험 하나에도 마음을 주고 지갑을 연다.

이 앙증맞은 크기를 6,500원에 샀다
2. 고객님, 어떤 제품 찾고 계시나요?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화장품 소비 고객들 역시 ‘가치소비’를 하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는 연예인 사진을 들고 와서 “이 언니가 바른 거 주세요.” 하는 요청이 절대적이었다. 누군가의 이미지를 따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미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맞다. 메인 색상은 가장 대중적인 색감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없다. 하지만 지금 고객들의 소비 양상은 조금 다르다. “저한테 어울리는 거 추천해주세요”, “저의 추구미에 맞는 제품을 찾고 싶어요.”라고 분명하게 묻는다.
다각화된 고객의 요청에 부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객이 적극적으로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다움이라... 나다움을 브랜드 커머셜로 외치고, 고객들도 나다움을 추구하고 있는 이 시기에, 아직도 동일한 시술을 빈번하게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조금 역설적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이너 피스’. 마음의 평화가 나다운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3. 평안한 마음, 얼굴에 드러나는 아름다움
병오년을 맞아 누구를 만나든 신년 계획을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배우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이 시기에 마음만 앞서 가는 것 같아 상대적인 기준이 필요했다. 거의 모두가 건강한 음식 먹기, 운동 열심히 하기 등을 목표로 세우고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 평안을 바라기 때문이다. 내면과 외면 모두의 건강함. 이 키워드는 ‘동안’만큼이나 ‘편안한 인상’이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얼굴 좋아 보인다’라는 말, 그러니까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인다는 말은 듣기에도 좋고, 하기에도 좋다.
2026년 팬톤 컬러, 클라우드 댄서
4. 마음의 평화를 말하는 2026년 팬톤 컬러
실제로 2026년 대표 팬톤 컬러는 구름 같은 화이트 계열의 ‘클라우드 댄서’로 선정되었다. 보그는 해당 컬러를 ‘고요한 사색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사회에서 차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상한 흰색’이라고 설명했다. #평온, #안도, #차분이 클라우드 댄서에 붙는 수식어다. 마음의 평화를 의미하는 색상이 대표 컬러가 된 것이다.
흰색은 트렌드 컬러라기보다는 어느 산업군에나 어울리는 클래식한 색상이라는 인식이 높다. 옷도 입을 게 없다면 무채색 계통으로 입으라고 하지 않는가? 무채색은 때론 감정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얗고 맑은 느낌의 클라우드 댄서는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화장품을 사용하며 힐링하는 영상_Midjourney
5. 마음이 평안할 때 드러나는 진정한 나의 아름다움
‘나다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내 성격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일까? 세 보이고 싶지만 알고 보면 속은 여린 사람이라면,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문장으로 쉽게 정의하지 못한 채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원하는 그루밍을 하지 못한 날에는 왠지 울적해지고, 메이크업이 잘 먹은 날에는 이유 없이 당당해지는 것. 그 감정의 변화 속에서 ‘나다움’이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나다움’은 남들의 시선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여전히 기준을 찾는다. 비교 대상, 참고 이미지,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어떤 모습.

해외출장 중 방문한 서점에서 찍은 패션 잡지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고객이 ‘나답다’고 느끼는 지점을 함께 찾아주는 게 아닐까?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결국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친절함, 세밀함, 그리고 전문성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헤라만의 고유함을 만들기 위해 타사의 서비스 가이드나 응대법도 꾸준히 조사해왔다. 어떤 브랜드는 피부 진단 결과를 기반으로 고객을 응대하고, 또 어떤 브랜드는 얼굴 톤을 기준으로 퍼스널컬러 중심의 컨설팅을 진행한다. 우리 역시 글로벌 고객을 만나며 한 가지 공통점을 느꼈다. 그들은 ‘로컬라이징된 서울 뷰티’보다 ‘오리지널 서울 뷰티’의 무드를 더 선호하다는 점이다. 세련되면서도 내 본연의 모습 같은 피부와 이미지. 평안한 상태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일본, 태국에서 모아온 팸플릿 사진들
6. 결국, 아름다움은 멘탈 케어
마리끌레르의 한 칼럼에서는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은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정신적 안정과 회복에 도움을 주는 멘탈 케어의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멘탈 케어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직접 긍정적인 호르몬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요즘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회사에서 실천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점심 식사 후 15분간 걷는 것이다. 2020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의 심리학 연구에서도 ‘가벼운 산책 같은 자기 돌봄 행위는 뇌의 보상 회로를 안정화하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고 말한다. 결국 나만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과정은 몸과 마음을 함께 안정시키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두쫀쿠 현상에서 시작해 특정 제품을 직접 찾아다니는 소비 패턴, 그리고 2026년이 시작되자마자 이러한 흐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며 변화의 속도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아티스트의 역할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객과의 대화는 훨씬 깊어졌고, 아티스트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를 넘어 큐레이터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분위기를 읽고 정서적 안정까지 고려하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 |
차민경 |
|
|
아모레퍼시픽
|
|
좋아해
36추천해
29칭찬해
25응원해
21후속기사 강추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