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루언서들이 선택한 6가지 룩을 통해 알아보는 코첼라 메이크업 트렌드
Editor’s note
업무를 하며 늘 고민하는 것은 ‘토종’을 어떻게 글로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지금까지는 로컬라이징보다 오히려 우리 고유의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삼양의 코첼라 사례를 봐도, 제품 자체에 큰 변형을 가하지 않고 기존의 매운 맛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매운 맛’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4월, 사내 연사 초청 행사 ‘식감’에서 들었던 에드워드 리 셰프님의 강연이 떠오른다. 한국 식재료를 활용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깊은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세계인이 익숙한 음식 포맷에 우리의 재료를 녹여내는 방식은, 뷰티 업계의 로컬라이징 전략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하다. 이를 통해 다시금 ‘근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결국, 맛이 보장돼야 스토리텔링이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다.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것 같다. 뷰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효과, 메이크업 스킬의 완성도처럼 ‘기본’을 더 철저히 다지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전략이 아닐까.
이번 2025 코첼라 무대에서 제니, 리사, 엔하이픈 등 K-pop 아티스트들이 대거 퍼포먼스를 펼쳐 큰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들 아티스트의 무대 룩은 충분히 조명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 잠재 고객인 인플루언서들이 어떤 메이크업을 선택했는가’에 주목해보았다.
K-뷰티가 북미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현지 고객들이 실제로 원하는 룩과 제품에 대한 리서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트렌드 리포트는 북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메이크업 룩을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현지 시장과의 연결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Chat GPT를 활용한 AI 생성 이미지(직접 제작)
Chat GPT를 활용해 2025년 코첼라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 이미지를 제작해 보았다. 미국 인플루언서 사진들을 별도로 학습시키지 않고도, 트렌드를 적용한 꽤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 인상 깊었다.
다만, 최초로 생성된 이미지가 다소 정적인 느낌인 것이 아쉬워, 자연스러운 포즈를 적용하도록 다시 요청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의 이미지다. 한국적 감성의 V 포즈와 과하게 길어 보이는 손가락이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실제 사진처럼 자연스럽다.
Chat GPT를 활용한 AI 생성 이미지(직접 제작)
그렇다면, Chat GPT가 올해 코첼라 트렌드를 정말 잘 반영했는지 확인해 보자.
3년 동안 코첼라 메이크업 트렌드를 관찰하고 칼럼을 작성하며, 코첼라에서 매우 다채로운 컬러와 역동적인 스타일이 주를 이루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K-뷰티의 독특한 룩앤필(Look & Feel)이 점점 더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을 선두로 K-뷰티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K-뷰티가 꾸준히 자체적인 역사를 써 내려가며 뚜렷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음이 실감된다.
K-뷰티뿐 아니라 K-푸드 또한 코첼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삼양의 불닭볶음면 부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얻은 마케팅의 정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진정한 글로벌화 사례로 손꼽을 만하며, 이러한 브랜드들이 모두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1. Laminated Eyelashes
정돈된 글램 그런지 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끈한 피부와 풍성한 속눈썹은 마치 AI가 구현한 듯 완벽해 보인다. 주목할 점은 서로 닿을 듯한 진하고 굵은 아치형 눈썹과 블랙 아이라인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룩이지만, 직접 시도하면 어울리지 않기에 화보를 통해 대리만족하기로 한다. 이목구비를 더욱 선명해 보이게 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속눈썹은 라미네이팅 효과를 주어 결 방향과 각도를 고정시켜 주었다.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한 의상에 메이크업이 묻히지 않게 아이 포인트 메이크업을 연출했다.
눈두덩이에 소프트 브라운 계열의 컬러를 레이어링하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베이스를 완성하고, 깔끔한 블랙 아이라이너로 꼬리를 위쪽으로 빼 시원하고 모던한 인상을 살려주었다. 여기에 좀 더 깊이 있는 입체감을 주는 블루 계열 홀로그램 펄을 눈 두덩이 위에 소량 얹어 포인트를 주었다.
2. Global Differences in Pink Makeup
똑같은 핑크색이지만 아시아권 인플루언서들과 웨스턴 인플루언서들의 색감은 다르게 표현됐다. 아시아권 인플루언서는 꽃잎처럼 부드러운 블렌디드 파스텔 핑크 컬러를, 웨스턴 인플루언서는 혈색 있고 건강한 느낌의 베리 핑크 컬러를 주로 사용했다.
태국 인플루언서는 라벤더, 베이비 블루의 색감이 은은하게 깃든 쿨톤 핑크를 사용했다. 마치 흰색 필터를 씌운 듯 뽀얗고 오묘한 느낌의 블러리 룩이 특징이다. 웨스턴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밝은 피부 표현과 눈부터 볼까지 이어지는 핑크 그라데이션이 포인트다. 한편, 웨스턴 인플루언서는 웜톤의 살몬 핑크, 체리 레드와 같은 컬러들의 조합으로 자연스럽게 태닝한 피부 표현에 적합한 컬러를 사용하였다. 햇빛과 어우러지듯, 광대를 중심으로 깊은 눈매를 따라 눈동자 위부터 콧잔등까지 컨투어링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서울 뷰티 데일리 룩에서는 얼굴의 굴곡이 드러나기보다는 화사한 필터 효과가 강조되는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헤라의 센슈얼 틴티드 샤인 스틱 보이시 또는 블랙 체리 컬러를 립과 볼터치에 동시에 사용한 후, 브러시로 경계 없이 퍼트리면 땀에 지워지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색상이 지속된다.
3. Bold Western-Style Lip
전형적인 LA 걸 바이브 메이크업이다. 이번 코첼라에서는 화려한 의상에 비해 수수한 아이 메이크업이 하나의 특징으로 돋보였다. 그러나 ‘미국 언니’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컨투어와 글레이즈 립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광대를 감싸며 눈 밑쪽까지 연결시켜 귀여움과 여린 느낌을 강조하는 서울 뷰티와는 달리, 얼굴 골격과 입술 볼륨을 강조했다. 글램 룩은 웨스턴 사람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현지인의 스타일로 메이크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지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의 제품을 그들이 선호하는 룩과 루틴에 맞춰 로컬라이징하여 홍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판매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고객들은 K-뷰티 고유의 독특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이 사랑받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들이 K-뷰티의 발색이 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키는 세일즈 방법이 중요하다. 그런 제품의 경우, 2-3번 덧발라 색상을 더 진하게 표현할 수 있음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트렌드를 겨냥한 라네즈의 글레이즈 크레이즈 틴티드 립 세럼은 미국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후 한국에도 출시됐다. 선명한 고광택감이 코첼라의 트렌디한 분위기뿐 아니라 데일리 룩에도 잘 어울린다.
4. Water-activated Glitter Tattoo
작년 코첼라에서는 입체적이고 입자가 큰 젬스톤이 활용됐다. 하지만 올해는 크기가 작고 큐빅 스티커로 쉽게 연출할 수 있는 큐빅 타투가 주로 사용됐다. 가장 큰 특징은 피부톤에 맞춘 블러셔 위에 글리터를 붙여주었다는 것. 기술의 발전으로 파운데이션이나 블러셔 위에 템팅 큐빅 스티커를 붙여도 뜨거나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어두운 조명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큐빅 글리터는 이번에도 개성있게 활용됐다. 다만, 그 방법이 한층 쉬워졌다. 작년 코첼라에서는 입체적이고 다양한 모양의 젬스톤을 활용했다면, 올해는 스탬핑 페이스 스티커를 사용해 얼굴 전체에서 콧등까지 넓은 면적에 표현했다. 면적은 넓어졌지만 간편하게 붙일 수 있어 시간은 줄고, 시각적 효과는 오히려 더 커졌다. 백화점 타사 조사를 하던 중 시미헤이즈 매장에 방문했다. 매장 내 BX들이 큐빅 젬스톤을 활용해 정용을 하고 있었고, 그 화려한 룩에 자연스레 시선이 갔다. 직접 현장에서 근무했을 때 ‘언니가 바른 거’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역시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호기심은 실제 룩을 보고 자극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시미헤이즈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젬스톤 스티커의 역할이 컸다. 사용이 간편하고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가인 4만 원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단순히 신기하고 혁신적인 제품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편의성과 기발함에 착안한 실용적인 업그레이드 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
5. Iridescent Glitter
아이 글리터 메이크업 역시 잔잔한 느낌으로 연출됐다. 아이 메이크업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눈 앞머리에 리퀴드 글리터를 한 방울 소량만 도포해도 극적인 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평소 아이 메이크업에 변화를 주고 싶거나 눈빛에 반짝임을 더하고 싶을 때 큐빅이나 리퀴드 글리터를 눈 앞머리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큐빅의 매력은 어떤 각도에서도 살아있는 반짝임에 있다. 이를 활용해 눈 앞머리(코너)에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홀로그램 포인트를 집중적으로 연출했다. 리퀴드나 젤 타입의 글리터를 사용할 때는 브러시보다는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주어 자연스럽게 밀착되도록 해준다.
유포리아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Doniella Davy(@donni.davy)는 올해 페스티벌 트렌드 룩으로 쉬머 스모키 아이, 뽀얀 립, 그리고 글리터 엑센트와 페이스 잼을 활용한 엣지 있는 룩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은 면적이라도, 에뛰드 룩 앳 마이 아이즈의 아쿠아마타타를 활용해 아이라인 방향에 따라 광택감을 준다면 자연스러운 페스티벌 룩을 표현할 수 있다. 작년에는 3D 잼스톤을 눈가에 넓게 덮어 ‘쇠맛’을 살렸다면, 올해는 눈매에 맞춰 포인트를 살짝 더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6. Harmonious Color Gradation
올해 코첼라에서는 원색 계열의 컬러를 자연스럽게 혼합해 사용하는 메이크업이 주를 이뤘다. 컬러가 눈 앞머리나 눈두덩이 위쪽에만 은은하게 연출되어, 과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점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블랙 아이라이너와 함께 네온 핑크, 민트, 옐로우 등 형광 섀도 컬러를 더해 눈매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었다.
주근깨를 활용해 선번(Sunburn) 룩을 연출하거나, 진한 블랙 아이라이너에 유채색을 더해 펑키하고 힙한 무드를 완성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특히 올해는 듀오 톤 또는 브라이트 톤 블렌딩이 자주 활용되었는데, 서로 명도가 대비되는 컬러를 경계 없이 그라데이션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코첼라는 낮과 밤 모두 야외 무대에서 다양한 조명이 연출되기 때문에, 형광 컬러는 블루 라이트와 같은 UV 조명 아래에서 더욱 돋보이며 강한 시각적 임팩트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라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UV 반응형 아이섀도우나 바디 페인팅 제품을 활용해 더욱 극적인 페스티벌 룩을 선보였다.
눈에 강한 포인트를 준 대신, 립은 누드 톤이나 클리어 글로시 텍스처를 사용해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춘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유채색 형광 섀도우는 단순히 튀는 장식이 아니라, 개성과 메시지, 자유로운 영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이런 트렌드는 기술적 완성도와 감각적인 센스가 페스티벌 룩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글
차민경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프로팀
본 자료는 메이크업 프로팀(Hera Div.)에서 메이크업 트렌드 키워드를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instagram.com/alexishernandez_/
https://www.instagram.com/dagibee/
https://www.instagram.com/emmakeitmann/
https://www.instagram.com/its_dsl/
https://www.instagram.com/jade_distinguinn/
https://www.instagram.com/justinxby/
https://www.instagram.com/kaitlin_reagan/
https://www.instagram.com/katrinabuno/
https://www.instagram.com/lenimariee/
https://www.instagram.com/ms_kuan/
https://www.instagram.com/nobluk/
https://www.instagram.com/ojeni/
https://www.instagram.com/sahardahii/
https://www.instagram.com/sherryyy_xia/
https://www.instagram.com/sunflowerraver/
https://www.instagram.com/syrrupp/
https://www.instagram.com/ty.shao/
https://www.instagram.com/wendyskin/
https://www.youtube.com/shorts/9TgBizytM1U/
좋아해
32추천해
29칭찬해
25응원해
23후속기사 강추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