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스토어의 미래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5.01.08
183 LIKE
1,505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95%84%eb%aa%a8%eb%a0%88%ed%8d%bc%ec%8b%9c%ed%94%bd-%ed%94%8c%eb%9e%98%ea%b7%b8%ec%8b%ad-%ec%8a%a4%ed%86%a0%ec%96%b4%ec%9d%98-%eb%af%b8%eb%9e%98

플래그십 스토어의 미래

팝업이 쏟아지는 지금 이 시대의 진짜 팝업을 찾아서 #5

 

신희선 설화수 글로벌커머셜 2팀

 

 

Editor’s note


팝업 전성 시대. 진짜 워킹(Working)하는 팝업을 분석한다. 이제 단순히 팝업을 여는 것만으로 새로움을 주는 시기는 지났다. MZ세대, 젠파(젠지/알파)세대는 어떤 팝업에 열광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팝업의 성공을 정의해야 하는가? 인기 있는 팝업의 비결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담당했던 임직원이 지금 시대의 팝업 콘텐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분석한다.

 

 

#INTRO


올리브영은 지난달 11월, 성수동에 1호 ‘혁신 매장’ 올리브영N 성수를 오픈해 화제가 됐습니다. 총 5개 층, 약 1,400평 면적의 건물을 통째로 이용하는 큰 규모였죠. 올리브영 매장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올리브영이 성수동 매장을 ‘혁신 매장’으로 칭한 건 단순히 규모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새로운 상품 큐레이션을 제안하는 매장’이라는 컨셉 때문이었죠. 홈케어 레슨부터, 스킨케어 서비스가 제공되는 ‘스킨핏 스튜디오’, 올리브영이 제안하는 테마별 메이크업을 받아 볼 수 있는 ‘터치업 바’ 등 기존 판매 중심의 올리브영 매장에는 없던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대거 시도했습니다. 현존하는 국내 화장품 오프라인 매장 중 가장 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취급하며 철저히 판매 중심의 매장을 유지하던 올리브영마저 콘텐츠를 중심으로 플래그십을 오픈하는 지금, 브랜드의 매장들은 더 성공하기 어려워진 게 현실입니다.

 

 

(좌) 올리브영N 성수. 운영 시간은 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출처: 올리브영]

(우) 성수동에 오픈하여 토요일(12/7) 오후 9시에도 외국인 고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출처: 개인소장]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떤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모레성수를 오픈하던 당시에도 그 고민은 똑같이 있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운영되어 이슈를 꽤 쉽게 몰 수 있는 팝업과 달리 플래그십 스토어는 1년 내내 정규로 운영되는 매장이니까요. 늘 사람을 모으고, 상품을 매력적으로 선보여 판매를 일으켜야 하죠. 이렇게 트래픽과 매출을 기준으로 성공을 정의한다면, 성공은 쉽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살 수 있고, 오프라인 경쟁으로만 좁힌다고 해도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올리브영 같은 유통 채널을 이길 수 없으니까요.

 

 

1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으로서의 매력이 성공을 좌우한다

 

사실 고객들이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상품을 사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구매를 넘어선 가치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느끼고 싶어하죠. 특히 고객들은 플래그십 스토어에만 있는 것에 열광합니다.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와 감성은 그 첫 번째 요소일 거예요. 그래서 성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공간미가 필수적입니다. 공간 자체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그건 단순히 인테리어가 예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 스토리가 담겨 있되, 독특하고 차별화된 임팩트를 보여줘야 합니다. 어느 장소에, 어떤 역사가 담긴 공간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가진 로컬 색이나 스토리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그곳만의 차별점으로 느껴지니까요. 2호점, 3호점을 내도 각각의 새로움을 줄 수 있죠. 타 업계이지만 카페 어니언의 행보는 좋은 사례입니다. 성수동에 본점을 둔 카페 어니언이 안국역에 낸 3호점 어니언 안국은 인더스트리얼한 감성을 가진 성수동 본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북촌 한옥마을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한옥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죠.

 

 

(좌) 인더스트리얼 감성이 돋보이는 어니언 성수 [출처: 블로그]

(우) 어니언 안국. 한옥에서 사는 것처럼 소반 앞에 방석을 깔고 앉아 앞마당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출처: 카페 어니언]

 

 

하지만 더욱 임팩트가 있었던 건 그다음으로 오픈한 어니언 광장시장점이었습니다. 광장시장의 분위기를 물씬 담아 고작 3평도 안 되는 공간에 노상처럼 플라스틱 의자를 깔아 놓은 건 물론, 충격적이게도 종이 택배박스 뒷면에 매직 손글씨로 메뉴판을 썼죠. 인테리어를 넘어 콘텐츠(메뉴) 역시 시장 고객에 맞춰 설계했습니다. 다른 지점과는 다르게 시장을 구경하는 고객 특성에 맞춰 커피의 양을 줄이고 가격을 확 낮췄습니다. 음료 포장도 가볍게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진공 포장 재질로 제공했고요. 다른 지점처럼 넓은 공간을 여유롭게 즐기며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베이커리도 페스츄리 하나로 단순화해 테이크아웃 피자처럼 한 조각 혹은 한 판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고요. 어니언 카페의 커피와 메뉴는 유지하면서도 로컬 특성에 맞춰 하나부터 열까지 공간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강화했습니다. 덕분에 각 지점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단순히 카페를 넘어, 고유한 감성이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거죠.

 

 

(좌)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출처: 카페 어니언]

(우) 어니언 광장시장. 시장 특정에 맞춰 운영 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오후 7시-10시 브레이크타임) [출처: 제이유 블로그]

 

 

(좌) 어니언 광장시장 메뉴판. 종이박스에 매직으로 메뉴를 적어 시장의 감성을 살렸다

(우) 매장에서 판매하는 페스츄리. 1판을 사면 피자박스처럼 가져가기 편하게 담아 준다 [출처: 제이유 블로그]

 

 

이처럼 플래그십 스토어는 예전 오프라인 매장처럼 동일한 매장 형태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각 공간의 매력이 돋보이는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또한 지역과 공간만이 가진 스토리도 콘텐츠로 만들어 랜드마크로 거듭날 때 더 큰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2 상품과 콘텐츠. 오프라인에서는 감성을 산다

 

아모레성수, 광교, 부산 3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팀원들과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지점이 있습니다. “제품을 과연 얼마에 팔아야 할까? 할인율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였죠. 매출만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최저가에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여 초기 세팅에서는 과감하게 정가에 판매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죠. 결국 나중엔 옴니 채널(Omni Channel)1) 매장을 지향해 아모레몰에 있는 품목은 아모레몰과 동일한 할인율을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현재까지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고요.

판매가 설정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저는 정말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할인하는 느낌을 주는 가격’만으로도 효율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래그십에 온 고객들이 현장에서 느낀 ‘구매 뽐뿌’에 가장 큰 허들은 사실 정가 구매였습니다. 왠지 합리적인 구매를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어 망설이죠. 특히 할인을 많이 하는 화장품에서는요. 재미있는 점은, 그럴 때 5%라도 할인이 붙는다면 마음이 더 쉽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할인폭이 매우 크지 않다면, 10%든 15%든 그 차이는 고객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았죠. 이미 고객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경험하면서 한껏 구매 욕구(뽐뿌)가 생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많은 고객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구매를 합니다. 보고, 써보고, 체험하고, 또 제품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죠. 심지어 그 경험을 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고객도 많습니다. 때문에 플래그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큐레이션과 경험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담당하며 이 점을 몸소 느꼈어요. 뷰티 클래스와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사례죠. 아모레성수의 두 서비스는 서비스 오픈 때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기획부터 운영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 덕택인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아티스트가 직접 현장에서 코칭을 해주는 메이크업 클래스는 오픈하자마자 바로 예약 마감이 되곤 했어요. 현장 대기 명단이 있을 정도였죠. 그 인기에 취해 콘텐츠 자체가 온-오프라인을 떠나 절대적으로 좋았던 게 아닌가 하고 자만했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뷰티 클래스 콘텐츠를 온라인 라이브로 전환했을 때 냉랭한 반응을 보고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고객들은 콘텐츠의 내용보다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교감하는 ‘경험’ 자체를 큰 차별점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요.

 

1) 옴니 채널(Omni Channel)은 라틴어의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의 유통 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이 합성된 단어로,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쇼핑 환경을 말한다.

 

 

(좌) 아모레성수에서 열리는 다양한 오프-클래스 예시. 늘 인기가 많다 [출처: 개인소장]
(우) 클래스 및 서비스는 아모레성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출처: 아모레성수 홈페이지]

 

 

(좌) 아모레성수 맞춤파운데이션 서비스, 베이스 피커(21.04 런칭)

(우) 지금은 헤라 커스텀 매치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출처: Amorepacific creative, 아모레성수 홈페이지]

 

 

그러다 보니 플래그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전용 상품 비즈니스입니다. 공간이 매력적일수록 고객들은 여기서만 살 수 있는 한정품(Exclusive)에 열광하죠. 아모레성수, 부산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여기서만 파는 게 뭐가 있나요?”입니다. 실제로 아모레성수 내에서도 전용 상품의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달할 정도죠. 전용 상품 비즈니스는 단순히 단일 상품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세트 구성, 패키지 디자인, 콜라보 판촉 굿즈 등 확장성이 무한합니다. 한정 수량 생산으로 재고 이슈를 줄이면서, 매력도를 높일 수도 있고요.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매장에서 한정판 에디션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고객들을 줄 세우는 게 흔한 광경이 된 것처럼 말이에요.

 

 

(좌) 아모레성수 판매량 1위 상품 아모레성수 브러쉬 [출처: Amorepacific creative]
(우) 아모레부산 플래그십 그린하트 굿즈 [출처: 아모레성수 인스타그램]

 

 

3 진정한 옴니 스토어가 될 수 있다면: NFC, QR, 구글 애널리틱스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업무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아쉬웠던 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온라인-오프라인이 시너지를 내는 옴니 매장을 완벽히 구현하지는 못한 것이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가치를 단순히 오프라인 매출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온라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느끼고 어디서든 저희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죠. 하지만 기술이 있다면 일차적으로 오프라인 플래그십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부족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 좋겠죠.

사실 공간적 한계 때문에 모든 제품의 설명을 VMD로 올리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고객이 스마트미러나 QR로 제품을 직접 검색해 정보를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제품에 붙인 QR코드를 통해 아모레몰 제품 상세 페이지로 접속하는 정도이지만, 처음에 희망했던 건 고객이 이렇게 검색한 제품이 자동으로 아모레몰 개인 장바구니에 담기는 기능이었어요. 체크인 때 부여된 할인 쿠폰이 그 장바구니에 자동 적용되면 더욱 좋고요. 이렇게 하면 고객이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지 않더라도 향후 구매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당장 구매한다고 해도 부피가 크거나 수량이 많을 경우 온라인으로 배송시켜 쇼핑 편의성을 높일 수 있죠. 아마존 고(Amazon Go)에서는 온라인몰이 중심이 되고 오프라인 무인 매장은 서브로 존재하지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 되고 온라인 몰은 편의성을 추가로 제공하는 형태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플래그십 스토어 방문 고객의 상품 검색-구매 여정을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하여 CRM 활동을 할 수도 있겠죠.

 

 

#OUTRO


어느덧 마지막 칼럼이에요. 어쩌다 보니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업무를 5년이나 했습니다. 해보기 전에는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최소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은 생겼다고 생각해요. 사실 칼럼 연재를 시작하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업무로 팀을 이동하게 되어 칼럼도, 관련 업무도 마지막이 되었네요. 많은 분께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년간의 여정을 정리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힘들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사람복이 너무 많았네요. 스마트하고 멋진 동료들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