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기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까?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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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기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까?

팝업이 쏟아지는 지금 이 시대의 진짜 팝업을 찾아서 #2

 

신희선 리스토어비즈니스팀

 

 

Editor’s note


팝업 전성 시대. 진짜 워킹(Working)하는 팝업을 분석한다. 이제 단순히 팝업을 여는 것만으로 새로움을 주는 시기는 지났다. MZ세대, 젠파(젠지/알파)세대는 어떤 팝업에 열광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팝업의 성공을 정의해야 하는가? 인기 있는 팝업의 비결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운영하는 임직원이 지금 시대의 팝업 콘텐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분석한다.

 

 

#INTRO


다들 요새 팝업 많이 가세요? 솔직히 저는 이제 기계적으로 봐요. 너무 많아서요. 인스타를 켜요. 이번주(5월 5째주) 성수동에서는 무슨 팝업이 열리지? 38개. 더 현대에서는? 요새 선재업고튀어 팝업이 핫하다는데. ‘팝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수십 개의 포스팅이 쏟아지죠.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 팝업 마케팅은 오히려 성공하기가 힘든 것 같다. 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팝업들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더 많은 선물(공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경쟁 속에서도 성공하는 팝업들은 단순히 돈을 많이 쓰거나, 공짜 제품을 많이 주는 팝업은 아닌 것 같아요.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는 단순 방문객 수를 모으기 위해 공짜 제품을 많이 뿌리는 팝업을 ‘판촉 팝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죠.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24/5/2~5/29), 출처: 더현대
‘갓청자 침투부 스튜디오 초대석’ 팝업스토어(24/5/13~5/23),
출처: 신세계백화점

 

 

성공하는 팝업은 ‘판촉 팝업’과는 반대되는 ‘목적이 있는’ 팝업이라고 생각해요. 팝업을 설계할 때 ‘왜(Why)’ 이 팝업을 진행하는지가 명확한 팝업이죠. 최근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침착맨’ 팝업 스토어는 오픈 첫날부터 300명이 대기하는 이례적인 ‘오픈런’ 현상을 빚었습니다. 물론 244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명 웹툰 작가 이말년의 팝업이라는 점도 큰 이유였겠지만 그것보다는 ‘침착맨의 찐팬’이라는 구체적인 타겟, 그리고 ‘찐팬들과의 진정한 소통’이라는 명확한 기획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침착맨이 실제 유투브 방송을 하는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은 ‘갓청자’들에게 마치 촬영현장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단순히 침착맨의 영상을 전시하는 팝업이나 일차원적인 굿즈 팝업이었다면 이렇게 반응이 좋았을까 싶어요. ‘찐팬과의 소통’이라는 목적 아래에 설계된 팝업은 침착맨 찐팬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온라인 사전 예약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완판되었습니다.

 

 

가나 초콜릿 하우스(24/3/9~24/4/7)
삼식이삼촌 스페-샬 팝업(24/5/10~24/5/31), 출처: 네이버

 

 

얼마 전 성수동에 열린 ‘가나 초콜릿 하우스’ 역시 메시지에 집중한 팝업이었어요. ‘초콜릿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이 팝업의 목적이었죠. ‘TASTE with FOUR SEASONS’ 팝업 타이틀에 따라 4주간 봄, 여름, 가을, 겨울 컨셉으로 초콜릿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팝업 스토어만을 위해 스페셜 메뉴도 개발했죠. 고객들은 공짜로 초콜릿을 받기는커녕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스페셜 메뉴를 직접 구매해야 했지만, 새로운 경험을 신선하게 느꼈어요. 가나 초콜릿 하우스는 성공했고, 3번째 시즌을 거친 후 일본까지 진출했습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을 시작한 웹드라마 ‘삼식이삼촌’을 홍보하기 위한 성수동 ‘삼식이삼촌 스페-샬 팝업’도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세트장을 그대로 재현한 팝업 공간에서 연극배우들이 극중의 사투리를 쓰며 고객을 응대하죠. 드라마 속 삼식이 삼촌이 운영하는 사일제과 빵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에서 실제로 빵을 주기도 하고요. 막 시작한 팝업이라 아직 팝업의 성공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며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포티파이X뉴진스 버니랜드(23/7/28~23/8/6)
출처:낙원뮤직 인스타그램

5만 명이 방문한 제주위트 시장-바 팝업(23/5/5~23/5/28) 성공에 힘입어
이후 더현대 서울에서도 추가 팝업을 열었다, 출처: 네이버

 

 

이렇게 분명한 목적에 따라 잘 기획된 팝업이라면, 한때 팝업의 성공 공식이라 불렸던 ‘장소’의 한계까지 뛰어 넘는 성과를 보여주기도 해요. 굳이 트래픽이 보장되는 성수동 같은 지역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작년에 핫했던 ‘스포티파이x뉴진스’의 버니랜드 팝업은 낙원상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걸그룹 뉴진스의 트렌디와 레트로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소로 ‘낙원상가’를 택했다고 해요. 팝업의 목적과 컨셉을 생각해 팝업 위치까지 기획한 사례죠. ‘제주위트 시장-바’ 팝업은 로컬 제주도의 레트로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광장시장에서 열렸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팝업 성지를 벗어나서 컨셉에 맞게 시너지를 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펜필드 칠 마켓(24/5/24 ~ 24/5/26) / 출처: 펜필드 인스타그램

 

 

‘Why’가 명확한 팝업들은 이제 팝업 자체를 단순히 마케팅 수단이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로도 확장시킨다고 생각해요. 굿즈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죠. 팝업스토에서만 판매되는 굿즈는 한정판이라는 성격 자체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작년 버니랜드 팝업에만 판매되는 뉴진스 굿즈를 사기 위해 일부 고객들이 길에서 밤을 새웠다는 내용은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에서 최근 열린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팝업 굿즈는 오픈 2일만에 대부분 품절됐습니다. 팝업은 약 한달 동안 운영 예정이었는데도 말이죠. 산업을 넘나드는 콜라보 팝업도 팝업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해요. 며칠 전 열렸던 아웃도어 브랜드 ‘펜필드’의 성수동 팝업 스토어 ‘펜필드 칠 마켓‘에서는 밴드 협업라인렉션을 선보였어요. 협업 밴드의 무료 라이브 공연도 진행해 트래픽을 높였죠. 더불어 아이스크림 트럭 ’키고‘, 아메리칸 전문 핫도그샵 ‘도그클럽‘ 등 컨셉에 맞는 F&B 브랜도 함께해 판매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팝업이 일으는 트래픽 효과를 극대화하여 함께 매출을 내는 거죠.

 

 

#OUTRO


“당신이 가져온 이 열 가지 계획을 단 하나도 실행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국내 최대 PR 에이전시 프레인을 설립한 여준영 대표가 팝업 기획을 할 때 직원들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해요. “아무 일도 안 벌어질 것 같으면, 그런 일은 안 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그는 말했죠. 더 많은 걸 기계적으로 하고, 더 많은 걸 주는 경쟁적인 팝업 마케팅이 만연한 요즘, 성공하는 팝업 기획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왜 이 팝업을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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