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이 쏟아지는 지금 이 시대의 진짜 팝업을 찾아서 #3(변화하는 메가 오프라인 리테일)
글
신희선 설화수 글로벌커머셜 2팀
Editor’s note
팝업 전성 시대. 진짜 워킹(Working)하는 팝업을 분석한다. 이제 단순히 팝업을 여는 것만으로 새로움을 주는 시기는 지났다. MZ세대, 젠파(젠지/알파)세대는 어떤 팝업에 열광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팝업의 성공을 정의해야 하는가? 인기 있는 팝업의 비결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운영했던 前 임직원이 지금 시대의 팝업 컨텐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분석한다.
#INTRO
‘스타필드 수원’을 가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경기 남부에 살아서 오픈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방문했다가 제대로 사람 지옥을 맛보았습니다. 올해 1월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오픈 후 열흘간 무려 84만 명이 방문했고, 동시주차대수 4,500대에 주차난은 물론, 그 지역 일대의 교통이 한동안 마비되었죠.
스타필드 수원 오픈 직후 몰린 인파 / 출처: 네이버 블로그
코로나 이후, ‘백화점의 종말’을 외치던 사람들의 견해가 무색하게 메가 오프라인 리테일은 다이나믹한 변화를 꾀하며 연이은 흥행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MZ세대를 잡는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있죠. 지하 8층-지상 8층, 연면적 약 10만 평의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필드 수원은 ‘스테이필드(Stay Field)’라는 컨셉 아래 여유롭게 머물면서(Stay)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공간(Field)을 지향한다고 밝혔죠.
스타필드 수원 별다방 도서관 / 출처: 네이버 블로그
#별다방 도서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별다방 도서관’입니다. 스타필드 수원에는 스타필드 최초로 ‘별다방 도서관’이 자리 잡았는데요. 그 규모는 놀랄 만합니다. 전체 공간 가운데 4층부터 7층까지 가로지르는 별다방 도서관의 높이는 무려 22m에 이릅니다. 기존 백화점 공식에서 벗어난 파격적 행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히 판매 중심의 매장으로 이뤄진 전통적인 리테일이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판단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에서 줄 수 없는 ‘재미’와 ‘체험’을 줄 때 더 많은 트래픽이 일어나고, 그것이 판매로 이어진다고 생각한 것이죠.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그 판단은 적중한 것 같습니다. ‘MZ세대의 놀이터’를 지향하는 공간 구성과 MD로 스타필드 수원은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성수, 홍대 등에서 시작한 브랜드의 매장들이 높은 매출을 내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올해 4월 스타필드 수원에 입점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픈 1주일 만에 4만 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으며, 매출 3억 원을 돌파했다고 하죠.
#더현대서울
하지만 누구보다 확실하게 MZ세대를 사로잡은 대형 리테일은 아마 더현대서울일 거예요. 더현대서울은 현대백화점에서 2021년 오픈한 서울 지역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지만, 오픈 당시에는 사람들이 그 성공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죠. 이유는 ‘여의도’라는 입지 때문이었습니다. 백화점은 주말 매출이 중요한데,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는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확 줄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현대서울은 3년도 안 되어서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초특급 흥행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역시 목적형 소비공간이었던 백화점을 ‘즐기는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바꾼 페러다임의 전환이 주요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한 전환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팝업‘ 콘텐츠였습니다. 여의도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매력적인 팝업 스토어를 끊임없이 여는 것. 게다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더현대서울에는 수많은 팝업이 동시에 열리고, F&B, 힐링 공간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죠. 더현대서울의 차별화 포인트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더현대서울이 열었던 팝업 스토어는 750개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200개의 팝업 스토어가 오픈했죠.
▲팬들의 놀이터가 된 더현대서울 제로베이스원 팝업
/ 출처: 네이버 블로그
▲더현대서울에서 진행된 슬램덩크 팝업. 5일간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더현대서울의 팝업 스토어를 즐기러 온 MZ고객들이 가져온 매출 효과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난해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의 매출은 550억, 올해 상반기만 약 270억에 달했습니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의 팝업스토어는 파급력이 더욱 강했죠. 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준 결과, 아이돌 ‘제로베이스원’ 굿즈 팝업은 13억 이상의 규모로 더현대 팝업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팬 문화의 가능성을 본 더현대서울은 유통 공간을 하나의 아이돌 쇼케이스처럼 만드는 ‘쇼테일(Show+tail)’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고 하죠.
어쨌든 더현대서울은 ‘경험’이라는 키워드로 MZ세대를 타겟팅한 팝업스토어 전략을 더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유아복 매장이 입점되어 있던 5층 전체를 리뉴얼해 ‘에픽 서울‘이라는 팝업 전용 공간을 만들기까지 했으니까요.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팝업스토어로 꾸며진 더현대서울 5층 팝업 전용 공간
‘에픽 서울’의 모습 / 출처: 현대백화점
▲일본 파르코백화점 더현대 글로벌 팝업에 몰린 인파
/ 출처: 네이버 블로그
더현대서울은 심지어 K 팝업 콘텐츠 자체를 수출하는 비즈니스까지 선보이고 있죠.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K 콘텐츠 수출 플랫폼입니다.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 시부야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 매출은 지난 6월 한 달 만에 13억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역대 파크로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하죠. 한 달간 운영된 더현대 글로벌 팝업에서는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K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도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매장도 운영되었습니다. 추후에 일본뿐 아니라 태국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고 하죠.
#OUTRO
누군가 오프라인의 종말, 백화점의 종말을 외칠때 오히려 메가 오프라인 리테일은 거대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재미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팝업 스토어라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요. 롯데, 현대, 신세계 3사는 너 나 할 것 없이 팝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죠. 그러다 보니 이제 단순히 팝업을 많이 내는 것은 진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오프라인 리테일도 규모를 키우며 ‘경험’과 ‘팝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도 하고요. 올리브영도 올해 말 성수동에 ‘경험’을 컨셉으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다고 하죠. 어쩌면 백화점의 답은 이제 ‘연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그 안의 수많은 팝업들을 연결시켜 고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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