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아침이 왔나요?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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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아침이 왔나요?

‘나다움’을 알아가는 여정 #4

 

강예린 CSR팀

 

 

출처: 네이버

 

 

#INTRO


얼마 전 ‘청룡시리즈 어워즈’에서 박보영 배우의 수상 소감이 화제였죠.
“너무 어둡고 긴 밤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지치지 말고 끝까지 버티셔서 아침을 맞이하셨으면 좋겠다.”
이 메시지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습니다. 박보영 배우가 수상한 작품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인데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망치로 쾅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에게도,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드라마 소개에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모두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어쩌면 내가 제일 무관심한, 하지만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나의 ‘마음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마음의 병,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괜찮을까요?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 두 명이 동시에 아픈 일을 겪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한 명은 교통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졌고, 다른 한 명은 연인과 이별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에게 먼저 갈 것 같나요? 저라면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에게 갈 것 같아요. 그 친구가 크게 다쳤으니까요.

 

 

출처: Kyobostory ‘마음 연구소’

 

 

그런데 심리학 박사인 김경일 교수님 강의를 듣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강의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뇌와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람의 뇌가 유사한 상태라고 합니다. 뇌의 양쪽 관자놀이 부근에 있는 ‘앤테리어 싱글레이트 콜택스(ACC)’가 바로 고통의 중추라고 하는데요. 뼈가 부러졌거나 살점이 떨어졌을 때는 진통제를 복용하여 ACC 영역을 진정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사람 때문에 느끼는 여러 가지 정신적 고통 역시 ACC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몸이 다쳤을 때 처방하는 진통제를 먹으면 이별, 갈등, 배신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완화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해요. 미국 켄터키주립대학의 나탄 드월 교수는 이별과 같은 사회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도록 했더니 3주 후부터 이별의 고통을 훨씬 적게 느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심리학자들이 깨달은 중요한 지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나 자신이나 내 주위의 누군가가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몸이 다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돌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의 뇌가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사람 때문에 고통을 겪을 때 주변에서 받는 배려의 양을 교통사고 부상자와 비교해 보았더니 20분의 1에 불과했다고 해요. 나 자신의 고통을 돌보는 일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 때문에 큰 고통을 받은 날은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사실은 피를 흘리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예요. 그러니까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지금 나는 몸을 다친 것이나 마찬가지라 여기고 어느 때보다 자신을 잘 돌봐 주어야 합니다.

이런 관계적 고통 외에도 흔히들 겪는 마음의 질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2 지금 나의 배터리는 몇 퍼센트? ‘번아웃’에 대하여

 

최근 3년 동안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번아웃은 영어로는 Burnout Syndrome이라 하고, 한자어로는 燒盡이라고 합니다. 어떤 직무에 임하는 도중에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입니다. 쉽게 말해 정신적 탈진이죠.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탈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직장인이 흔히 느낄 수 있는 업무능력 및 열정의 약화를 설명하는 신조어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육아, 취업 준비, 자기 계발 중에도 번아웃이 찾아오죠. 실제로 남녀 직장인 약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번아웃에는 어떤 증상이 있을까요?

 

 

출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위의 자가 진단표에서 3개 이상이 해당되신다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혼자서 멀리 어디 섬 같은 곳으로 떠나고 싶다”고 느꼈어요. 정말 바빴던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이런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바쁜 순간에는 미처 내 마음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가 잠시 쉴 틈이 생기니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 같아요. 막상 쉬려니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에너지가 없어 누워 있다 보면 더 무기력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 힘이 안 생기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번아웃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번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신체가 “안돼”라고 말하며 기능을 멈추기 때문에 절대적인 무력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번아웃 전문가인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는 번아웃 극복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부정적인 생각 및 감정을 ‘끊어내는’ 것입니다. 완벽주의와 번아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고 그러한 목표에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에 번아웃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내부의 비판자’, 즉 부정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목소리가 내부의 에너지를 고갈시킨다고 합니다. 이때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나는 X, Y, Z에 대해 정말 화가 났어”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내가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이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어내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처: AP Chat GPT 이미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우리를 지나치는 수많은 회전초밥처럼, 두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생각과 감정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겠죠. 우리가 모든 초밥을 일일이 다 집지 않는 것처럼, 영양가가 떨어지는 생각과 감정은 흘려보내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두 번째, 자신의 기호(嗜好)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가 주로 스트레스 받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얼마나 긴장을 하며 지내왔는지 이해하고, 언제 회복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인지하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일을 하며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스트레스를 받고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칭찬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이러한 욕구를 채웠던 것 같습니다. 이 활동을 통해 위안을 많이 받고, 번아웃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세 번째, 나의 비어 있는 마음의 ‘방’을 채우는 것입니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을수록, 삶의 다른 영역은 텅 비게 됩니다. 그런 비어 있는 ‘방’은 우리가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볼 때에야 비로소 보이죠. 그렇기에 우리 삶에서 의미, 기쁨,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원천을 점진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번아웃을 경험한 직장인의 47.9%는 ‘휴가 및 휴식’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답했고, ‘취미 활동’이 41.5%로 뒤를 이었다고 해요.

 

 

“매일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일에서 벗어나
마음과 몸이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주는 죄책감 없는 휴식을 허용해야 한다.”


- 번아웃 전문가,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

 

 

일이 바쁠 때는 휴가를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번아웃이 왔던 당시에 너무 쉬고 싶었지만, 여러 복잡한 생각에 휴가를 미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함과 무기력함이 더해지며 악순환에 빠진 것 같아요. 이걸 깨달은 후부터는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강제로라도 쉬자는 생각으로 휴가를 올렸던 것 같습니다. 하루라도 업무 생각을 하지 않고 온전히 쉬고 나면, 혹은 취미 활동을 하고 나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더라구요.

세 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내가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돌봐 주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나답게 번아웃을 관리하려면,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됐는지 돌아보며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 보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쉬어 주기도 하는 것이죠. 여러분도 언젠가 번아웃을 겪게 되신다면, 혹은 지금 겪고 계신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라도 시도해 보며 자신을 돌봐 주시기 바랍니다.

 

 

3 물속에서 빨대 하나에 의존해 숨쉬는 느낌, ‘공황장애’에 대하여

 

출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中

 

 

공황장애(恐慌障礙)는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발작이 되풀이되는 병입니다. 공황 발작이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한 번 발생한 후에는 다시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예기 불안’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긴장을 하게 되며, 사람이 많은 곳이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곳에 있을 경우 ‘광장 공포증’이라는 증상도 나타나게 됩니다. 인트로에 소개했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에서도 이 병을 다루었는데요. 공황장애의 발작은 마치 ‘물속에서 빨대 하나에 의존해 숨쉬는 것 같다’고 표현합니다.

 

 

출처: 나혼자산다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는데요. ‘나혼자산다’에서 활약 중인 기안84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밤에 운전을 하는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신히 차를 갓길에 세웠다. 공황장애가 맞더라,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았다”고 말했죠. 기안84 외에도, 이경규, 김구라, 정형돈, 차태현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때문에 활동을 쉬기도 했습니다.

실제 22년도 통계를 보면 한 해에만 24만 명이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았으며, 5년 동안 환자 수가 44% 증가했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0-40대가 가장 많았고, 증가세는 10-20대 청년층에서 가장 가파르다고 합니다. 젊은층에서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한 것은 팬데믹이 길어지며 취업난, 대인관계 단절 등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요.

공황장애의 원인은 뇌의 비정상적인 각성 반응 때문인데요. 뇌에서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 나서 평온한 상태에서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며 온몸에 비상이 걸리는 것입니다. 공황장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을 분석한 논문에서는 환자의 74%가 공황발작 직전에 한 가지 이상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업무상 과로(17.6%)가 가장 많았고, 신체 질환(9.7%), 가족(9.6%), 경제적 문제(8.7%), 대인관계(8.6%), 배우자나 연인과의 갈등(8%), 학업(5.3%), 가족이나 지인과 사별(3.1%)이 뒤를 이었는데요. 이외에도 술 또한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남성 공황장애 환자 22.6%에게서 첫 공황발작 직전 음주량 증가가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 환경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나친 음주, 카페인 섭취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꿔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났다면 정신과에서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요. 이 질병은 자연스럽게 낫지 않고, 방치할 경우 우울증과 인격장애 등 2차 장애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죠.

공황장애에 대해 찾아보니 이 병은 지속적인 각성 혹은 충격으로 인해 뇌가 살려 달라고 하는 신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 보면 나에게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뇌가 신호를 보내기 전에 내가 먼저 상황을 인지하고 ‘숨’을 잘 쉬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누구도 ‘마음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몸이 이유 없이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기도 하듯, 우리의 마음도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유로 인해 갑자기 아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에 바로 가더라도,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안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나약해서 그래, 금방 지나가겠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꾹꾹 참는 건 아닐까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는 모두 경계에 서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던 병의는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
불안과 안정의 경계에 있던 유찬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우울과 비우울의 경계에 있던 나는 우울보다 먼저 찾아와 주는 그 사람이 생겼다.
우린 모두 낮과 밤을 오가며 산다. 우리 모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中

 

 

‘내 마음은 늘 괜찮을 거라고’ 장담하기보다는 나도 늘 경계에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 보고 아껴 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OUTRO


’나다움을 알아가는 여정’, 네 번째 칼럼에서는 ‘마음건강’에 대해 얘기해 보았는데요. 여러분은 혹시 지금 기나긴 밤을 지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앞으로 언젠가 그런 어두운 시기를 보내게 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소중하게 내 마음을 돌봐 주세요. 그렇게 잘 보살피다 보면 반드시 아침을 맞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칼럼까지 나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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