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으로 편견 중입니다.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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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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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편견 중입니다.

DEI 인사이트 #4

 

강예린 CSR팀

Editor's note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자로 공동체 내에서 인종,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구성원이 공평하게 존중받고,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의를 보자마자 ‘지루한 내용이겠군’ 하고 페이지를 닫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어려운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경제, 정치, 사회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입니다. DEI 담당자로서 접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칼럼에 풀어낼 예정이니 편하게 쓱 읽어주세요.

 

 

출처 : Open AI (Chat GPT) 생성 이미지

 

 

#INTRO


편견(偏見), 한자로는 ‘치우칠 편’, ‘볼 견’으로 직역하면 한쪽으로 치우쳐 보는 것이죠. 즉, 사물이나 사람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 의미를 보고 “나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판단하지는 않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한때 제 자신이 별다른 편견이 없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은 YES or NO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편견은 내 의지가 아닌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DEI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무의식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무의식적인 편견, 왜 생길까?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범주화’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이 사람은 #OO 세대구나”, “이 사람은 #OO 국가 출신이구나”라는 단서를 보고 자동으로 뇌에서 속성 태깅을 하게 되죠. 1)이런 태깅은 빠르게 판단하게 해주지만, 과도한 일반화와 고정관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주변 환경, 미디어, 교육, 가족, 친구, 사회로부터 배운 고정관념이 누적되면서 편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OO 나이라는 집단은 이렇게 한다”라는 메시지를 접하면, 그 집단에 대한 자동적 판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P&G 여성용품 브랜드 ‘올웨이즈’의 ‘Run Like A Girl’ 캠페인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보여줍니다.

 

1) Ryan M Stolier (2017), 'A Neural Mechanism of Social Categorization' 논문

 

 

출처: 조선일보 유튜브 [Video C] 소녀처럼 달려보세요(Run Like A Girl).

 

 

성인 여성들에게 “소녀처럼 달려보세요”라고 요청했더니 대부분이 다소곳한 손과 다리 모양을 보이며 얌전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실제 소녀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소녀들은 전력 질주를 하듯이 아주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캠페인은 “언제부터 ‘나약하고, 우스꽝스럽고, 무성의한’ 모습이 ‘소녀처럼’이란 말이 되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회적으로 고정된 시선들에 익숙해지며 편견이 생긴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의식적 편견이 생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편’에 속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 익숙한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더 신뢰와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낯설거나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가지게 되죠. 이를 ‘내집단 편향(In-group bias)’2)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심리가 공정한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학연, 지연, 혈연’도 이러한 편향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렇듯 편견은 우리 모두에게 무의식적으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 Everett, J. A. C. (2015), 'Preferences and beliefs in ingroup favoritism' 논문

 

 

2 우리는 모두 ‘선량한 차별주의자’

 

출처 : 네이버 도서

 

 

“그래서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 성찰의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출처 : 도서 선량한 차별주의자 p79 문구 中

 

 

책 제목인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무지와 관성 속에서 차별을 지속하거나 강화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악의를 가진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섬세하니까 이런 일을 더 잘할 거야”라는 말은 칭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국 성별에 따른 역할 고정이라는 차별적 인식이 반영된 말인 것이죠.

제가 참여했던 DEI 워크숍에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참여자들은 이런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남자인데 왜 울어?”
“여자이고 참해 보이니 착하겠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는 것 같아”
“아이 있는 워킹맘인데 이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듣거나 말했던 편견의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워크숍을 진행한 강사님은 이런 사례도 공유해 주셨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슨 학과 나오셨어요?’라고 묻는 것은 사실 무의식적 편견입니다. ‘대학교를 나왔다고 가정하는’인식이 담겨 있거든요. 또한 특정 성별에게 ‘남자친구/여자친구 있나요?’라고 묻기보다는 ‘애인 있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더 공정한 접근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하나에도 편견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죠. 내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처럼, 내가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제한하거나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무의식적 편견은 나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과 조직, 인간관계 속에서 늘 작동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지피티에게 어떤 유형의 편견의 말들이 있는지 예시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출처: 주요 내용 재편집 활용(본인)

 

 

회사에서 들을 법한 편견의 말들이 사례로 많이 나왔는데요. 회사에서 이런 편견이 자리 잡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디어가 묵살되고 협업이 제한되며, 다양한 관점과 창의성이 억제됩니다. 사람들은 평가받는 방식에 좌절하거나 참여를 꺼리게 되고, 신뢰와 소통은 약해지죠. 결국 조직 전체의 성장과 혁신 잠재력이 저하됩니다.3)

조직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편견이 작용할 경우 그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편견 때문에 상대방을 미리 판단하면 관계의 질이 떨어지고,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오해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자기 인식이 왜곡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겠죠.4)

그렇기에 무의식적 편견은 단지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개인 모두의 성장 가능성을 서서히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벽입니다. 누군가를 “그럴 것 같다”라는 선입견 속에 가두는 순간,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잃는 것이죠.

 

3) 이중학, 성상현 (2019). '조직의 다양성 풍토에 대한 인식이 혁신행동에 미치는 영향', 조직과 인사관리연구
4) Doyle, D. M. 외 (2023) 'Relational consequences of stigma: Bridging research on social stigma with relationship science' 논문

 

 

3 의식적으로 편견을 인식하고 바꿔보기

 

그렇다면 우리의 편견을 바꾸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무의식적 편견(The Leader’s Guide to Unconscious Bias)』의 저자 파멜라 풀러는 “편견이 없다고 믿는 순간, 이미 편견의 영향력 안에 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변화는 “나는 편견이 없다”라는 확신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생각이 스칠 때,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이 사람을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정말 그 사람 때문일까?
아니면 내 안의 익숙한 생각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사고의 방향을 바꿉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건 ‘판단’ 이 아니라 ‘호기심’입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볼 때, “~니까 그럴만하지”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여자니까” “남자니까” “MZ니까” “외국인이니까”와 같은 말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 집단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 대신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보세요.

그 순간, 우리는 어떤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세 번째는 경험의 확장입니다. 『Sway』의 저자 프라그야 아가왈은 편견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비슷한 사람들과만 어울리고, 익숙한 환경에만 머물면 시야는 좁아집니다. 다른 세대, 다른 직업,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몸을 담그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자극이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말의 습관을 바꿔보세요. 익숙한 표현 하나를 조금 다르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인식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은~” 대신 “요즘 이런 방식도 있더라”라고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편견을 지워낼 수 있죠.

무의식적 편견을 없애는 아주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스스로 점검하고, 개인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며, 낯선 경험을 시도하고, 말의 습관을 조금씩 바꾸는 것. 이 네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세상을 보는 렌즈가 훨씬 투명해질 것입니다.

 

 

#OUTRO


‘DEI’는 포용 받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포용 받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편견의 시선’ 속에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DEI 인사이트 칼럼 네 번째 주제는 ‘무의식적 편견’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아이에게, 배우자에게, 동료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편견이 담긴 말을 건네고 있지는 않을까요? 편견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조금씩 옅어지고, 공정과 포용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 속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내 안의 무의식적 편견을 잠시 의식해 보면 어떨까요?

 

 

강예린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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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린

아모레퍼시픽 CSR팀
CSR/DEI 담당
  • 사람과 조직,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일을 즐기는 9년차 워커
  • 조직문화, 그리고 CSR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과 사회의 DEI 실천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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