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지만 이해는 못한 Web 3.0 트렌드 제4화.
글
유연동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신사업 TF
#블록체인 #CBDC #중앙은행디지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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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으로만 알고 계신가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바로 금융인데요. 금융당국과 기관은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CBDC, STO, 커스터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CBDC 사업을 알아보겠습니다.
국제결제은행이 찜한
대한민국
전세계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을 꼭 찍었습니다.
지난 10월 5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와 손잡고 CBDC 테스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BIS는 디지털화 수준이 높은 한국을 파트너로 정하고 CBDC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가속화한다고 합니다. 올해는 기관 중심으로 참여자를 모집하고, 내년 4분기에는 일반 국민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출처: MBC
그렇다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무엇일까요?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데요. 기존 동전, 종이 화폐가 가진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디지털로 대체하기 위해 고안된 화폐입니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이미 각국 중앙은행의 90%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50%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하네요.
한국은 BIS와 공조하여 CBDC 테스트를 추진하는 사실상 첫 번째 국가입니다. 이번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현금 없는 세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블록체인=비트코인” or “블록체인=투자수단”으로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가 주도하여 토큰을 만들어 예금,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CBDC란 무엇인지 조금 Deep Dive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내용이 조금 어려워요. 그래서 난이도에 따라 순한맛(쉬운 내용)과 매운맛(어려운 내용)으로 구분하였으니 참고해서 읽어주세요 :)
CBDC 순한맛
1 지금 종이 화폐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데, 굳이 전자 화폐가 필요한가요?
각국의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검토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낮은 현금 사용률입니다. 도이치방크(Deutsche Bank) 리서치에 따르면 스웨덴의 경우 현재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대비 현금 사용률이 1%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평균과 유사한 7% 수준의 현금 사용률을 보여주고 있네요.
출처: Deutsche Bank, Haver Analytics
반면 매년 화폐 유통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1조 원이 넘는 화폐가 폐기되고 있고, 화폐 재발행/유통 비용이 매년 수천억씩 발생한다고 하네요. 미래에 화폐 사용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화폐 없는 세상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긴 합니다.
그리고 정부 입장에서는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CBDC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금은 사용한 곳을 추적하기 어렵지만, CBDC는 화폐마다 식별 코드가 있어서 어디에 썼는지 확인 가능한데요. 불법 자금 조성이나 자금 세탁, 탈세 등 범죄 행위를 막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란 측면에서도 CBDC는 강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비하지 않고 저축에 사용할 경우 재정집행 효과가 떨어지는데, CBDC 형태로 지급할 경우 소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2 정부 말고 일반인들에게는 어떤 점이 좋을까요?
사실 카드, 페이 시스템 등이 발전한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에게 CBDC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다만 소상공인들에게는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CBDC는 중개기관 의존도를 줄여 결제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별도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즉각적인 대금 수령이 가능해집니다.
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매출전표 매입 후 3영업일이 지나야 대금을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게 되는데요. 자본금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들에게는 3영업일 Gap이 큰 리스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CBDC를 사용할 경우 실시간에 가깝게 수령할 수 있어 소상공인 등의 유동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에서는 금융포용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힙니다. 금융포용력이란 경제주체가 어려움 없이 금융기관을 통해 지급결제, 예금, 대출, 보험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요.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일부 지역은 은행 산업 발달이 미진하여 예금 계좌가 없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이것을 CBDC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그렇다면 우려할 점은 없나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익명성입니다. 이제 카드처럼 현금을 언제 어디서 쓰는지 다 기록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되는데요.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영지식 증명을 통해 암호화할 수 있지만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금의 낭만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인데요. 설날에 세배를 하고 현금을 받는 문화라든가, 부모님이나 배우자 몰래 비상금을 숨겨두던 낭만(?)도 과거의 추억으로 사라질 수 있겠네요.
*영지식 증명: '증명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확인자'에게 그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암호화 체계.
CBDC 매운맛
여기부터는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CBDC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순한맛까지만 이해하셔도 충분하고요. CBDC를 Deep Dive 하고 싶은 분은 아래 내용을 함께 보시죠.
4 한국형 CBCD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CBDC는 활용 범위와 사용 주체에 따라 소매용(retail)과 기관용(wholesale)으로 구분됩니다. 현금처럼 경제 주체들에게 직접 발행돼 일상에서 사용되는 것이 소매용이라면, 지급준비금과 유사하게 금융기관이 발행하여 금융기관 사이의 자금 거래와 최종 결제 등에 활용되는 형태가 기관용입니다.
현재 은행들은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은행들 간 청산/결제를 하고 있는데요. 이것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기관용 CBDC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출처: KBS
우선 한국은 기관용 CBDC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를 통해 금융기관 사이 지급결제가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중은행 간 소액거래는 ‘이연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때 실소유 자금을 넘어설 경우 결제가 어려워 신용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CBDC가 도입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연차액결제: 하루에 주고받은 돈을 계산한 뒤, 다음날 오전 11시에 한은이 금융망을 통해 차액을 정산
5 CBCD 네트워크에서 어떤 통화가 나오나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CBDC 네트워크는 CBDC 시스템과 외부 연계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고, 네트워크 안에서 기관용 CBDC와 함께 세 가지 종류의 민간 디지털 통화가 발행됩니다.
출처: 한국은행-BIS 공동 발간 보고서
먼저 CBDC 시스템은 기관용 CBDC와 디지털 통화 Ⅰ형, Ⅱ형이 발행 및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허용된 금융기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CBDC는 기관용 결제 자산으로 한국은행에서 발행되고, Ⅰ형 통화는 은행이 발행하는 ·토큰으로 쉽게 말하면 현재 예금과 유사합니다. 현재의 지급준비율 수준에서 CBDC를 담보로 설정하게 됩니다.
Ⅱ형 통화는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이머니토큰으로, 발행기관은 발행액에 상응하는 기관용 CBDC의 100% 담보 자산으로 보유하게 됩니다. 현재의 전자화폐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외부 연계 시스템은 특정 디지털 자산이 발행 및 유통되는 별도의 플랫폼인데, 이는 특수목적의 지급용 토큰으로 CBDC 시스템 내의 Ⅱ형 통화를 100% 담보로 발행됩니다.
정리해 보면, 현재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결제하는데요.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금융회사 등이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수단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하게 됩니다. 은행 고객들은 주식 거래를 할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 것과 같이 예금 토큰 계좌를 개설하게 되죠.
*전자화폐: 디지털 통화의 한 형태이며 온라인 구매, 공과금 납부, 송금 등에 사용. 일반적으로 금융 기관에서 발행하며 모바일 앱 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액세스 할 수 있음.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인 예.
*외부 연계 시스템: 특정한 디지털자산이 발행 및 유통되는 별도의 플랫폼을 의미하며, 해당 디지털 자산 거래시 대금 지급용으로 사용 가능한 디지털통화Ⅲ형이 발행 및 유통된다.
6 예금토큰 대신 스테이블 코인이 대안이 될 수 없을까요?
이번 청사진 발표 전까지 민간의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 CBDC에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기대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태생적으로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어 금융당국에서는 예금토큰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먼저 민간의 스테이블 코인은 무기명 증서 방식으로 발행되어 소지자에게 청구권이 부여됩니다. 따라서 발행자는 환급 전까지 대차대조표에 어떤 변화가 없게 되죠. 그래서 신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액면가에서 할인되어 거래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과거 미국 자유은행시대에 무기명증서 방식으로 발행된 은행 민간화폐가 최대 20%까지 할인되어 유통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스테이블 코인이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되는 경우들을 보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기도 했죠.
반면에 예금토큰은 현재 2단계 통화시스템과 동일하게 지급인의 예금계좌에서 차감된 금액만큼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됩니다. CBDC에 기반한 이중통화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금융규제나 감독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안전장치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죠. 기존의 예금 관련 규제체제가 상당 부분 그대로 적용되면서 Soft Landing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출처: Taming Wildcat Stablecoins
그렇다면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는 어떨까요? 21년 미 연준 이사회 의원인 제프리 장(Jeffery Zhang)과 예일대 교수 게리 고튼(Gary B. Gorton)은 ‘Taming Wildcat Stablecoins’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①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를 은행으로 취급하고 은행과 동일한 규제(예금보험 등)를 적용한다.
②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미국 국채나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등을 통해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게 하고 그 액면가를 1:1로 보증하도록 강제시키는 법을 제정한다.
③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민간 스테이블 코인에 과세하여 시장에서 서서히 배제시킨다.
이번 시간에는 중앙 은행 디지털 화폐 CBDC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이처럼 우리 생활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습니다. 뷰티 회사에 다니는 우리가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 좋겠죠?
어려운 내용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라이트한 주제로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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