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ESG의 가운데 위치한 단어 Social(사회) 주제를 소개합니다. 우리말로 사회라고 부를 수 있지만, S를 부르는 명칭을 다른 관점으로 제안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우리를 지칭하는 ‘사람[사ː람, saram]’ 발음 그대로 시옷(S) 음절을 가져온 약자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S를 ‘사람’을 중심으로 그리고 ‘사람’을 위한 경영이라는 의미로서 조금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LX인터내셔널
먼저 Social과 관련된 키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의 ESG 경영에 있어서 S의 핵심은 직원, 공급망(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 책임을 가져야 하고 이들에 대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첫 글자를 약어로 하여 DE&I라고 부릅니다.
기업의 조직 문화로도 강조되는 이 개념 중 특히 형평성(Equity)은 자칫 평등(Equality)과 혼동될 수 있는데요. 형평성은 조직원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평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개인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인종, 성, 경제상황, 장애 등을 뜻합니다. 우측의 그림을 보면 두 개념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 IISC
▲출처 : IISC
한편 기업들의 ESG 트렌드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요. 첫째는 환경(E) 영역의 부정적 영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며, 둘째는 사회(S) 영역의 긍정적 임팩트를 측정하고 전파하려는 움직임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기업의 사회적 경영 영역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포용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
▲출처 : 넷플릭스홈페이지
넷플릭스는 2021년 업계 최초로 포용성 보고서 (Inclusion Report)i를 발간하며 회사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어떻게 실천되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밝히고 있는데요. 임직원뿐 아니라 스트리밍 컨텐츠 등장인물의 젠더, 인종 구성까지 분석하여 수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즐거워야 할 뿐만 아니라 편견에 맞서고 공감과 이해를 확대해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정의도 인상적인데요. (기후변화나 인권에 관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삶과 문화를 반추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포용 렌즈(Inclusion Lens)’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기업에서 포용성을 실현하는 일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포용전략팀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직원 개개인이 포용을 염두에 두고 회사의 모든 이슈와 결정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배제하지는 않았는지 ‘렌즈’를 장착하고 꼼꼼히 따지는 문화로 기업 안팎의 포용을 모두 아우르는 것입니다.
▲출처 : 넷플릭스홈페이지
▲출처 : 넷플릭스홈페이지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막대모양의 문고리,저상 시내버스 등이 대표적인 일상 속 사례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한 건축물과 시설물을 설계하는 방법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환경을 아우르는 범위로 확대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또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며, 장애를 가진 사용자뿐 아니라, 고령자와 어린아이, 외국인 등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사용자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출처 : LG홈페이지
기업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여 소비자를 포용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데요. 그중 LG전자 TV 사업은 새로운 비전으로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고 지속되는 경험’을 제시하며 시각장애인 고객을 배려한 음성 안내 기능을 제공합니다. 모든 LG 가전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점자스티커를 고객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기도 하고, 점자 해독을 하지 못하는 저시력자를 고려하여 직관적인 아이콘을 함께 삽입함으로써 많은 사용자가 제품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의 유니버설 제품 디자인 또한 화장품 유형을 구분할 수 있는 점자 표기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을 위해서는 반복 사용이 가능한 점자 태그를 개발하였고, 메이크업 제품의 세부 컬러까지 정보의 범위를 확장하며 누구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아모레퍼시픽
평등을 넘어선 형평성
앞서 개념적으로만 언급하였던 형평성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애플 CEO의 중대 발표가 예고되었던 지난 2021년 1월 애플은 신제품이나 혁신기술 대신 인종 간 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브(Racial Equity and Justice Initiative: REJI)를 발표했습니다. 수차례 인종차별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이어지며 세계적인 차별 반대 시위가 열리던 시기였기에 CEO는 “우리는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만들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기회를 막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불평등을 타파하는 1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흑인 대학을 위한 글로벌 혁신 및 학습 허브를 설립하는 등 유색 인종 커뮤니티의 기회를 확대하고 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에게 코딩 및 IT 교육을 제공해 차세대 개발자와 리더들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출처 : 애플보고서
기업으로부터 사람에게로
더 나아가 기업이 전문성을 가지는 영역에서 시작한 활동이 지역사회와 사람을 향한 기여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대국민 바른 식습관 캠페인을 운영하는 풀무원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아이 스스로 바른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시작한 이래 1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출처 : 풀무원CF
코카콜라는, “코카콜라는 전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데, 의약품은 왜 안 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라스트 마일 프로젝트’는 인구의 절반이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오지에 필수 의약품을 제공합니다. 코카콜라의 뛰어난 공급망과 유통 시스템, 전문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코카콜라처럼’ 세계 어디에서든 의약품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였죠. 2010년 탄자니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필수 의약품을 5,500개의 보건 시설에 제공하며 배송일 역시 30일에서 5일로 줄였고, 아프리카 10개 국으로 확장하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아름다움이 사람과 세상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믿으며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암 환자의 치료 후 일상 복귀를 돕는 메이크업 교육과 코로나 이후의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한 뷰티 테라피, 뷰티 업계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 직무 멘토링 등을 통해 우리회사의 뷰티 전문성을 다시 지역사회와 가치 있게 나누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 아모레퍼시픽
▲출처 : 아모레퍼시픽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ESG를 구성하는 S가 Society(n. 사회)가 아닌 Social(a. 사회적)을 쓰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편의상 우리말로는 ‘사회’ 라고 통칭하나, 사실은 사회적 가치, 사회적 영향, 사회적 책임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마침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향하는 경영 방식이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ESG의 Social, 무엇보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로 공감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 https://about.netflix.com/ko/news/2022-inclusion-report-update 넷플릭스의 2022년 포용 보고서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