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그렇다. 나는 Louis Vuitton 브랜드를 좋아한다. 명품이라서라기보단 그들의 가치를 좋아하는데 이번 24 S/S Men 컬렉션이 그 정수를 보여줬다. Louis Vuitton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아티스트 Pharrell Williams를 택한 것.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정식으로 밟지 않은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대단한 도전이며 예술 산업의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션 출신답게 쇼 후반에 가스펠 공연이 배경음으로 깔리며 단숨에 런웨이를 하나의 무대로 바꿔 놓았다. 서울 백스테이지 메이크업 현장 경험이 있던 나로서는 그곳이 얼마나 가슴 뛰는 곳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예술 장르를 접목하는 이 브랜드의 가치에 감동하곤 한다.
아무리 패션 산업과 예술이 접목됐다 하더라도 컬렉션을 책임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임명할 때는 유리 천장이 존재할 텐데,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은 꽤 용감한 결정인 듯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화장품 산업에서 가장 예술적 영역에 가까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남성복 컬렉션의 주요 패션 트렌드와 남성 모델들의 메이크업 데이터를 분석하여 향후 맨즈 그루밍 트렌드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Menswear Fashion & Beauty Trend
2024 S/S
Men’s Fashion Trend - 2024 Spring / Summer
1. Various Check Pattern
Stefan Cooke, London
Nicholas Daley, NY
Louis Vuitton, Paris
타탄 체크(tartan check)는 2, 3중으로 겹쳐진 복잡한 무늬를 말한다. 23 F/W 컬렉션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체크 패턴이다. 클래식하면서도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가진 패턴으로 색상, 크기, 선의 면적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패션 하우스 중에서는 주로 Burberry 컬렉션을 떠올릴 수 있다. 이번 24 S/S Men 컬렉션에서는 다수의 브랜드에서 나타났으며 셋업, 캐주얼, 그리고 스트릿 무드 전반적에서 바둑판 무늬 체크 테일러링이 다중적 느낌을 살리는 포인트로 사용되었다.
Spring/Summer 컬렉션답게 모노톤을 벗어나 파스텔 톤의 패브릭 소재가 주를 이뤘으며, 비슷한 계열의 색채로 간결함을 나타내어 파워 드레스업의 느낌은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2. Somewhere Between Graphic Logo & Meaning
Martine Rose, London
Dhruv Kapoor, Milan
Vetements, Paris
네오 펑크룩을 기조로 웨어러블 하지만 펑키하거나 반항적인 면모는 덜어낸 텍스트 로고 스타일이 재해석되었다. Martine Rose 런웨이에서는 브랜드 앞 글자만 딴 로고에 음각과 그래픽 요소를 섞어 캐주얼한 느낌을 주었다. 글자가 들어가면 자칫 너무 Young한 의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스타일링이 쉽지 않지만 Martine Rose 컬렉션처럼 오버사이즈 자켓과 매칭하거나 Dhruv Kapoor 컬렉션처럼 셔츠 형태로 매칭하게 되면 실용적이면서도 포멀한 느낌을 줄 수 있다.
Vetements의 컬렉션의 이번 수퍼사이즈 후드티는 기존 오버사이즈 후드티보다 16배 크게 만들어 ‘16 XL’라는 그래픽 텍스처를 사용하였고, 드레스 마네킹을 하이테크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패션 하우스에서도 AI를 이용한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예술과 하이테크의 접목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Men’s Beauty Trend - 2024 Spring / Summer
1. Subtle Men’s Under Eyeliner
Dior Men, Paris
Dolce&Gabbana, Milan
Fendi, Florence
메이크업에서 형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방법은 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인데, 피부색과 반대되는 색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티가 많이 나 옴므 메이크업에서는 그렇게 많이 선보이진 않았다. 그런 메이크업 기조가 젠더 플루이드 트렌드를 만나며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Dior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im Jones는 ‘New Look to New Wave’이란 주제로 이번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여성복의 문화에서 착안된 무드가 적용되었다고 전했다. 아이라이너 때문에 너무 페미닌해 보이지 않지만 안광이 살아 있는 듯한 또렷한 눈매를 만들어준 것이 키포인트로, 여성적 느낌은 배재하면서도 남성들의 그루밍 업그레이드를 위한 메이크업 무드를 적용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음영감은 거의 제거된 단색의 브라운과 블랙 아이라이너를 사용해 눈 밑 부분을 강조한 메이크업을 살펴볼 수 있다.
데일리 아이 메이크업 중 남성들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동공 바로 밑에만 선을 넣어주는 것. 위의 컬렉션처럼 살이 보이는 하단 점막에 모두 그리지 말고 동공이 맞닿는 부분에만 라인을 그려 주면 눈 크기가 커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눈을 크게 만들어 보고 싶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Blusher Stroke
Dolce&Gabbana, Milan
Charles Jeffrey Loverboy, Milan
Lazoschmidl, Paris
최소한의 커버리지로 피부 톤은 균일하게 함은 물론, 굴곡진 부위에 맞춰 컬러감으로 태양빛에 그을린 듯한 느낌을 주는 메이크업 룩 또한 트렌드 중 하나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던 남성 메이크업에 원컬러의 색상을 사용하여 치크 부분 외에도 컬러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컬러 플레잉을 통해 블러셔의 스트로크가 직접적으로 보일 정도로 만들어주었는데, 이때 피부가 잘 정돈되어 있어야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유니크함과 미니멀함을 알맞게 믹스하고 싶다면 원컬러를 사용해 혈색을 살리면서 피부 표현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얇고 넓은 면적에 도포하는 것이 포인트.
젠더 유동성이 높은 미국의 콘텐츠 토론 웹사이트 Reddit의 경우, 남성 블러셔에 대한 게시물에 좋아요 개수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리퀴드 블러셔를 사용하면 촉촉함이 가미되어 피부가 건강해 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사용법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는데, 리퀴드는 고발색이기 때문에 소량만 바르면 자연스럽게 혈색 있는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봤을 때 블러셔를 상당히 자주 시도해 본 남성의 게시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성 립밤이 더 이상 무색으로만 나오지 않는 것처럼, 가벼운 ‘혈색주기’가 이제 남성 그루밍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3. Centralized Highlight
Wooyoungmi, Paris
Paul Smith, Paris
Emporio Armani, Milan
요즘 피부와 관련된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텍스처에 상관없이 ‘광채’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촉촉함이 어느 정도 있는 피부 상태를 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업과 결점 없는 피부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S/S Women 컬렉션과 함께 이어지고 있는 포인트다.
대학내일의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들 사이에서도 럭셔리 셀프 스킨 케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피부에 있어서 공을 들이는 것은 그 사람의 총체적인 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는 비결이 바로 좋은 피부라고 하지 않는가! 이번 컬렉션에서는 특히 얼굴에 전체적으로 보습감을 살려 건강한 느낌을 내는 것을 넘어서, 부분적으로 광채를 주었다. 수분이 많으면 빛이 반사되며, 그 존재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고급스러운 악세서리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수수한 메이크업과 헤어가 병행되며 전체적으로 매끈해 보이고 빛나는 베이스를 깔되, 부분적으로 눈 앞머리 밑을 밝혀 중안부가 길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안색을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올 한 해 글램 스킨 메이크업 방법으로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 메이크업 방법이 돋보였지만 이번 패션 하우스 남성 컬렉션에서는 빛 굴절률이 높은 글로우 피그먼트가 함유된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여 피부 밖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수분으로 피부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4. Slicked-Back Hairstyle
Giorgio Armani, Milan
Ludovic de Saint Sernin, Paris
Egonlab, Paris
2023년에 올드머니룩이 강타했던 것과 비슷한 기조로, 2024년 옴므 컬렉션 헤어스타일링에서는 콰이어트 럭셔리가 메가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풍성한 머리숱을 바탕으로 한 올백 스타일링은 남성성에 기반한 테일러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데, 클래식함을 풍부하게 녹여 내면서도 브러시 자국이 그대로 남아 화려함까지 갖춘 Slicked Back 헤어 스타일링이 다수의 컬렉션에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이커 문화와 맞닿으며 가장 남성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이번 스타일링은 헤어에서는 빛이 반사되어 반짝임이 있지만 메이크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송함을 살려 준 것을 볼 수 있으며, 눈썹을 일자 형태로 만들어주어 가장 기본적인 남성형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전체적으로 젠더 유동적 성격과 전형적 남성형이 공존하며, 남성 그루밍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글
이진수, 차민경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프로팀
본 자료에 활용된 메이크업 트렌드 키워드는 메이크업 프로팀(Hera Div.)에서
다수의 디자이너 컬렉션의 메이크업을 직접 수집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참고자료 http://spotlight.launchmetr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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