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쓰고, 탐구하는 큐레이터, 추성아 - AMORE STORIES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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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고, 쓰고, 탐구하는 큐레이터, 추성아



아모레퍼시픽은 ‘기술과 정성으로 아름다움과 건강을 창조하여 인류에 공헌한다’라는 한결같은 꿈으로 기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소명을 가지고 모든 존재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며 그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New Beauty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우리와 같이, 혹은 다른 방식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모레스토리가 세계를 무대로 아름다움을 완성해 가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아홉 번째 주인공은 리움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다가오는 제2회 프리즈 서울의 프리즈 필름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한 추성아 큐레이터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기에, 아름다움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은 남을 좇지 않고, 진정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데서 탄생하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저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중심을 잃지 않고, 작은 것에 감탄하며 한결같은 일상을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 추성아에게 아름다움이란... < 인터뷰 중 발췌 > -
추성아 큐레이터가 아모레스토리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자이자 예술적 담론을 생산하는 큐레이터는 미술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태도, 작가와 작품, 기관 사이를 오가며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합니다. 이는 곧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코디네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독립 큐레이터로서의 시간을 거쳐 현재는 리움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 중인 추성아의 면면을 묘사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추성아는 지난 10여 년간 미술관과 갤러리, 독립공간 등 아트씬의 다양한 주체 사이를 그 누구보다 에너제틱하게 누비며 국내 미술계에 다양성과 새로운 시각을 수혈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오는 9월 열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특별 프로그램인 프리즈 필름에 공동 기획자로 참여해 독립적인 성격의 예술공간과 협력하여 국내 아티스트들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죠. 아모레스토리가 그녀를 만나 큐레이터로서의 삶과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국내 아트 씬을 종횡무진하며 활약 중인 추성아 큐레이터

Q. 그동안 큐레이터로서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갤러리부터 비영리, 영리 독립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기관에서 7여 년간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했습니다. 아마도예술공간, 두산갤러리, 보안여관, 플랫폼엘 등에서 전시를 기획했죠. 이후 다시 미술관이라는 제도로 들어와 현재는 리움미술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Q. 리움미술관에 소속되기 이전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신 점이 인상 깊은데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을 쉬지 않고 어시스트하면서, 제 이름을 걸고 직접 전시를 꾸리고 싶은 목마름이 컸습니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 사물들: 조각적 시도 >로 공식 데뷔한 이후 본격적으로 독립 큐레이터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독립 큐레이터는 영리 혹은 비영리의 특정 기관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큐레이터를 말합니다. 작가들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긴밀하게 교류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죠. 이런 과정은 전시를 기획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 프라임 모뉴먼트 》 전경 이미지, 2021, N/A, 사진: 김경태
《 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 》 전경 이미지, 2020, 갤러리2, 사진: 조준용
《 Ziggy Stardust 》 전경 이미지, 2022, N/A, 사진: N/A / 《 백현진: 퍼블릭 은신 》 전경 이미지, 2021, 로얄엑스, 사진: 정희승

Q. 그 어느 때보다 큐레이팅의 가치와 큐레이터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큐레이팅은 무엇이며, 큐레이터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큐레이팅(Curating)’은 본질적으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하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또한 큐레이터는 단순히 전시 형태로 발표하는데 국한하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는 것과 더불어 시의성을 고려해 본인이 갖고 있는 발상과 감각을 수면 위로 시각화해야 합니다. 완전한 새로움은 존재하지 않기에, 새로운 맥락 위에서 어떻게 미술을 재해석하여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수반되어야 하죠.

Q. 큐레이터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해 ‘넓고’ ‘깊게’ 알아야 할 텐데요. 미술에 관한 지식을 무엇을 통해 얻으시나요?


어떤 전시든 조금이라도 관객이 공감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질문 혹은 누군가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았던 질문들을 공감의 형태로 가시화하는 방식으로요. 이렇듯 저는 사적인 지점이 근본적인 질문들로 도출된다고 생각해, 가장 개인적인 상황과 감정으로부터 영감이나 지식을 얻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시사와 시각예술의 매체적 형식을 엮는 것에 주목하는 전시를 기획해 왔는데요. 특히 < 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 >(갤러리 2), < Shadowland >(아마도예술공간), < 프라임 모뉴먼트 >(N/A), < Ziggy Stardust >(N/A) 전시는 루이스 캐럴의 특정 서사시들과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유스 그룹(Youth Group)의 앨범 등을 참조했습니다.

Q. 문학평론가, 시인 등 전문적인 필자들이 쓴 양질의 에디토리얼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텍스트를 통해 미술을 소개하는 플랫폼 ‘BGA(백그라운드아트웍스)’를 동료들과 함께 만들기도 했는데요. 미술 작품의 가치를 알리는 데 있어 텍스트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미술과 언어 즉, 텍스트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텍스트는 작업을 들여다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업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작가의 의도, 그리고 작품을 여러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죠. 다른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는 역기능도 있긴 하지만요. 한편 미술에서 통용되는 글쓰기의 방식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요. 물론, 쉽게 읽히는 글쓰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저희가 오랜 기간 훈련해 온 특정 표현 방식과 구사하는 단어들은 미술의 역사와 비평, 그 맥락 위에서 작동해 왔기에 더 간소화되거나 쉬운 용어로 대체되었을 때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좌) 홍이현숙, < 석광사 근방 >, 2021, 작가 제공 (우) 오묘 초, < 배럴 아이 >, 2022, 작가 제공

Q. 올해 프리즈 서울의 프리즈 필름 프로그램 < It was the way of walking through narrative >를 기획하셨습니다.


필름은 제2회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기 이전인 8월 22일부터 오픈해 3주 동안 이어지는 올해 프리즈 필름은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디렉터인 김성우 큐레이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둘 다 동시대 한국 미술의 지형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최전방의 비영리 독립 공간들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기에, 그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아트 이벤트인 프리즈를 통해 관객에게 비영리 미술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 프리즈 필름은 상징적인 1세대 독립 공간 인사미술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비영리 독립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또한 특정 주제에 국한하기보다 비인간, 신체, 이미지와 사회, 집단기억, 삶과 생태 환경적 접근, 가상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영상 미학에 대한 실험 등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한 완성도 있는 영상 작업을 선보입니다. 이는 ‘발굴로서의 서사’라는 프로그램의 키워드로도 수렴되죠.

Q. 프리즈 서울이 처음 열렸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프리즈 서울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올해의 관람 포인트 역시 프리즈 필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의 프리즈 서울은 축제 같았던 분위기에 비해 실질적으로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고 있는 공간과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이 여럿 소외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는데요. 이번 프리즈 필름을 통해 시장의 논리 위에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독립 공간들과 국내 작가들을 해외 관객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홍보와 접근성이 부족했던 작년의 프리즈 필름에 비해 올해는 불특정 다수 관객의 접근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상영의 방식이 아닌 전시 형태로 기획하고, 독립 공간의 연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었습니다.

Q. 아모레퍼시픽은 창업자 서성환 선대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에 기반하여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개관하였으며, 2009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Amorepacific Museum of Art)으로 명칭을 바꾸고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전시와 연구,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미술에 관한 아모레퍼시픽의 발자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내에 사립 미술관은 많지만,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가진 곳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경우 현대미술 중심의 유의미한 소장품들을 구축하고 있고, 국내에 해외 주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굵직한 전시를 선보여 왔습니다. 특히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용산 본사 공간에서 열리는 소장품전과 기획전은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서울에 방문하는 해외 미술계 방문객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Q. 아름다움에 대한 큐레이터님만의 정의를 내려주신다면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기에, 아름다움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은 남을 좇지 않고, 진정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데서 탄생하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저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중심을 잃지 않고, 작은 것에 감탄하며 한결같은 일상을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Q. 미술과 아름다움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미술이 곧 아름다운 것, 혹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관객은 미술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하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에 국한된 아름다움을 좇는 것이 아닌, 작가, 작품, 전시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고, 어떤 맥락 위에서 전달되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것은 보는 이들 각자의 몫이지 않을까 해요.

Q.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에 특별히 영감을 준 사람이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와 특별한 우정을 쌓아온 외할아버지, 그리고 음악입니다. 저와 매우 비슷한 성향의 외할아버지는 어린 저를 데리고 서점이나 공원, 뒷산에 다니셨습니다. 항상 책을 달고 사셨고, 평생 글 쓰는 습관을 유지하셨죠. 또한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태도를 저에게 심어 주셨습니다. 나의 삶을 마주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수용하는 태도 등 과거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던 것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이외에 음악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음악은 시간을 품은 것이기도 하고, 배반하지 않으며 한결같죠. 저를 위로하거나 붙잡아 주기도 하고, 감각을 끌어내는 동시에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좌) 《더 프리퀄》에서 강재원의 < Exo_5 >(2022) 퍼포먼스 리허설 이미지, 2022, 플랫폼엘
(우) 《더 프리퀄》에서 홍승혜의 < Moonlight >(2022) 퍼포먼스 이미지, 2022, 플랫폼엘

Q. 시대정신에 따라 세상의 아름다운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뉴 뷰티 New Beauty’를 지향하는 아모레퍼시픽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이 어떤 역할을 하기 바라세요?


획일화되거나 인위적인 미가 아닌 자연스러운 미를 추구하는 브랜드, 또한 미래 환경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혹시 아모레퍼시픽에 관련된 사적인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떤 잡지인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대학원생 때 설화수 제품 사용 후기를 전하는 인터뷰에 참여해 잡지에 실린 적이 있어요. 또 저의 어머니는 설화수 브랜드가 생겨난 이후로 지금까지 설화수만 사용하십니다. (웃음)
김주리 개인전 《 0개의 기둥 》, 2022, TINC, 사진: 신채영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프리즈 서울 이후 하반기는 리움 미술관의 내년도 상반기 전시 준비에 매진해야 합니다. 외부 프로젝트의 경우, 독립 큐레이터로서 활동할 때처럼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최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글쓰기는 주요 국공립 기관과 관련된 비평 프로그램과 같이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지속하고 있습니다. 미술계 안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호흡으로 봐야 하므로 지구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사진 신채영, 추성아 제공
에디터 안동선, 이정미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전체 인터뷰, 영상,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아모레스토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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