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 인사이트 #1
글
강예린 CSR팀
Editor's note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자로 공동체 내에서 인종,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구성원이 공평하게 존중받고,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의를 보자마자 ‘지루한 내용이겠군’ 하고 페이지를 닫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어려운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경제, 정치, 사회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입니다. DEI 담당자로서 접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칼럼에 풀어낼 예정이니 편하게 쓱 읽어주세요.
※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전략 설명을 위한 인용 목적으로 OpenAI 로 제작 활용했습니다.
#INTRO
올해 3월에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를 보셨나요? 저는 우연히 예고편을 봤는데요. 주인공을 보자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원작의 ‘Snow White, 눈처럼 흰 피부라서 백설공주’라는 설정을 뒤엎었기 때문이죠. 2023년에 이슈가 되었던 영화 ‘인어공주’도 비슷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디즈니는 왜 이렇게 캐스팅을 할까?’ 하고 의문을 가진 분들이 실제로 많았다고 해요. 디즈니는 꽤 오래 전부터 인종과 성별, 종교 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배척하는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해왔습니다. 기조가 어떠하든 DEI는 항상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칼럼에서는 이슈메이커 ‘DEI’는 어떻게 시작이 되었고,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인종 차별’에서 시작되다
앞서 언급한 디즈니 캐스팅도, 그리고 DEI의 시작도 모두 ‘인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거주하는 다인종 국가인데요. 그러다 보니 인종 차별이 만연하던 시기가 있었고,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흑인과 기타 소수 민족들이 인권과 평등을 요구하는 민권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때 민권법이 제정되면서, 미국은 인종·종교·성별·피부색·출신국을 기반으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직장에서의 차별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기구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1970~80년대에 많은 노동자들이 이 기구에 차별 문제를 제기했고, 기업들은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차별적 관행을 바로잡았으며, 이는 다양성 정책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민권운동’이 등장하며 또 한 번의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 Black Lives Matter
출처 : ‘Black Lives Matter’ 경향신문 기사 이미지
Black Lives Matter(BLM)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2012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 방범요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2013년 소셜미디어에는 # Black Lives Matter 태그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2020년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자 BLM 운동이 재확산되었습니다. 실제 2020년 5월부터 8월까지 미국 50개 주 2,440여개 지역에서 7,750건 이상의 BLM관련 시위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BLM 운동이 DEI 정책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정 인종의 이야기가 아닐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그 정도가 다를 뿐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한 번쯤 겪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위를 보며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관광객이나 아시아인이 보기 드물었던 외곽 도시였기에, 저를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나 눈을 찢는 행위 등의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습니다. 저는 잠시 경험했던 일이지만, 누군가 일상적인 ‘차별’을 겪는다면 세상을 향해 다양성을 존중해달라고 외칠 것 같습니다.
이렇게 DEI 담론이 더욱 확산된 계기는 ‘인종’ 관련 시위에서 비롯되었지만, 성별, 성적 지향, 연령, 장애, 종교, 문화, 배경 등 여러 영역에서 다양성 존중이 점차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DEI 관련 논의가 과거 대비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2 이슈메이커 DEI! 왜?
최근 10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알게 모르게 DEI를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출처 :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은 기존 사회의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요. ‘누구는 보호받고, 누구는 방치되는’ 차별이 드러나며, 저소득층, 유색인종, 이민자, 장애인 등이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외에도 성별, 세대, 계층 간 갈등도 DEI의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 때 굉장한 이슈였던 ‘Me Too’ 운동은 직장 내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조직들이 성평등과 포용성을 강화하도록 만들었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보수와 진보 간의 극심한 이념 대립이 심화되며 서로에 대한 혐오 표현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모든 차별과 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SNS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더욱 DEI의 필요성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것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경쟁력’ 관점에서도 DEI가 중요해졌습니다.
출처 : The official Microsoft Blog
2020년부터 글로벌 투자사들은 기업의 미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ESG에 더욱 주목하였고, ESG 평가에서 DEI를 ‘S(Social)’ 항목의 핵심 지표로 간주하며 투자 판단 요소로 삼았습니다. ‘여성 이사 없으면 투자하지 않겠다’와 같은 기준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DEI가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자, 당시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넷플릭스 등은 지속가능보고서 외에도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일부 기업은 전담 책임자(CDO)까지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반다양성 정책’으로 인해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대형 투자사들이 DEI 관련 투자 기준을 철폐하거나 후퇴시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투자사들은 “DEI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의무화된 투자 기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며 완전한 철회가 아닌 자율적인 기업 문화 개선 및 다양성 존중은 계속 장려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스탠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DEI의 본질은 놓치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인데, 앞서 언급한 사회적 흐름의 변화 등으로 인해 다양성을 존중받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개개인의 니즈는 더욱 더 커져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업이 이러한 DEI 이슈를 간과했을 때, 여러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출처 : 로이터 뉴스핌 ‘인도의 상점 판매대에 있는 유니레버 미백 크림’
‘Fair & Lovely’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직역하면 ‘피부가 하얗고 사랑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유니레버의 ‘Fair & Lovely’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가나 등에서 많이 팔리는 주력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도 미국에서 전 세계로 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 움직임에 미백 제품명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이 제품 또한 ‘하얀 피부가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인식되도록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당시 해당 제품의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에 1만 8천명이 동의 서명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유니레버는 제품명을 ‘Glow & Lovely’로 변경하였고 추가적으로 ‘보통’ 또는 ‘정상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Normal’의 사용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와 같이 기업이 DEI 이슈를 간과하면 소비자 불매, 소셜 미디어 비판, 투자 철회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해외에서는 ‘인종’과 관련하여, 국내에서는 ‘젠더’와 관련한 리스크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기업의 경쟁력 관점에서도 DEI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3 아모레퍼시픽의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
출처 : 2023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속가능성 보고서
아모레퍼시픽 또한 DEI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2021년에 구성원의 다양성 존중과 나아가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다양성 & 포용성 정책’을 수립하여 공유했습니다. 이외에도 지속가능경영목표인 ‘2030 A MORE Beautiful Promise’ 5대 약속 중 하나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사내외에 확산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조화로운 성장을 구현한다’를 선포하였습니다.
이러한 약속을 바탕으로, 2023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님을 초청해 ‘유리한 다양성, 이제는 섬세하고 다양성 있는 접근이 중요하다’를 주제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대상 DEI 인사이트 관련 특별 강연을 열었습니다.
출처 : (좌) 여성의 날 맞이 다양성 특강
(우) 신규 경력 입사자 대상 DEI 교육
또한 2024년부터 신규 입사자들이 다양성·포용성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안을 제작하여 정규 교육으로 도입하였습니다. 신입사원 대상으로는 자사의 정책과 운영 사례를 담은 이러닝 컨텐츠를 제공했으며, 신규 경력 입사자 대상으로는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사례 스터디 뿐 아니라 무의식적 편견을 깨닫는 액티비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My name is 가브리엘’ 예능
교육의 시작은 예능 프로그램 ‘My name is 가브리엘’처럼 ‘타인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으로 구성했는데요. 나와는 다른 어떤 인물을 정해 이 인물이 겪게 될 고정관념을 직접 적어보는 것이죠. 교육에 참여하신 분들은 타인이 겪을 고정관념을 평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당연해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구나’를 느끼셨다고 해요. 그 누군가가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 분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이외에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OUTRO
이슈메이커 OOO! 빈칸을 보고 ‘어떤 이슈이길래?’ 하고 클릭하셨다가 ‘나와 상관없는 이슈네’라고 생각하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위에서 다룬 내용처럼, DEI의 범위와 영향력은 커져가기에 언젠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칼럼을 통해 DEI 인사이트를 얻어보면 어떨까요? 그럼 다음 칼럼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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