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엔 갤러리스트 알민 레쉬 - AMORE STORIES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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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엔 갤러리스트 알민 레쉬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은 ‘기술과 정성으로 아름다움과 건강을 창조하여 인류에 공헌한다’는 창업자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에 맞게 변모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소명을 가지고 모든 존재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며 그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New Beauty의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우리와 같이 혹은 다른 방식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의 제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을 뉴스스퀘어가 찾아가 인터뷰했습니다. 
 뉴스스퀘어 특집 기획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에서는 19세기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오르세 미술관의 큐레이터,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인플루언서이자 패션 브랜드 창립자...등 
세계를 무대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의 제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매달 한 명씩 만나볼 예정입니다.

그 첫 주자로 파리, 런던, 상하이, 브뤼셀 등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7개의 전시 공간을 열고 현대 미술가들을 소개하는 메가 갤러리 알민 레쉬의 알민 레쉬 대표입니다.







존재의 내면에서 비롯된 가치와 외형적인 형상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을 모두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하지만 내면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이 없다면 외형적이고 형상적이며 관습적인 아름다움은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요.


- 알민 레쉬에게 아름다움이란… <인터뷰 중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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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

파리지엔 갤러리스트 알민 레쉬



Portrait of Almine Rech
Courtesy of Almine Rech - Photo: Jouk Oosterhof

1989년, 유럽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국의 개념미술가들-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존 맥크래켄(John McCracken),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를 소개한 이래 알민 레쉬(Almine Rech)는 유럽 현대 미술계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여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막강한 작가 라인업을 자랑하는 메가 갤러리들 가운데 알민 레쉬는 독특한 지점에 있다. 오는 10월과 11월 알민 레쉬 갤러리의 프로그램만 봐도 이 갤러리의 다채로움과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상하이 지점에서는 알렉산드르 레누아 (Alexandre lesnoir), 런던에서는 나탈리 메리 퀸(Nathaniel Mary Quinn), 파리 중심가의 마티뇽 지점에서는 칼더(Calder)의 전시가 열린다. 뉴욕의 르코르부지에(LeCorbuiser), 브뤼셀의 마들린 그린(Madelynn Green), 파리 마레 지점의 본 스팬 (Vaugh spann)까지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른 작가들이다.
알민 레쉬는 남성 갤러리스트들이 대세인 현대 미술계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경력을 가진 여성 갤러리스트다. 20세기 초반 전위적인 유파였던 인상파를 소개했던 유명 화상 폴 뒤랑 뤼엘 (Durand-Ruel) 이래 갤러리스트는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영역 이었고 이 점은 21세기에도 변함이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스트 중 한 명인 알민 레쉬에게 갤러리스트의 역할에 대해 먼저 물었다.



Q.

당신은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진 갤러리의 창립자이자 운영자이기도 해요. 갤러리스트로서 당신은 어떤 일을 하나요? 미술 시장에서 갤러리스트의 역할이란 어떤 것으로 생각하나요?


갤러리스트의 역할과 업무는 매우 다채롭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역시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입니다. 아티스트의 스튜디오에 가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와 일을 할 수 있는지, 우리 갤러리와 맞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보는 일이 중요하죠. 또한 갤러리의 프로그램부터 페어에 참가해 보여줄 작품 선정, 부스에 작품을 거는 방식까지 일일이 챙깁니다. 현대 미술 시장에는 갤러리스트만큼이나 예민한 감각과 촉수를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는 컬렉터들이 많습니다. 컬렉터와 박물관들은 공통적인 시선과 취향을 가진 갤러리들을 늘 지근거리에서 유심히 바라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는 갤러리의 전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Q.

‘알민 레쉬’라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갤러리를 보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갤러리 알민 레쉬가 어떤 갤러리로 알려지길 바라세요?


Almine Rech Paris, Matignon, 2022
Courtesy of Almine Rech



사실 도통 내걸 만한 그럴듯한 이름을 찾지 못해 내 이름을 걸었어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다행이지요. 저는 알민 레쉬가 다른 무엇보다도 20세기와 21세기 현대 미술 씬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갤러리이기를 바랍니다. 미술계의 영역이나 세대 같은 그 어떤 인위적인 구분에 구애받지 않는, 언제나 아티스트 들의 자유와 시대에 대한 그들의 비전을 변호하고 지지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오늘날 갤러리스트라는 직업과 박물관의 큐레이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Almine Rech Paris, Turenne, 2021
Courtesy of Almine Rech - Photo: Rebecca Fanuele



예전에는 박물관의 전시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가 전혀 다른 직업이었습니다.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주요 관심사는 오래전부터 미술사에서 인정받아온 아티스트들에게 한정되어 있었으니까요. 학예사에 더 가까운 개념이었달까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두 직업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죠. 박물관에서도 점점 더 많은 동시대 아티스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두 직업 사이를 가르는 차이들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라면 속도와 리듬을 들 수 있겠죠. 박물관은 일종의 흥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프로젝트는 통상 갤러리의 전시에 비해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며 규모도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중문화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크다는 점에서 갤러리의 프로그램과는 구분됩니다.




Q.

유럽의 많은 갤러리스트들 중에는 가족 사업으로 갤러리를 이어받은 경우가 많아요. 당신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드문 사례입니다. 어떻게 갤러리스트라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Portrait of Almine Rech
Courtesy of Almine Rech - Photo: Léa Crespi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데생과 회화 수업을 열심히 받았습니다. 파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루브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루벤스 같은 지나간 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보고 파리의 공원에 전시된 훌륭한 조각 작품들과 현대 미술관에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며 살았어요. 미술 이외에도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그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도서관에서 많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 쪽으로 진로를 생각해본 적도 있었어요.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면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독 속에서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어낼 때까지 혼자서 견뎌야 한다는 것, 자신이 만족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자신을 투신하는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여전히 예술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경계를 넘어 갤러리스트가 된 건 그 때문입니다.




Q.

예술적인 가치를 알아보고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감식안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훈련으로 가능할까요?


감식안을 키우는 데는 타고나는 것과 훈련,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많은 작품을 보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따로 나만의 노하우라고 할 만한 방식은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한 시간이 쌓이면 쉽게 흥미롭지 않은 것과 흥미로운 것들을 분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흥미로운 것 중에서 보다 중요한 것, 실패를 무릅쓰고 라도 소개해 볼 만한 작품들을 선별해 내는 단계에 이를 수 있습니다.




Q.

아티스트들은 다가가기 힘든 사람들로 유명해요. 성격이나 카리스마가 범상치 않은 사람들도 많고요. 당신은 처음으로 전시를 진행했던 제임스 터렐과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아티스트들을 대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그건 진짜 간단해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 인간적으로 서로 이해하는 관계는 즉각적입니다.




Q.

성공적이며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갤러리스트가 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건 예술과의 끈을 놓지 않고 박물관이나 갤러리, 아틀리에를 드나들며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거예요. 늘 호기심이 넘치고, 열정적이어야 합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죠.




Q.

30년이 넘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를 꼽으시겠어요?


James Turrell, Prado, Red, 1968 - Light Projection piece / ©James Turrell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 Photo: Rebecca Fanuele



제임스 터렐과 함께했던 나의 첫 번째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빛의 효과를 재현하는 방법을 탐구한 터렐의 작품 특성상 조명 설치 작업 전시였는데 그때는 터렐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이전이었고, 유럽에서의 첫 소개였던데다 쉽게 팔리는 회화 작품이 아닌 조명 설치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주변인들이 실패할 거라 말했었어요. (1989년 알민 레쉬의 첫 번째 전시였던 제임스 터렐 개인전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터렐의 조명 작업을 소개한 전시였다. 미술 애호가들조차 공간에 빛만 들어차 있을 뿐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전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저의 시선을 끌었던 모든 작품과의 첫 대면은 늘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프란츠 웨스트(Franz West),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제프 쿤스(Jeff Koons), 후앙 유싱(Huang Yuxing), 하종현, 김창열, 김민정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순간들 말이죠.


Kim Tschang-Yeul, Waterdrops, 2002 -
Oil and acrylic on canvas - 80 x 80 cm, 31 1/2 x 31 1/2 in / © Kim Tschang-Yeul
Courtesy of the Estate and Almine Rech - Photo: Kitmin Lee


Ha Chong-Hyun, Conjunction 21-58, 2021 -
Oil on hemp cloth - 91 x 73 cm, 36 x 28 1/2 in / © Ha Chong Hyu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 Photo: Melissa Castro Duarte

Minjung Kim, The Street, 2022 -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 91 x 140 cm, 36 x 55 1/2 in / © Minjung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Almine Rech- Photo: Hyun Jun Lee






Q.

얼마 전 알민 레쉬에서도 참가했던 첫 번째 프리즈 서울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프리즈 서울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서울이 현대 미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요?


Courtesy of Almine Rech – Photo:Lea Crespi

<FRIEZE SEOUL INSTALLATION VIEW 2022>



미래를 점쳐본다는 건 항상 조심스러운 일이죠. 이번 프리즈 서울은 대성공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미술계가 한국의 컬렉터들과 예술 기관들의 힘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한 여러 한국 아티스트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서울이 전 세계 예술 지도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도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Q.

알민 레쉬 갤러리는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예정인가요?


2023년 뉴욕의 트라이베카에 두 번째 갤러리를 오픈할 예정입니다.(현재 알민 레쉬는 파리에 세 곳, 브뤼셀, 런던, 뉴욕, 상하이에 각각 한곳의 지점이 있다.) 더불어 한국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활동을 지속하고 싶어요. 얼마 전 한국 디렉터를 선임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한국의 예술 관계자들과 만남을 이어 나가며 한국 아티스트들을 면밀히 살펴보려 합니다.




Q.

갤러리스트나 아티스트나 모두 자기만의 아름다움의 정의를 갖고 있거나 그걸 찾아 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와 발맞춰 업데이트되는 애티튜드일 수도 있고, 유일무이한 고유성을 탐색하는 여정 일 수도 있고, 외부적인 미와 내부적인 미가 일치할 때가 비로소 궁극의 아름다움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매우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대표님만의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존재의 내면에서 비롯된 가치와 외형적인 형상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을 모두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하지만 내면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이 없다면 외형적이고 형상적이며 관습적인 아름다움은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갤러리스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잘 가꾸고 지속해야 합니다. 갤러리스트의 세계란 경쟁도 치열하지만 늘 새로운 재능에 열려 있는 세계이기도 하니까요.






※ 글 : 이지은 작가
    에디터 : 안동선 기자
    전체 인터뷰,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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