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ntastic한 핀란드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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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ntastic한 핀란드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와드를 하며 배운 북유럽 이야기
제1화. Finntastic한 핀란드
profile
칼럼니스트 | 노경모 님
럭셔리 브랜드 글로벌 GTM팀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저는 럭셔리 브랜드 글로벌 GTM팀의 노경모입니다.
지난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6개월간 북유럽 글로벌 와드*를 통해 -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로 -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 대해 스터디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책과 유튜브로 공부하다가 와드장님의 도움으로 북유럽 국가의 주한 대사관 직원분들,
국내 유학생들과 만나 책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저희 와드 멤버들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 여러분께도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첫 번째 국가를 소개하겠습니다.

*글로벌 와드(Ward) 

글로벌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아모레퍼시픽 구성원들이 모여 관심있는 국가 및 주제를 통해 탐구활동을 하는 자발적 학습 동아리




# INTRO
올해는 봄꽃이 유난히 서둘러 피었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의 뒷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4월까지도 눈이 덮여 있다는 핀란드를 떠올렸다. 까다로운 신용평가 기구의 조사에서 유로존 유일의 AAA등급을 받은 나라. 지구상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 북유럽을 통틀어 제일 예의가 바른 나라. 뛰어난 교육 제도로 전 세계 교육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는 나라. 또 러시아와 전쟁하는 중에도 사우나를 즐기던 나라! 게다가 다른 유럽 국가 대비 1인당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절대적으로 높으며, 아르헨티나보다 탱고 무용가가 많은 나라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핀란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특별한 곳이다. 꼭 산타가 아니더라도.



핀란드는 정말 교육의 천국일까?


▲출처 :게티이미지


한때 대한민국에서 핀란드 교육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핀란드에 대한 도서, 다큐멘터리를 보면 하나같이 시험도 없고 낙오자도 없는 무상 교육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핀란드에도 우리 같은 시험은 있다. 고교 과정을 마치면 대학 입학 시험을 보고 대학별 고사도 치른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도 물론 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이 지식을 아이들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눈에는 핀란드의 교실이 난장판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핀란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아지고, 결국 창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위원회 살베리 교수는 그의 저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에서 이렇게 썼다.

“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수학 지식을 모르는 젊은이를 채용한다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쉽게 가르쳐 줄 동료들이 있으니깐요. 다만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의 인재 육성이라는 구호는 우리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들이 과거부터 추구해 왔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고, 미래에도 추구할 목표일 것이다.

무엇이 정말 핀란드의 교육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양질의 교사를 채용하는 시스템, 교사에 대한 신뢰라고 한다. 신뢰? 한국도 선생님을 믿고 아이들을 맡기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기도 했지만, 핀란드의 신뢰는 우리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비단 교사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상호간의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자, 이제 핀란드의 신뢰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신뢰는 곧 생존이다


핀란드에서 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기차역에 지갑을 놔두었을 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지갑을 주워 갈까? 핀란드는 다른 북유럽 국가와 더불어 지갑을 가장 늦게 가져가는 국가 중 하나로 알려졌다. 또 기업 탐방을 가더라도, 내부 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외부인에게 무엇이든 알려주고 사진도 얼마든지 찍게 하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무엇이 핀란드 사람들로 하여금 이토록 깊은 신뢰를 형성하게 만들었을까?


▲출처 :게티이미지



핀란드의 추위는 냉기가 바닥부터 올라와 발이 시릴 정도다. 거기에 대부분의 도시가 호숫가에 위치해 있어 습도가 연일 80%대에 달한다. 겨울 왕국이라는 호칭을 괜히 얻은 게 아닐 게다.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 역사적으로 긴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은근과 끈기’를 뜻하는 시수SISU 정신이 긴 세월 핀란드의 삶을 지탱해 왔다. 한반도의 1.5배 면적에 인구 550만 명이 살고 있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였고, 이런 협력은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이들에겐 신뢰가 생존, 진화, 번영과 직결된 문제였던 것이다.

“핀란드인이 금요일에 장작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면 장작은 틀림없이 금요일에 그 자리에 있습니다.
50년 전만 해도 장작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영국 언론인 마이클 부스가 쓴 북유럽 탐방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는 이처럼 핀란드인들의 신뢰와 기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핀란드 사람들을 보면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할지 확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핀란드 특유의 고맥락1 문화 덕분이다. 의사소통이나 인간관계에서 맥락이나 배경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여기서 고맥락 문화에 대한 설명 붙여보는 건 어떨까 한다.



우리끼리만 믿는다


핀란드는 인종 다양성이 대단히 낮은 사회이다. 인구 2.5%만이 이민자로, 인구 1/3 이상이 이민자인 이웃 나라 스웨덴과 큰 차이가 난다. 덕분에 핀란드 사람들은 비슷한 기대, 경험, 배경, 심지어 유전자까지 공유한다. 이런 고맥락 사회에서는 언어적 의사소통이 덜 필요하다. 서로간의 차이가 적고, 무언의 추정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상대하게 될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지 예측하기가 쉽다. 하지만 핀란드인들 사이의 공고한 신뢰는 외부인에게는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다. 외부인의 침략을 항상 경계하던 극지방 생존자들의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오랫동안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또한 위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핀란드라고 하면 흔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데, 이 또한 신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그렇게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진짜 행복한 것 맞아?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웰빙과 삶의 의미’를 연구하는 프랭크 마르텔라 박사의 칼럼에 따르면 핀란드인은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유엔이 각 나라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여러가지 기준 중 하나로 정부와 동료 시민에 대한 신뢰 및 관용도 지수가 있는데, 이 점수가 유독 높게 나왔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왜곡되었다는 얘기다. 행복은 매우 복잡하고도 개인적인 개념이다. 여러 사람의 평균 점수가 높다고 해도, 그게 곧 나의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안나 아미노프의 의견에 따르면, 핀란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행복보다는 평등이라고 한다.


▲출처 : 직접촬영


“모든 사람이 비슷한 집에서 살아요. 학교에 가면 아이들도 다 똑같은 학용품으로 공부를 하고요.
아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삶을 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삶에 크게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 평등하다고 할까요? 그래도 옆집이 타는 Luxury 승용차는 신경 쓰이긴 하지만요. 하하”



마치 모든 핀란드인이 플리마켓에서 옷을 사고, 오후 3시에 칼퇴해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처럼 표현한 다큐멘터리와는 다소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등한 교육을 받고 사는데 어떻게 한때 세계 휴대폰 점유율 40%를 달성했던 공룡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해졌다.



그렇게 노키아가 탄생하게 되었다



▲출처 : 게티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핀란드는 스웨덴,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역사적으로 긴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 했다. 전쟁 기간 동안 핀란드군의 전사자는 약 2만 5,000명, 부상자는 4만 5,000명에 달했다. 영토와 재산을 빼앗긴 핀란드는 억울하게도 막대한 전쟁 배상금까지 내야 했다. 당시 핀란드는 현금 대신 제지, 기계 등 생산 물품으로 배상금을 지불했는데, 이 과정에서 핀란드의 핵심 산업 기반이 마련되었다. 노키아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호황도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끝을 맞이했고, 결국 핀란드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지게 된다. 핀란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비대한 복지 지출은 수술대에 올랐고, 기업은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핀란드 국민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초중등 과정에서는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졌고, 대학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토대로 미래 기술을 연구했다. 그 결과, 겨울이 되면 눈을 치우는 아저씨들이 신는 고무장화 제조사 노키아가 세계 핸드폰 시장을 호령하는 첨단 기업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노키아의 몰락과 슈퍼셀의 등장



▲출처 : supercell.com


2014년 3월,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최종 인수되면서 노키아 신화는 막을 내렸다. 모두 핀란드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노키아의 몰락을 공식 발표한 지 2년이 지난 2016년 6월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발표되었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10조 원에 가까운 거액을 들여 핀란드 게임 회사 슈퍼셀을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직원 200여 명이 불과 6년 만에 만들어낸 성과였다. 핀란드 Lab master 기술고문이자 호서대 교수인 강충경 교수는 그의 저서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에서 핀란드 특유의 교육 과정 덕분에 창의성으로 무장한 창업자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대학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헬싱키 공과 대학, 경제 대학, 예술 디자인 대학이 통합되어 2010년 설립된 알토 대학교가 그 좋은 예이다. 이 학교는 한 교실에 여러 교수가 들어와 강의하는 융합형 교육으로도 유명한데, 슈퍼셀 같은 스타 기업을 탄생시킨 비결이 여기에 숨어 있다.




북유럽의 첫 번째 국가 핀란드 이야기 어떠셨나요? 자유로운 교육 방식과 견고하게 다져진 신뢰 관계, 행복보다 더 중요한 평등이라는 가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 정신 등은 핀란드라는 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우나를 즐기고 산타클로스 마을도 방문할 겸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고요. 다음 화는 핀란드 옆에 자리한 스웨덴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1 한 문화권에서 교환된 메시지가 얼마나 명시적인지, 의사소통에서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표정, 몸짓, 어조의 변화, 그리고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기타 여러 측면들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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