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울지 말아라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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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울지 말아라

[마지막 편지] #6 아들아 울지 말아라

 

글 황인봉 (가명)

Editor's note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회적으로 아빠의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 워킹대디의 육아기를 아들에게 쓴 유쾌한 편지의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인류 육아역사 20만 년이 넘도록 기저귀 가는 것은 여전히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고, 아들이 흘린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반은 자기 입으로 들어간다며 너스레를 떨다가, 아내는 동네 엄마들과 공동 육아라도 하지만 아빠는 육아친구 하나 없다며, 청승맞게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들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자세하고 코믹하게 편지 형식으로 하나씩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육아편지를 함께 열어보시죠.

 

 

 

아들아,

어느 성자가 말했다.
아이처럼 되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그 성자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게 틀림없다.

두 살인 네가
놀이터에서 놀다
무리를 이탈해
혼자 돌아다니는
개미를 본다.

개미를 짓눌러 밟은 넌
발을 들어보더니
죽은 개미를 보며
즐겁게 웃는다.

자신의 우월함을 느끼듯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축하하듯이
넌 웃는다.

어느 한 생명이
자신의 친구와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음을
넌 알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처럼 되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북한산 밑자락
스타벅스에서

나와 네 엄마가
앞으로의 예산 계획을 논의하던 중
너는 옆에 치마를 예쁘게 입은
두 살 또래 여자아이에게 다가간다.

무릎을 꿇고 아이의 손을 잡으며
네 특유의 살인미소를 날린다.

그걸 본 우리는 웃으며 널 지켜보다가
깜짝 놀라 널 말린다.

여자아이에게 예고도 없이
입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의 아빠 표정은
네 멱살을 잡고 싶어하는 듯하다.

싸움을 못하는 아빠는
죄송하다며 널 안고 나가버린다.

넌 울며불며 아둥바둥댄다.

아이는 또 얼마나 많이 울어대는가.

과자 안 준다고 울고
영상 안 보여준다고 울고
네가 쌓아 올린
알록달록한 블록들이 쓰러졌다고
넌 고래고래 울며 나를 괴롭힌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너에게 창문 밖을 보여주며
랜덤한 단어를 외쳐
네 울음을 그쳐보려 한다.

버스다!
새다!
나무다!

예쁜 누나다!

잠깐 네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
너의 울음도 멈춘다.

엄마가 정성껏 만든 요리를
집어 던지고
널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빠에게
밉다고 한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고
바닥에 침을 뱉는다.

그런데 아이를 닮으라고?
그 성인은 아이를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쇼핑몰 한 가운데서
어느 아이가 서서
모두가 쳐다볼 정도로
울고 있다.

그 아이 아빠도 포기한 상태.
남 일 같지만은 않다.
하지만 모두 각자 갈 길을 간다.

그런데 갑자기
너는 그 남자아이에게 달려간다.
그러고는
팔을 벌려 그 아이를 안아준다.

그리고 토닥토닥 그 아이를 달래준다.

나와 네 엄마도
그 아이의 아빠도
쇼핑몰의 사람들도
가는 길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기로 한다.

아이는 변화할 여지가
많음을 느낀다.

일년 전만 해도
강아지 “멍멍”
고양이 “야옹” 하던 네가
이제 타요 주제곡을 완곡하고

일 년 전만해도
겨우 걷던 네가
이제는 내가 벅찰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구나.

그 성인이 진정 말하려던 것도
우리가 아이처럼
성장해야 함을
그래야 우리만의 천국을 볼 수 있음을
얘기하려던 것이 아닐까.

다만,
네가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된 만큼
더 세게 넘어지듯

키가 크는 만큼
밤에 성장통으로
잠 못 자고 고통 속에 우는 것처럼

변화와 성장의 과정은 항상
실패와 고통을 동반한다.

나의 아들아,

그러나 울지 말아라

진부한 말이지만
이 추운 겨울이 끝나면
따듯한 봄이 올 거다.
칠흑 같은 밤이 지나면
밝은 해가 떠오를 거다.

이 모든 게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출근길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 칸 안에
내 몸을 구겨 넣으며
아빠도
그렇게 마음을 추스른다.

이 겨울이 지나면
우리는 변해 있으리니
우리는 성장해 있으리니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무너지면 다시 하면 된다

버겁게 닫힌 지하철 문 창문에
희미하게 비친 나의 모습을 향해
아빠도 맘속으로 화이팅을 외친다.

그러니 울지 말아라.

어제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어제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의 천국에서
곧 만나도록 하자.

이따 보자 아들아.
이따 보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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