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편지] #5 아들아, 건강은 최고가 아니다
글 황인봉 (가명)
Editor's note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회적으로 아빠의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 워킹대디의 육아기를 아들에게 쓴 유쾌한 편지의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인류 육아역사 20만 년이 넘도록 기저귀 가는 것은 여전히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고, 아들이 흘린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반은 자기 입으로 들어간다며 너스레를 떨다가,
아내는 동네 엄마들과 공동 육아라도 하지만 아빠는 육아친구 하나 없다며, 청승맞게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들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자세하고 코믹하게 편지 형식으로 하나씩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다섯 번째 육아편지를 함께 열어 보시죠.
아들아,
건강이 최고다.
그래서 난 회사 동료들과
인바디 점수를 얼마나 올리는지
내기를 한다.
최근에만 세 번의 “대회”가 있었다.
건강 못지않게 돈도 중요하다.
그래서 패자들은 승자 한 명에게
약속된 돈을 입금해야 한다.
그들은 헬스장을 다니고
테니스를 치고
닭가슴살을 먹고
단백질 쉐이크도 먹지만
아빠는 그럴 시간과 돈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빠를 이길 수 없다.
그중 아무도
두 살 아들을 키우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빠에게 헬스장은 사치다.
퇴근 후
집 현관문을 열면
그곳이 곧 나의 헬스장이다.
장난감 자동차를 줄 세우고 있는
15kg인 널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린다.
너가 좋다고 웃는다.
널 들었다 올렸다 반복한다.
전면 삼각근에 자극이 온다.
나의 숄더 프레스가 시작되었다.
무릎 꿇고 푸쉬업 자세를 취한다.
네가 올라타면 널 등에 태우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닌다.
극하근 소원근 대원근이 단련된다.
그 자세 그대로 푸쉬업을 하려다
실패한다.
아빠에겐 단백질 쉐이크도 사치다.
유리잔에 냉수를 가득 담아
벌컥벌컥 마신다.
너도 물 달라고 한다.
너의 젖병을 씻는다.
젖병을 씻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은
대둔근을 단련하는 시간이다.
살짝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힘을 준다.
이후 유산소로 마무리하기 위해
네가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켠다.
“하얀 자동차가 삐뽀삐뽀”
널 안고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음악 구독 서비스도 사치다.
1분에 한 번씩 노래가 바뀐다.
노래 10개가 끝나면
아빠는 이제 녹초가 된다.
바닥에 쓰러져 눕는다.
땀에 젖어 이제 씻어야 한다.
따뜻한 물도 사치다.
널 네 엄마에게 맡기고
아빠는 찬물 샤워를 하러 간다.
이번에도 내기에 이기겠구나
이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을
다 하기도 전에 추워서 샤워를 빨리 끝낸다.
그리고
대출을 더 갚겠다고 다짐한다.
3개월 후
역시나
세 번째 인바디 점수 내기도 이기고
다섯 명에게서 적지 않은 돈을 받아
오늘은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퇴근한다.
나의 목적지가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마중 나와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고 있는
너와 네 엄마가 보인다.
나의 목적지가 보인다.
아들아,
아까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은 틀렸다.
건강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연료일 뿐
건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 최고다”는 말도 틀렸다.
돈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행자지만
동행자는 동행자일 뿐
목적지가 될 수 없다.
건강도 돈도 모두 가족을 위해
필요한 것들일 뿐.
가족이 항상 최종 목적지여야만 한다.
오늘도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치인
부족한 아빠지만
내 자신이 대견하다.
그래도 오늘 난
내 목적지에 잘 도착했지 않는가
하지만
내일도 또 그 다음 내일도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해
내 건강과 돈을 아낀다.
우리 가족이 훗날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것을 베풀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추억을 쌓길 바라기에
아들아,
너도 내 나이가 될 쯤에는
네 건강과 돈을 지켜
네가 일군 새로운 가족에
너의 새로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해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진정
그것
하나만으로도
매일매일
네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기억하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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