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가치에 대하여 #5(알아두면 쓸모있는 물 이야기)
글
하선진 지속가능경영센터
#INTRO
무더운 여름이 가고 어느덧 가을을 지나 겨울을 바라보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올여름엔 더위를 피해 물놀이가 가능한 해변이나 계곡을 찾았던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말엔 따듯한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스노클링을 즐기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물놀이에 빠질 수 없는 준비물인 수영복과 구명조끼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신상 수영복의 유혹, 구명조끼에 그려진 매력적인 패턴이나 캐릭터 등 여러분의 취향을 반영하기에 앞서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색깔입니다.
1 물속에서 잘 보이는 색깔은 따로 있다
출처: Royal National Lifeboat Institution
1890년대와 1974년 구명조끼 비교. 초창기에는 코르크로 만들어져 자연스러운 베이지 색이었으나 이후 합성폼으로 재질이 변경되고 눈에 띄는 색으로 바뀌었다.
여름철 우리를 보호하는 구명조끼는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코르크나 부력이 있는 목재를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해운 산업의 발달과 해양 사고의 증가로 인해 구명조끼의 설계 및 색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됩니다. 초기 구명조끼들은 주로 자연에 가까운 베이지색이었으나, 물속에서 잘 보이지 않아 구조대가 생존자를 발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세기 초반에는 해양 구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색상의 구명조끼가 시험되었습니다. 테스트 결과, 형광 주황색의 가시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에 따라 형광 주황색이 표준 색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처: ALIVE Solutions
실내 수영장과 호수에서 수영복 색상 비교
형광색은 높은 반사율로 인해 쉽게 눈에 띕니다. 특히 형광 주황색은 물속에서도 85% 이상의 반사율을 보이는데요. 이는 마치 야간에 반사판을 장착한 자전거가 빛을 받으면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무난한 파란색이나 검정색은 수영복이나 구명조끼 색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두운 색상일수록 바위 등 배경과 섞여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흰색과 하늘색은 가장 피해야 할 색입니다. 실내 수영장에서는 물론 야외 호수에서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속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물을 자주 마시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TV나 유튜브에서도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피부 관리의 비결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물은 건강과 피부를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실제로 우리는 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물은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필수 영양소를 세포에 전달합니다. 체온 조절과 노폐물 운반에도 도움을 주죠. 그런데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을까요? 물 섭취와 피부 건강의 상관관계를 실제로 실험하며 그 과정을 모니터링한 유튜버에 따르면, 불행하게도 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마셨음에도 오히려 피부가 더 악화되었다고 합니다.(1)
1. 실험에 참가한 일부 유튜버의 견해를 차용했으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Newsweek
6주간 매일 2.7L를 마신 후 피부 측정(오른쪽이 6주 후)
매일 2.7L의 물을 마시는 실험을 6주간 직접 진행하기로 결정한 레오니 헬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을 마시는 요령이 생겼고,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안구건조증이 완화되고 수면의 질도 좋아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피부도 개선되었으리라 예측했던 그녀는 피부 나이가 9살 더 많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피부 주름은 약간 개선되었으나, 모공이 넓어졌고 갈색 색소 침착과 염증이 심해졌다고 하는데요. 의료전문의는 그녀가 아마 “희석 쇼크”를 경험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평소에 섭취하던 물의 양에 큰 변화가 생기면 전해질, 호르몬 및 기타 펩타이드의 농도가 변하면서 신체의 생리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적응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지만, 피부 미용을 목적으로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3 눈에 보이지 않는, 물 발자국
만약 눈앞에 있는 200mL 오렌지 주스 한 병을 두고 여기에 소비된 물의 양을 물어본다면, 우리는 오렌지와 기타 첨가물의 양을 제외하고 180-190mL 정도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오렌지를 기르기 위해 나무에 물을 주고 수확하여 제조시설까지 보낸 후, 음료로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물이 소비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행기나 배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운송된 뒤 소비자에게 다다르기까지 소비되는 물의 양까지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제품들이 재배되거나 가공되어 운송되기까지의 물의 흐름을 “가상수(Virtual Water)”라고 부릅니다. 2005년 네덜란드의 Hoekstra 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 조건과 농법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오렌지 주스 200mL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평균으로 170L의 가상수가 필요하고, 150g의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평균으로 무려 2,400L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식품 유형별 가상수(리터) / 출처: FAO
가상수와 유사한 개념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지 나타내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입니다. 물 발자국은 크게 녹색, 청색, 회색 물 발자국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녹색 물 발자국은 땅으로부터 곡식이나 나무의 열매로 이동하는 물의 양, 또는 빗물 중에 다시 공기 중으로 증발되는 물의 양을 의미합니다. 청색 물 발자국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세탁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수나 지하수를 의미하고, 회색 물 발자국은 오염물질을 원래의 상태로 정화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입니다.
물 발자국 분류 / 출처 : GIZ 유투브
물 발자국 통계표를 보면 상상했던 것과 달라서 흥미롭습니다. 채소는 매일 물을 줘서 키워야 하고, 견과류는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랄 것만 같은데요. 오히려 채소는 다른 농산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물 발자국이 작고, 견과류는 농산물 중에서도 물 발자국이 컸습니다. 이는 우리가 섭취하는 최종 산물인 씨앗의 단위무게만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동·축산물의 단위중량당 물 발자국 / 출처: 물 발자국의 개념과 산정, 유승환 교수
원재료 취득부터 제조, 유통, 사용 및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해야 합니다. 이러한 물 발자국에 주목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가 바로 라네즈인데요. 워터뱅크 블루 히알루로닉 제품의 물 발자국을 측정하고 크림과 세럼의 물 발자국 감축 인증을 영국의 글로벌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에서 획득한 바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물 낭비를 방지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자원 사용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OUTRO
물과 관련된 투자, 마케팅, 기후변화, AI 이야기에 이어 마지막 화에서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일상 속의 물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흔한 자원 중 하나였던 “물”에서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건강이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환경과 기술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물을 “다르게 보는” 경험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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