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덕후 마케터가 디깅하는 팬덤 마케팅 #1
글
박세희 에스쁘아 MC팀
#INTRO
지난겨울,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의 저자인 송길영 박사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떠올려봅니다.
“우리는 대중이 아닌 팬덤에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대중이라는 건 이제 없습니다. 계몽하는 콘텐츠는 더 이상 워킹하지 않습니다. 나는 만들고, 팬덤이 보는 것이라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예전에는 알리는 거였다면, 요즘은 같이 좋아하는 겁니다.”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의 팬덤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팬덤’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이번 칼럼 시리즈에서는 K-POP, 스포츠, 캐릭터 등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여러 가지 카테고리를 덕후이자 마케터의 관점에서 디깅해보겠습니다. 다양한 팬덤 트렌드를 분석하며 뷰티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찾아보아요!
K-POP 팬덤:
이 모든 트렌드의 시작
출처: Unsplash의 Aditya Chinchure
아이돌 가수를 좋아해본 적 있으신가요? 90년대에는 색깔 풍선을 들고, 현수막을 걸치고, 대형 공연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것이 아이돌 팬덤의 대표적인 이미지였죠. 2000년대에는 대포 카메라, 직캠, 멜림픽 같은 콘텐츠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팬덤 신조어가 많이 생겨났고, 지금은 전시회, 생일 카페, 지하철 광고, 포카 탑꾸 등 팬덤의 활동이 매우 세분화되고 광범위해졌습니다. 이처럼 팬덤이라는 집단이 성장해온 것은 케이팝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케이팝의 긴 역사만큼이나 케이팝 팬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한 고유의 문화적 함의를 가지고 있죠.
뷰티 브랜드의 담당자라면 셀럽 모델과 함께하면서 ‘팬덤’이라는 또 다른 고객 집단에게 어떤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색다른 베네핏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실 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변화가 가장 빠른 고객군 중 하나이자 마케터에게 다양한 인사이트를 주는 ‘케이팝 팬덤’과 제가 직접 경험한 마케팅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디깅하며 예열하기
여러 해 동안 케이팝 셀럽 모델과 캠페인을 함께하며 생긴 루틴이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이 결정되면 제일 먼저 플레이리스트를 바꿉니다. 모델이 발매한 노래를 인기순으로 정렬해 듣습니다. 뮤직 비디오나 공식 채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콘텐츠인 ‘자컨’도 정주행합니다.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다 보면 비주얼이나 콘텐츠 방향성이 잡히기도 하고 ‘이 가사를 카피에 적용해볼까’ 하는 소소한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이렇게 시청각을 자극하는 일은 마케터의 몰입을 돕습니다. 모델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하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팬들의 글을 읽기도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정보 획득이 아닙니다. 팬덤과 함께 덕질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출처: 생성형 AI 툴 dall-e로 제작된 이미지
혹시 우리 브랜드 모델의 생일을 알고 계신가요? 저희 브랜드는 모델의 생일을 맞아 특별한 GWP(Gift With Purchase)와 비하인드 콘텐츠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원데이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가격적 혜택도 제공했어요. 최근 한 브랜드는 모델의 생일 카페를 직접 열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브랜드 룩으로 포토존을 꾸미고 특별한 컵홀더에 담긴 음료와 굿즈를 팬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요. 오픈런을 하는 팬들로 인해 디지털 상에서 실시간 트렌드를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오가닉 바이럴이 많이 일어난 것이죠.
이처럼 케이팝 팬덤과 소통하려면 유대감과 감성적 연결이 중요합니다. 케이팝 팬덤을 우리 브랜드의 팬덤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팬들에게 최애의 생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니 꼭 기억해야겠죠? 데뷔일이나, 모델의 팬덤이 만들어진 날 등 다양한 기념일에 특별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도 유의미한 활동이 될 것입니다.
2 익숙한 문법으로 말 걸기
예열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어느 날, 새 캠페인을 준비하며 케이팝 팬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어요. 바로 ‘탐테’(타임 테이블) 콘텐츠였습니다.
’탐테’는 일종의 스케줄러 또는 캘린더로 케이팝의 새 앨범 발매와 관련하여 공개될 주요 에셋의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콘텐츠입니다. 티징, 컨셉 비디오, 하이라이트 메들리, 뮤직비디오, 음원 등을 릴리즈하는 날짜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케이팝 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유형의 콘텐츠입니다.
출처: 에스쁘아 SNS
그 ‘탐테’에 에디션 라인업을 소개하며, 정성껏 준비한 콘텐츠를 순서대로 나열했습니다. 이를 공개하자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뷰티 카테고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콘텐츠였지만 누군가의 ‘팬덤’이라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였죠. 모델의 국내외 팬덤 고객들이 긍정적인 코멘트를 남겨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콘텐츠에도 깊은 공감을 담고자 한 노력을 알아주셔서 기뻤습니다. 덕분에 에셋을 공개하는 매순간이 설렜고, 하루종일 새로고침을 반복하며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팬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케이팝 팬덤의 일상에서 힌트를 얻어보세요.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있다면 모델의 팬덤명+(브이)로그의 합성어를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됩니다(ex. 마이로그, 샤월로그 등). 팬덤 고객이 어떤 용어를 쓰는지, 어떤 장소를 가는지, 어떤 소비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진심은 담고, 거리는 지키기
얼마 전, 마케터들이 모인 독서 모임에서 팬덤 마케팅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브랜드에서 모델과 마케터 본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주 세세하게 공개했는데요. 사실 고객입장에서는 담당자의 TMI까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더라구요.”
팬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담당자가 ‘덕심’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고객에게 친근감을 줄 수도 있지만, 간혹 브랜드와 마케터가 고객에게 과도하게 다가가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ボディメンテ CM| 「THE DAY.」篇 120秒 / 출처: 일본 오츠카제약 공식 유튜브 채널
한편, 얼마 전 일본의 한 제약 회사 광고가 디지털 상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뛰어난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는데요. ‘우리 모델이 이렇게 멋지게 제품을 들고 있으니까 팬들이 많이 사주세요!’ 같은 단편적인 프로모션 메시지를 담은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케이팝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팬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조명하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제품이 녹아드는 하나의 ‘드라마 필름’ 같은 광고였습니다. 단순히 팬덤을 타겟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닌, 팬덤과 덕질 그 맥락 자체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콘텐츠였기에 고객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이죠.
팬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고려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성과를 위한 무분별한 조사보다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고민해야 합니다. 팬의 마음을 섬세히 이해하고 그들의 열정을 존중하는 브랜드 담당자만이 팬덤 고객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브랜드의 팬덤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OUTRO
여러분이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오늘은 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 직캠, 그리고 팬 브이로그를 순서대로 구경해보세요.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열정을 다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분명 누군가를 좋아하는 팬덤 고객에게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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