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 맛만 봐도 될까요?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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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 맛만 봐도 될까요?

20년 차 덕후 마케터가 디깅하는 팬덤 마케팅 #4

 

박세희 에스쁘아 MC팀

출처: Unsplash의 Patrick Tomasso

 

 

1 읽지 않고, 맛보는 시대

 

여러분은 일 년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으시나요?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종합 독서율이 4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명 중 6명이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인데요. 독서율의 감소 문제가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반면, 책이 있는 곳에 사람이 가득 몰려 화제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 결과, 지난 6월에 개최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무려 1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큰 성황을 이뤘습니다.

극단적인 두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각양각색입니다. 책의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단편적인 소비라도 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마케터로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고객이 책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진득하게 앉아서 책 한 권을 읽기보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책을 구경하고 맛보는 시대가 온 듯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책과 책 팬덤, 그리고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10명 중에 4명이 맛보는 책

 

얼마 전 베스트셀러 에세이집을 하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이 이렇게나 낮은데, ‘팔리고 있는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했습니다. 책을 일독한 후에는 도서 사이트에서 해당 도서의 구매 리뷰도 분석해봤습니다. 고객들이 어떤 이유에서 이 책을 샀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리뷰 코멘트를 모아 카테고리별로 정리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 읽기 쉬운 책

  • “아주 쉽게 읽힌다”, “수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부담 없이 읽게 되는”
  • 전문성이 드러나거나 심오한 내용이 아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2. 연속성이 없는 책

  • “문득 들춰보는”, “이따금씩 꺼내 읽기 좋음”, “옆에 두고 보기 좋은”
  • 긴 호흡으로 읽지 않아도 되고, 순서를 지켜 읽지 않아도 되는 책

 

3. 내용이 따뜻한 책

  • “위로가 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힐링”
  • 무언가를 가르치듯 나를 혼내는 내용이 아닌,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주는 책

 

4. 트렌디한 책

  • “그냥 딱 요즘 글”, “SNS 광고를 보고 사게 된”, “인스타에서 유명한”
  • 단문/이미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SNS 채널에서 바이럴 되기 좋은 책

 

이러한 특징들이 모든 베스트셀러를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책을 맛보기 좋아하는 라이트한 책 팬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 책의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에는 표지에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공란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이 책은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읽고,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책. 세분화되는 책 팬덤의 취향을 고려해 타겟 독자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포지셔닝한 마케팅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북 트렌드가 모이는 곳에는

 

15만 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던 ‘서울국제도서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서울도서전’으로 시작해, 1995년 ‘국제도서전’으로 확대되어 매년 개최되는 국내 최대의 도서 전시회입니다. 떨어져 가는 연간 독서율이 무색하게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고, 470여 개의 출판 단체가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책을 발굴하고, 저자를 직접 만나 소통하며, 새로운 관점의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국제도서전. 이곳에서는 어떤 마케팅이 책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1) 하나 가져갈게요! 랜덤 굿즈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SIBF 공식 인스타그램(@sibf_official)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도서전 방문 기념품으로 쉽게 집어갈 수 있는 형태의 무료 굿즈가 인기입니다. 특히 ‘구일도시’의 ‘문학자판기’는 수년째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긴 글, 짧은 글 두 개의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영수증처럼 문장이 인쇄되어 나옵니다. 이 종이에는 참가사들이 직접 뽑은 문장과 부스 홍보 문구가 적혀 있어, 관람객이 부담 없이 텍스트를 즐기고 책과 출판사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배포했던 ‘문장 책갈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람객으로 참여했던 저도 마음에 드는 책갈피를 하나 가져와 방 벽에 붙여두었는데요. 도서전의 주제가 함축적으로 담겨있어 기념으로 소장하기 좋았습니다.

 

 

2) 오픈런 하게 만든 리미티드 상품

 

출처: 민음사 공식 인스타그램(@minumsa_books)

 

 

‘민음사’는 서울국제도서전 한정 판매 상품으로 ‘민음사 X 하을 셔링 북 커버 심녹색(Holly green)’을 선보였습니다. 북 커버는 책의 손상을 막는 용도의 굿즈인데요. 이 상품은 리사이클&기능성 방수 원단으로 제작되어 책덕후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빠르게 품절되었습니다.

 

 

출처: 유어마인드 공식 인스타그램(@your_mind_com)

 

 

‘유어마인드’의 책갈피를 구매하고자 오픈런을 하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옥토 작가의 ‘사과 책갈피’는 부스 오픈 후 20분 만에 한정 수량이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였습니다. 이외에도 구형 컴퓨터 알림창 책갈피, 티백 책갈피 등 독특한 모양의 굿즈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3) 나만의 책을 만드는 활동형 부스

 

출처: 글입다 공식 인스타그램(@wearingeul)

 

 

문학 잉크로 유명한 ‘글입다’의 부스에서는 ‘나만의 시집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어(詩語) 페이퍼를 고르고, 스탬프로 표지 제목을 새기는 간단한 과정으로 미니 시집을 만들 수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줄을 서 체험했습니다.

 

 

출처: 토스 공식 인스타그램(@toss.im)

 

 

’토스’에서는 ‘THE MONEY BOOK(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 출간과 연계하여 ‘더 머니북 스토어’라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돈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내게 필요한 속지를 담고, 바인딩 존에서 책으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이었는데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콘텐츠로 브랜딩과 도서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마케팅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서울국제도서전은 도서 판매나 강연 프로그램 이외에도 관람객의 이목을 끄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책 팬덤이 될 수 있는 잠재 고객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에 대한 더 깊은 애정을 심어주는 행사입니다. 또한, 마케터에게는 최신 마케팅 트렌드와 부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내년에 꼭 한 번 들러보세요.

 

 

4 책덕후세요? 풀코스로 모십니다

 

 

 

라이트 팬덤과는 반대로, 고정적으로 종이책을 읽는 책덕후들을 위한 탄탄한 장기 플랜을 제공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민음사의 연간 멤버십 프로그램 ‘민음북클럽’은 5만원의 가입비만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큰 인기입니다. 멤버십 회원은 웰컴 선택 도서 3권, 북클럽 에디션 3권, 잡동산이 4권 등 총 10권의 책과 함께 NFC 키링, 독서노트 등 특별한 굿즈를 받을 수 있으며, 창고 개방 할인 이벤트 ‘패밀리데이’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4 민음북클럽은 무려 1만 명의 정원이 하루 만에 마감되었고, 결국 회원 수를 2만 명으로 늘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트레바리 모임에서 4개월 동안 읽은 책 네 권 / 트레바리 안국 아지트 입구

 

 

책을 기반으로 사람을 연결해주는 ‘트레바리’도 책 팬덤에게 사랑받는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트레바리는 다양한 주제로 개설된 클럽의 멤버들이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한 뒤, 아지트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지정된 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니 어색할 틈이 없고, 여러 가지 생각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수년째 트레바리 멤버로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4개월 기준으로 운영되는 멤버십 기간동안 꾸준히 책을 읽을 계기가 생긴다는 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합니다.

 

 

5 텍스트 힙의 시대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텍스트를 읽고 책을 소비하는 것이 멋지다는 인식을 담은 용어인데요. 이 칼럼을 통해 ‘텍스트 힙’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업무에 적용할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팬덤 마케팅 칼럼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고도화되는 취향만큼이나 팬층 또한 다양화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촘촘하게 나누어진 팬덤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액티비티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OUTRO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죠? 가벼운 잡지 한 권도 좋고 두꺼운 소설책 한 권도 좋습니다. 이번 가을, 부담 없이 마음의 양식 한 스푼 하시기를 제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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