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닙니다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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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닙니다

20년 차 덕후 마케터가 디깅하는 팬덤 마케팅 #3

 

박세희 에스쁘아 MC팀

출처: SPAO 스파오 공식 X 채널

 

 

1 “료이키텐카이”가 뭐야?

 

어느 의류 브랜드의 공식 X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료이키텐카이”, 단 여섯 글자가 담긴 이 게시물은 무려 3.5천 회의 재게시와 94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이렇게 화제가 된 걸까요?

“료이키텐카이”는 사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주술회전(呪術廻戦)’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아쿠타미 게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은 화려한 액션과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OTT를 통해 쉽게 감상할 수 있으며, 2022년에 개봉한 ‘극장판 주술회전 0’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약 66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료이키텐카이”는 ‘영역전개’라는 뜻으로 주인공들이 능력을 발휘할 때 외치는 문장입니다. 위 게시물은 바로 ‘주술회전’과의 콜라보 컬렉션을 예고하는 스포일러였던 것이죠.

짧은 한 줄의 대사만으로도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이제 애니메이션을 마이너한 서브컬처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애니메이션 팬덤과 협업 마케팅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N] 240418 mini핑계고 : 유재석,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 @뜬뜬편집실 (OneCam)ㅣ EP.13
출처: 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2 패션 오타쿠의 시대

 

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콘텐츠의 한 인터뷰 장면이 얼마 전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떤 만화를 좋아했냐고 묻는 질문에 그룹 페퍼톤스가 진행자 유재석씨에게 최대한 정제된 답변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공감 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페퍼톤스와 유재석씨의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지시나요?

위 장면은 소위 ‘덕후와 비덕후의 대화’로 유명해졌는데요. 최근 애니메이션 팬덤은 이보다 더 잘게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례로 ‘패션 오타쿠(Fashion Otaku)’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처럼 말이죠. 패션 오타쿠는 유명한 작품 몇 편만 아는 수준임에도 애니메이션을 깊이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Fashion’처럼 ‘유행에 편승한’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패션 오타쿠’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생겨난 단어지만,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팬덤의 다양성과 콘텐츠 접근성을 반영한 단어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대중적인 유행에 따라 ‘미지근한’ 애정을 가진 팬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2022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배포한 '2022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OTT 플랫폼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서비스는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은 높은 비중으로 수입액이 늘었습니다. 기존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콘텐츠도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다양한 OTT 서비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자 콘텐츠를 적당히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긍정적인 패션 오타쿠, 즉 애니메이션의 라이트 팬층이 두터워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카테고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됩니다. 서두에 얘기했던 의류부터 식료품, 게임, 뷰티까지… 애니메이션 팬덤을 사로잡은 IP(지식재산권) 협업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3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명탐정 코난

 

출처: CU 공식 인스타그램 / 롯데월드 공식 인스타그램

 

 

추리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은 국내 다양한 카테고리와의 IP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2023년에는 편의점 브랜드 ‘CU’와 콜라보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추억의 포켓몬 띠부띠부 씰처럼 캐릭터 스티커가 랜덤으로 들어 있었습니다. 샌드위치, 구운란 등 여러 상품이 있었지만 주인공 ‘코난’이 먹은 것과 같은 알약 모양 젤리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애니메이션 콜라보레이션은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반영할수록 큰 반응을 얻는데요. 역시 이 ‘알약 젤리’가 초기 물량을 가장 빠르게 소진한 히트 상품이었다고 하네요.

‘명탐정 코난’과 테마파크 ‘롯데월드’의 콜라보도 진행 중입니다. 원작 연재 30주년을 기념해 애니메이션의 시놉시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존, 포토스폿, 굿즈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오프라인에서 직접 코난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으니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4 농구 좋아하세요? 슬램덩크

 

 

원작 만화 누계 발행부수 1억 2천만 부 이상의 작품이자, 극장판 개봉 후 약 487만 명의 국내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슬램덩크'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유행을 타고 위트 있는 패러디 마케팅을 펼쳤던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KBL(한국프로농구) 공식 유튜브 채널입니다.

KBL은 ‘북산vs산왕전’을 컨셉으로 한 농구게임 플레이 화면에 전문 캐스터 이승현씨와 농구선수 변준형씨의 해설을 입힌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슬램덩크 팬덤에게는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는 기획인데요. 성우 강수진씨가 주인공 캐릭터 ‘강백호’의 목소리로 MVP 소감을 말하는 장면까지 들어 있어 팬들에게 그 디테일로 큰 호평을 얻었습니다.

농구 애니메이션의 열풍을 KBL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한 이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121만 회 이상, 1천 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하는 등 큰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IP 콘텐츠와 직접 협업하지 않아도 트렌드를 잘 반영해 애니메이션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5 지금 애니메이션의 성지에서는

 

“애니를 좋아하지만 오타쿠는 아닙니다.” 이 문장은 사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슬램덩크’를 알게 되었고, OTT를 통해 ‘주술회전’을 처음 접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최애 캐릭터가 있는 정도의 라이트 팬입니다. 그런 패션 오타쿠인 저와 애니메이션의 찐팬인 제 동생이 주술회전 콜라보 스폿을 직접 방문해보았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를 돌며 ‘도장깨기’를 했답니다.

 

 

주술회전X쇼핑몰 KITTE 새해 콜라보 / 주술회전X오니기리 전문점 まんま(만마) 콜라보

 

주술회전X편의점 패밀리마트 콜라보 / 주술회전X쇼핑몰 햅파이브 내 콜라보 카페 이미지

 

 

일본의 여러 도시, 여러 브랜드가 저마다 특색 있는 ‘주술회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대개 특정 상품을 구매하면 랜덤 기프트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해당 콜라보 스폿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주술회전의 캐릭터들이 주먹밥 가게에서 특선 오니기리를 들고 있거나, 새해 콜라보를 함께한 쇼핑몰에서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등 각 콜라보의 컨셉에 맞게 색다른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외에도 타코야키 브랜드 긴타코, 세탁소 브랜드 포니클리닝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 협업이 진행되고 있어 일정 안에 다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콜라보가 고도화된 국가이다보니, 역시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UTRO


뷰티 브랜드 담당자라면 새로운 콜라보 아이템을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요. 만약 애니메이션과 콜라보를 진행한다면, 먼저 촘촘한 애니메이션 팬층을 파악하고 콘텐츠의 디테일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오늘은 OTT에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한 번 둘러보세요. ‘료이키텐카이!’처럼 새로운 세계가 여러분의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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