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있다?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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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있다?

쉽게 접하는 와인 이야기
제3화. 썩은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 있다? 다양한 와인의 종류에 대하여

김민우 Innisfree GTM Team



앞선 칼럼에서 우리는 와인이 양조되는 기본 과정과 대륙별 와인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2화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이제는 와인을 앞에 두고 ‘맛있다’, ‘맛없다’ 외에도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셨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범주를 조금 더 좁혀서 지역별 환경에 따라서, 혹은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발전해 온 와인의 종류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이전 칼럼들을 읽고 오신다면 따라오시기 수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예쁜 게 최고야!
로제 와인과
오렌지 와인


와인을 잘 모르는 분이라도 한눈에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로제 와인과 오렌지 와인이 그것인데요. 레드나 화이트 사이 어딘가의 아름다운 색을 가진 두 종류의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특유의 색 때문에 두 종류의 와인을 섞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을 제외하면 이런 방식으로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되다 만 레드 와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Unsplash



1화에서 배운 와인 양조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포도의 껍질과 접촉하여 와인 고유의 짙은 색깔과 탄닌감을 만드는 ‘침용’ 과정을 줄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검붉은 색의 적포도 껍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짧았던 레드 와인이 옅은 색의 와인이 되는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청포도 껍질과 오래 접촉한 와인은 결국 어떤 색깔이 될까요? 보관한 지 오래된 청포도의 색깔을 떠올려 보시면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쁜 오렌지색을 가진 오렌지 와인이 되는 것이죠.

로제 와인도 생산자에 따라 스타일이 다양합니다. 가벼운 레드 와인에 가깝지만 더 밝고 산뜻한 맛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신대륙의 로제 와인은 일반적으로 달콤하고 과일향이 뚜렷해 와인 입문자나 여성분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렌지 와인의 경우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과 다르게 쓴 맛이나 떫은 맛이 느껴지며, 풍미가 강렬한 편입니다. 이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포도의 껍질에서 탄닌 성분이 녹아 나왔기 때문이라 색이 짙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할 것이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레드 와인처럼 숙성이 가능하다는 것도 오렌지 와인의 특징입니다.




오늘은 취하고
싶으시다고요?
포트 와인을
추천드립니다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정도는 들어보셨을 포트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포트 와인은 ‘주정 강화 와인’의 한 종류입니다. 카테고리의 이름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상품이라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생산 지역에 따라 주정 강화 와인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포르투갈에서 생산되는 포트 와인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스페인의 셰리, 프랑스의 뱅 두 나투렐, 이탈리아의 마르살라 등도 주정 강화 와인에 해당합니다. 같은 종류지만 끝없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와인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으니 이름을 하나씩 기억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은 양대 주정 강화 와인인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과 스페인의 셰리 와인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하죠.



출처 : Unsplash



주정 강화 와인은 과거 배를 타고 수출되던 와인이 오랜 수송 기간 동안 변질되는 것을 막고자 브랜디를 첨가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와인 양조 과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알코올 발효는 포도의 당분을 분해해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알코올 발효 도중에 높은 도수의 브랜디가 첨가되면 효모는 더 이상 살지 못하기에 이 과정은 중단되며 와인에 당분이 많이 남게 됩니다. 첨가된 브랜디로 인한 높은 도수도 물론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달달하지만 높은 도수의 포트 와인이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셰리 와인은 어떨까요? 셰리 와인의 경우 알코올 발효가 끝난 뒤 브랜디를 첨가합니다.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브랜디를 첨가하기에 와인 안에 남아 있는 당분은 포트 와인보다 적습니다. 결국 도수는 높지만 달지 않은 셰리 와인이 완성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포트는 달고 셰리는 드라이한 이유를 이제는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의 소제목에서 취하기 위한 와인으로 주정 강화 와인을 추천드렸습니다. 20도나 되는 높은 도수 때문인데요. 높은 도수로 인해 보관이 용이하기 때문에 병에 담아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주정 강화 와인이 많습니다. 포트 와인을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2-3년 숙성하는 루비 포트, 10년/20년/30년/40년의 통숙성을 거쳐 판매되는 토니 포트, 작황이 좋은 특정 연도의 포도만 사용하여 양조하는 빈티지 포트 등으로 분류됩니다. 토니 포트 중에서는 100년 이상 숙성한 최고급 와인도 있으며, 물론 가격은 굉장히 비쌉니다. 언젠가 마셔보고 싶은 와인이네요.




썩혀서, 말려서,
또는 얼려서,
디저트 와인의 세계


귀할 귀(貴), 썩을 부(腐)의 귀부 와인.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귀하게 썩은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언뜻 거부감이 드는 명칭이지만 전세계의 수많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디저트 와인의 한 종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발효 음식, 삭혀서 먹는 음식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공부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귀부 와인에서 ‘썩었다’고 하는 것은 와인 자체가 아닌 포도입니다. 실제로 썩은 건 아니고 썩은 것처럼 곰팡이가 피어 쪼그라든 포도를 원료로 하여 와인을 만들기에 이런 명칭이 붙었습니다.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라는 이름의 회색 곰팡이가 포도에 번식하며 생기는 특유의 풍미와 높은 당도가 귀부 와인의 핵심입니다. 이 곰팡이는 포도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수분을 증발시키며, 이 과정에서 포도알에 당분을 농축시킵니다. 포도가 알맞게 익었을 때 습한 환경이 조성되어 곰팡이가 번식하고, 이후로는 건조한 날씨와 충분한 햇볕으로 포도가 자연스럽게 쪼그라들어야 귀부 와인을 위한 포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습하기만 하면 썩은 포도가 되어 몽땅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죠. 포도 한 송이 내에서도 곰팡이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제각각이기에 포도알 단위로 선별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은 포도알은 10-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귀부 와인이 비싼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네요.



출처 : wine21



위에서 설명드린 귀부 와인은 당분이 농축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하여 만든 달달하면서도 풍미 있는 와인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디저트 와인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핵심은 포도에 당분을 농축시킨다는 점입니다. 포도를 말려 당분을 농축시켜 와인을 만드는 이탈리아의 ‘아마로네’, 추운 지방에서 녹았다 얼었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얼음이 된 수분을 제거하여 당분을 농축시키는 독일의 ‘아이스바인(아이스와인)’ 등도 원리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달기만 한 게 아니라 포도 고유의 산미와 양조 방법에 따른 풍미까지 더해지기에, 단 것을 싫어하는 분도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만으로
얻을 수 있는
신뢰감, 샴페인


와인의 종류를 설명할 때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지금 소개드릴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샴페인’을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합시다.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전통을 따라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합니다. 샴페인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다면 법적으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상파뉴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이라 불리며,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스페인에서는 ‘까바’라고 불립니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여 고소한 이스트 풍미를 만드는 샴페인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대량 생산이 용이하지 않고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큰 탱크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활용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와인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탄산만 잘 녹아 있으면 스파클링 와인이라 불릴 수 있겠지만, 쉬운 방식으로는 샴페인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샴페인 양조의 시작은 일반적인 와인과 같습니다. 포도즙을 짜서 알코올 발효를 1차적으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탄산이 없는 와인이 완성되면, 효모와 당을 따로 첨가해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게끔 합니다. 밀폐된 병 안에서 발효가 진행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와인에 녹아들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와인에 탄산가스를 주입해서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이스트의 풍미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샴페인 특유의 고소한 빵, 비스킷 풍미를 한 번 알고 나면, 단순히 과일향만 나는 스파클링 와인은 심심하게 느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2차 병 발효’라는 언뜻 간단해 보이는 이 과정도 옛날에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병과 뚜껑의 내구성이 탄산 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와인 병이 터져 나가기 일쑤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수도사 ‘돔 페리뇽’ 이었습니다. 두껍고 튼튼한 와인병을 사용하고 코르크 마개를 도입했으며 마개가 열리지 않게끔 철사를 두르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LVMH 그룹의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 브랜드의 이름을 ‘돔 페리뇽’으로 하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와인 업계에서는 불멸의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브랜드 네임이라는 생각입니다.




나의 와인 취향을
찾아서, 와인 MBTI


오늘까지 3개의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와인 양조 방법에서 시작하여 신대륙과 구대륙의 와인을 비교해보았고 오늘은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와인을 종류별로 구분해본 시간이었습니다. 3화까지 구구절절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드렸지만 와인을 즐기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비싸고 귀한 와인이라도 내가 원한다면 그냥 맥주처럼 들이켜보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성격은 모두가 다르지만 MBTI로 어떤 사람인지 대강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알려드린 내용들이 저마다의 취향을 대략적으로나마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동료와 함께 와인 취향을 공유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요즘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리슬링과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 화이트 와인들을 즐겨 마십니다. 이 계절에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산미 있고 향긋한 와인들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3화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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