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이 사랑한 와인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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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이 사랑한 와인

김민우 Innisfree GTM Team

와인을 위한 포도 수확은 보통 8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이루어집니다. 꽤나 수확이 늦는 지역인 알자스와 샴페인 지역의 수확도 이제는 끝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시원하게 칠링한 소비뇽 블랑을 추천해 드린 여름이 얼마 전 같은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더운 볕을 견딘 포도가 와인이 될 준비를 하는 이 계절, 저희도 그간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을 구매해 마셔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여러분의 와인 선택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유명인들이 사랑한 와인”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1. 대통령의 와인, 끌로 뒤 발

대통령 취임식 와인, 끌로 뒤 발, 출처: 공식 홈페이지

끌로 뒤 발.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유명한 미국 와인은 저의 칼럼 2화에도 등장했습니다.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의 역사적 대결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파리의 심판’에서 한 차례 패배한 유럽 와인메이커들이 이를 갈고 나온 1986년 재대결. 여기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미국의 와인이 바로 ‘끌로 뒤 발 카베르네 소비뇽(1972)’입니다.

이 와인은 ‘파리의 심판’을 통해 얻은 명성과 높은 퀄리티를 바탕으로 수많은 공식 행사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현지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가 행사에도 등장했는데요. 2003년과 2008년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 올라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방한, 2009년 부시 대통령 방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등 한-미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공식 와인으로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더 큰 명성을 쌓아 선물용 와인으로 인기라고 하네요.

끌로 뒤 발의 CEO는 개인적으로 한식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진판델’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매콤하면서도 진한 양념을 사용하는 한식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에 한식과 함께 곁들이며 상대방을 대통령처럼 모셔 보는 건 어떨까요?

 

 

2. 대한민국 톱스타의 웨딩 와인, 파 니엔테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면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달콤한 게으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인데요. 평범한 삶 속에서 허무를 느껴 모든 것을 버리고 이탈리아로 떠난 여주인공. 이탈리아에서 만난 지오반니에게 들은 이 말은 그녀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집착을 내려 두고 남의 시선보다는 내 행복에 집중하는 삶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기분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장동건 고소영 결혼식 피로연 와인, 파 니엔테, 출처: 씨네21, 파 니엔테 홈페이지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원래 유명한 와인이었지만, 대한민국 톱스타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결혼식에 등장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아름답기로 이름 난 나파 밸리의 오크빌에 위치한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라벨마저 화사하고 로맨틱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렇듯 훌륭한 와이너리도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절 한 번 망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80년대에 길 닉켈이라는 사람이 인수하여 포도원을 다시 일구는 과정에서 폐허 돌기둥에 새겨져 있던 ‘Dolce Far Niente’란 문구를 발견합니다. 이 의미에 매료된 그는 와이너리 이름을 파 니엔테로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3. 오바마, 레이디 가가, 그리고 윤여정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정치인 혹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싸고 고급스러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의 훌륭함이 가격에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와인은 앞서 소개했던 두 와인보다 합리적인 가격이기에 아마 많이들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 때마다 대기실에 꼭 준비된다는 ‘캔달 잭슨’이 그 주인공입니다.

레이디 가가와 캔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도네이, 출처: 와인21

캔달 잭슨은 1982년에 설립된 와이너리입니다. 생각보다 역사가 깊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테이블 와인으로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의 비범한 결단력과 사업 수완 덕분이었습니다. 땅을 매입하고,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와인 생산 방식이었는데요. 잭슨은 반대로 가장 먼저 와인 제조 기술력을 확보하고, 좋은 포도들을 키우기보다는 매입해서 블렌딩한 후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빨라도 3년, 길게는 5년까지 걸리는 첫 와인 출시를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전 지역의 다양한 포도를 블렌딩해서 와인을 만들기에 빈티지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테이스팅해 보니, 나파 밸리 와인 하면 떠오르는 더운 지방의 과일향과 바닐라향 덕분에 입문자가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훌륭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캔달 잭슨의 성공 요인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존 중장년층이 타겟이었던 와인 업계에서 과감히 젊은 층을 목표로 선정하고, 저렴한 가격대 와인을 집중 생산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맛과 향이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대량으로 포도를 구매했으며, 과학적인 블렌딩 기법을 접목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매스 부띠끄’ 와인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4. 2002년의 전설 히딩크 와인, 샤또 딸보

한국에서는 ‘히딩크 와인’으로 명성이 높은 샤또 딸보(Chateau Talbot)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때는 2002년, 사우님들이라면 대부분 기억하실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히딩크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98년산 샤또 딸보를 한잔하면서 쉬고 싶다.” 이후 이 와인은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렸고, 실제 와이너리에서도 한국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나 의아해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이 와인은 대한항공 1등석에서 서비스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았고, 수염이 많이 난 사람을 가리키는 ‘털보’라는 단어와도 어감이 비슷해 한국인들의 기억에 진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히딩크 감독과 샤또 딸보, 출처: 동아일보

샤또 딸보의 Talbot는 사실 영국 출신의 유명한 장군의 이름입니다. 한때 영국의 영토였던 보르도 지역의 영주가 바로 이분이었죠. 주민들을 사랑하는 인자한 영주였던 탤벗은 보르도를 점령하려는 프랑스군에 대항해 싸웠지만 결국 패배해 포로가 됩니다. 그때 장군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검을 들지 않겠다는 굴욕적인 다짐을 한 뒤에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보르도 지역을 장악한 프랑스는 주민들을 수탈했고, 주민들은 영국과 탤벗 영주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인 '100년 전쟁'이 발발했을 때, 그는 자신의 영지와 주민들을 위해 출전했으나, 끝내 검을 들지 않았고 그곳에서 전사했습니다. 내뱉은 말의 무거움을 목숨으로 보여준 탤벗 장군의 용맹을 기리기 위해 프랑스군은 와이너리의 이름을 ‘샤또 딸보’라고 짓게 됩니다. 와인 라벨에도 프랑스어로 작게 ‘1400년에서 1453년까지 기옌의 영주였던 Talbot 사령관의 옛 영지’라고 써 있습니다. 전쟁 후 적군에게도 존경을 받는 용맹한 장군님이라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영동 와인 단지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와이너리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볼 수 있을까요? 실제 역사는 많이 다르지만 흥미로운 상상입니다.

 

 

5. ‘어~머나’ K-POP 스타의 와인

돌이켜 보니 벌써 십 년도 넘은 저의 대학시절, 학교 축제에 공연을 온 아이돌 그룹이 학교를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습니다. 원더걸스였는데요. 당시 귀여운 외모와 ‘어~머나’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초토화시켰던 장본인 안소희씨가 어느덧 와인을 즐겨 마시는 30대가 되었습니다.

안소희 와인의 이름은 ‘투 리버즈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와인 중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비뇽 블랑 품종입니다. 지난 칼럼들에서 제가 거듭 추천해 드렸던 지역과 품종이네요. 허브향과 열대과일향이 가득하고 산도가 높은 게 특징입니다. 여름철에 차갑게 칠링해서 먹기에 제격이죠. 위에서 소개했던 캔달 잭슨과 마찬가지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와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안소희와 투 리버즈 소비뇽 블랑, 출처: 안소희 유튜브 채널

뉴질랜드 와인은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류 캡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코르크 마개 특유의 공기 흐름을 원천 차단하고, 추가적인 숙성을 막아 신선한 산미와 과일향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한 와인메이커의 의도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아무렇게나 보관해도 잡내가 침투하지 않으니, 맥주처럼 쉽게 보관하고 마시기 좋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뉴질랜드에서 수출되는 와인의 평균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인데요. 저렴한 테이블 와인급의 제품이 들어오지 않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수준의 와인이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라면 믿고 마셔도 되는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소개해 드린 소비뇽 블랑 외에도 피노누아를 정말 잘 만드는 나라로 유명하니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취미,
와인


대통령부터 K-POP 스타까지, 평생 만나 보기도 힘든 분들의 와인 취향을 들여다보니, 결국 그들도 이 글을 읽는 저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시원한 여름날 소비뇽 블랑 한 잔의 쾌감, 좋은 음식과 곁들인 귀한 와인 오픈의 설레는 기억은 모두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쉽게 즐기기는 힘든 귀한 와인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와인이 나에게 가장 좋은 와인은 아닙니다. 교환학생 시절 편의점에서 소주 대신 사 먹던 2유로짜리 싸구려 와인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만큼, 여러분도 오늘은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가볍게 편의점 와인 한 잔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달 후 다섯 번째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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