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최근 MZ세대의 트렌드 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여러 가지 키워드가 있겠지만 ‘리추얼(Ritual)’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리추얼’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속하는 루틴’을 의미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거나 하루 한 끼 채식하기, 자기 전 칭찬일기 쓰기 등 소소하지만 나를 위해 나의 의지로 하는 활동이 바로 리추얼에 해당되는 것이죠.
코로나 시대의 MZ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리추얼에 함께 도전하고 있습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리추얼을 위해 매월 약 6만8천원의 금액을 낼 수 있고, 1인당 평균 2.2개의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의 담당자라면 꼭 알아야 할 트렌드 ‘리추얼’. 앞으로 5회에 걸쳐 ‘리추얼 트렌드 칼럼’을 통해 제가 경험한 리추얼 프로그램을 생생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어른이지만 칭찬이 필요해 : 칭찬일기 리추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행복한 왕자>로 널리 알려진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찬란한 문장들을 모은 <오스카리아나>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요즘엔 우리 모두가 너무도 궁핍해서 기분 좋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칭찬뿐이다. 오로지 칭찬으로만 보답할 수 있다.” Nowadays we are all of us so hard up, that the only pleasant things to pay are compliments. They’re the only things we can pay.
1백30년도 더 지난 문장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말입니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이에 따라 얼굴을 마주하고 따뜻한 말을 나눌 기회도 급격히 줄었죠. 무미건조하고 각박해진 삶이다 보니 칭찬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리추얼
그래서 리추얼 플랫폼 ‘밑미’에서 ‘셀프 칭찬일기’라는 타이틀을 봤을 때 자연스레 흥미가 생겼습니다.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마침 좋아하는 작가님이 리추얼 메이커로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더군요. ‘남을 칭찬하기도 어려운데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기를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성인인 내가 매일 내 칭찬을 할 게 뭐가 있을까?’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참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습니다.
한 달간의 리추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줌(zoom)으로 ‘선언 미팅’을 가졌습니다. 선언 미팅이란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으로 리추얼 멤버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리추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입니다. 업무 때문에 온라인 미팅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종종 줌으로 파티를 하기도 했지만 리추얼을 이유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비대면 만남을 하자니 조금 쑥스러웠습니다. 다행히 멤버들이 대부분 외향형 사람들인지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서 학기 첫날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이 리추얼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리추얼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공유했습니다. 각자의 사연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 번아웃이 왔어요.” “휴일에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이 들고 푹 쉬지 못해요.” “계속 새로운 걸 찾아서 해야 하는 타입이에요.”
멤버들은 대부분 삶을 치열하게 살고, 매사에 ‘에너자이저’ 같았으며 이따금 그런 강박에 피로를 느끼는 듯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도 취미도 다 잘하고 싶어서 늘 스스로를 괴롭히는 타입이었죠.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갑자기 동질감과 강한 소속감이 들었습니다. 평소 가족과 동료에게도 하기 어려웠던 말이 어쩐지 쉽게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 약 스무 명의 ‘나와 비슷한’ 리추얼 멤버를 만났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 셀프 칭찬일기를 쓰고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미션을 받았고, 한 달 후에 줌에서 마지막 회고 미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셀프 칭찬일기 리추얼
첫날의 칭찬일기는 가볍게 적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과 휴식을 푹 취한 것에 대한 칭찬이었습니다. 두 번째 날은 다른 사람들의 칭찬일기를 본 후 조금 더 길게 적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칭찬과 나의 건강을 위한 다짐 몇 가지를 썼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날은 일기가 점점 더 길고 솔직해졌습니다. 업무, 취미, 가족, 친구 이야기 등 일상을 공유하니 멤버들과 금세 친밀감이 생겼습니다. 매일 밤 일기를 쓰면서는 나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 자체로 후련했고, 멤버들의 일기에 칭찬 댓글을 달면서는 내 마음까지 치유를 받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칭찬을 나눌수록 나에 대한 강박은 조금씩 흐려졌습니다. 주말 늦잠을 자고 난 후에도 “그래, 오늘은 날 위해서 잘 쉬었지. 칭찬해!”라고 말했고, 365일 손목에 차고 있던 애플워치도 가끔은 링 세 개를 다 채우지 않고 과감히 꺼버렸습니다. 업무를 잘 처리한 날에는 힘껏 스스로를 칭찬해주었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날에는 작고 소중한 칭찬거리를 찾아내 나를 ‘부둥부둥’ 해주었습니다. 댓글로 전해지는 사람들의 다정함은 일기를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렇게 셀프 칭찬일기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칭찬과 함께 하루하루를 잘 견뎌냈습니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그 동안의 칭찬일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달의 칭찬 중 제일 칭찬해주고 싶은 일과 내가 가장 많이 칭찬한 카테고리를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내가 주로 칭찬한 영역은 건강 관리(커피 줄이기, 자고 싶을 때 푹 수면 취하기, 병원 검진 끝내기, 영양제 챙겨 먹기)가 1순위였습니다. 두 번째는 멘털 관리(취미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마인드컨트롤 하기), 세 번째는 업무 관리(어려운 일일수록 빠르게 시작하고 처리하기, 새로운 시도하기), 그 다음은 사이드 프로젝트와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일기를 통해 내가 어떤 것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내 삶에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늘 긴장으로 꽉 조였던 끈을 조금 느슨하게 풀었을 뿐인데 많은 것이 가뿐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무조건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나를 다독일수록 다른 사람을 다독일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나를 보듬고 그런 용기를 낸 모두를 응원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위로였습니다. 그것이 칭찬일기의 힘이었죠.
일기쓰기 리추얼
리추얼을 마무리하며 어떤 사람에게 이 리추얼을 추천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달리는 사람, 달리다 지쳐 잠깐 쉬고 있는 사람, 달릴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힘들고 지친 마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휴식이 필요해 잠시 멈춰 있는 사람은 당연하겠지요. 오스카 와일드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기분 좋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칭찬뿐이다.” 오늘부터 한 달, 나 그리고 서로를 향해 칭찬과 응원의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매일을 보내면 어떨까요. 우리는 여전히 칭찬이 필요한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