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파인다이닝에 빠진 이유 - AMORE STORIES
#MZ 영수증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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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파인다이닝에 빠진 이유




“요즘 애들은 돈이 어디서 나는 거야?” 인스타그램을 열면 20대들이 먹는 것, 입는 것, 즐기는 것에 입이 떡 벌어진다.
요즘,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갑이 가장 얇은 Z세대다. ‘나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경험’이라는 가치를 사기 위해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는 Z세대의 카드 명세서 속에서 그들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해본다



오늘의 주인공


김남미 (28살)

교육계에 종사하는 3년차 직장인 남미 씨. 연봉은 3천 만원 초반이며 실수령액은 200만 원 초반이다. 본가와 거리가 있는 서울로 발령나면서 2년째 자취 중이다. 주거 형태는 전세로, 관리비 납부와 생필품 구매 외에는 크게 주거비가 들지 않는다. 주택 청약 저축 납입금 10만 원과 적금 50만 원, 관리비 5만 원, 통신비 5만 원이 매달 고정비로 지출된다. 외향적인 성향의 ENTP로 대외 활동이 많은 편이며,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즐긴다.




<너의 명세서를 보여줘>






먼저 남미 씨의 카드 명세서를 훑어봤다. 언뜻 봐도 외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식비 중에서도 주옥, 스시 코우지 같은 유명한 파인다이닝과 스시야가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주류 판매점과 주류 쇼핑 앱도 자주 보인다.



# 소비 분야 분석



남미 씨의 소비를 분야별로 나누어본 결과, 역시 외식비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분야는 쇼핑 부문. 옷이나 화장품보다는 주로 주류와 생필품에 소비했다. 바르고 꾸미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진심인 듯하다.
이제 남미 씨의 명세서를 심층 분석해보자.




<명세서 심층 분석>



#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는 WTP*죠.

남미 씨의 외식 비용에서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소공동 ‘주옥’과 청담 ‘스시 코우지’, 서촌 ‘물랑’에서만 무려 51만 원을 지출했다. ‘주옥’은 어머니의 생신을 맞이해 방문했다. 하지만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남미 씨는 월 2회 정도는 파인다이닝에 방문한다고 한다.
디너는 런치에 비해 가격대가 높아서 주로 런치를 이용하며, 정보를 얻는 곳은 인스타그램이다.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미슐랭 같은 키워드를 팔로우 해놓는다. 식당 예약은 ‘캐치 테이블’이나 ‘포잉’ 같은 앱을 이용한다.
인기 있는 파인다이닝의 경우 한두 달 전부터 예약을 해놓아야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도 부지런히 미리 정해놓는다.






한 번 갈 때 월급의 10% 정도를 소비할 때도 있는데, 다녀와서의 만족감은 그 이상이에요.
파인다이닝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계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도장 깨기’를 해요.





# 위스키와 와인을 집에서 즐겨요

남미 씨의 쇼핑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류다. 주류 중에서도 요즘은 거의 위스키와 와인 위주로 구매한다.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술을 마시다 보니 ‘홈술’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저녁에 가볍게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것이 삶의 낙이라고 한다.
‘와인앤모어’나 광진구의 ‘조양마트’처럼 상품이 다양하고 저렴한 주류 판매점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가끔 좋아하는 와인을 정말 괜찮은 가격에 만나면 박스떼기*를 해두기도 한다고. 요즘은 앱으로도 주류 구매가 가능한데, 남미 씨가 추천하는 앱은 ‘달리’와 ‘데일리샷’. 앱으로 가격을 비교한 다음, 미리 결제하고 가까운 가맹점에서 픽업하는 방식이다.






소주나 맥주를 마실 땐 단순히 ‘취하자~!’는 느낌이었다면, 위스키는 취향에 맞게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맛있는 안주에 페어링* 하면 더 좋고요.






<트렌드 파헤치기>



Z세대가 파인다이닝에 빠진 이유
“사치가 아닌 가치, 취향에 투자한다”


@ 주옥

@ 옳음



영화 한 편을 예매하듯 간편하게 식당 예약 앱에서 미슐랭 2스타 식당을 예약한다. 분위기 있는 공간에서 음식을 즐기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요즘 Z세대가 파인다이닝을 향유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Z세대의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호텔 고급 디저트 소비가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Z세대의 폭발적인 수요와 함께, 주로 스시야에서 쓰였던 오마카세는 한식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등으로 층위를 더해가고 있다. 파인다이닝 역시 간소화한 코스로 가격대를 낮추거나, 배달에 도전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파인다이닝은 그간 고소득의 3040이 독점해온 문화였다. 기성세대의 ‘라떼’만 해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기분 내러 가는 곳은 ‘아웃백’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였다. Z세대가 거리낌 없이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풍경은 기성세대에겐 생경하기만 하다. Z세대는 도대체 왜, 럭셔리 외식 문화에 빠지게 된 걸까?

먼저, 코로나19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단체 모임이 줄고 소수의 만남이 늘었다. 복작거리는 공간을 떠나 두세 명이 만나 편히 대화를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파인다이닝의 고급스러우면서도 프라이빗한 공간이 그 대안으로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만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의 성향과 관련 있다. Z세대는 취향이 가난해지는 것을 경 계한다. 취향은 경험에서 비롯되고,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취향의 세계를 확장할 수 없다. 음식 역시 ‘경험’으로 알아야 한 다. 파인다이닝의 높은 가격에는 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물론, 최상의 접객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1~2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음식을 꼼꼼하게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해보고 나면, ‘식사’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된다.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 갔더니, 기대 이하의 맛과 서비스로 만남의 기억까지 퇴색된 경험이 얼마나 많았던가. Z세대는 그저 그런 맛집 여러 곳에 갈 횟수를 줄여 파인다이닝 한 번 가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즉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라면 10만 원은 비싸긴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




Z세대를 열광하게 한 ‘아재술’의 매력
“여기, 발베니 12년 있나요?”




얼마 전 한 대형마트에서 오픈런이 있었다. 사람들을 그토록 달리게 만든 건 명품 가방도, 한정판 운동화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위스키 ‘발베니 12년’.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단 3분 만에 모든 수량이 동났다고 한다.1 발베니뿐 아니다. 글렌피딕이나 맥켈란 등 인기 있는 위스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1억 7534만 달러(약 2115억 원)로 이전 해보다 32.4% 증가했다고 한다. 위스키는 최근 들어 가격이 10% 내외로 인상되었음에도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위스키 대란의 중심에 Z세대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Z세대의 위스키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량 중 절반 가량을 2030이 구매했으며, 특히 편의점의 경우 70% 이상을 2030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2 Z세대는 왜 ‘아재술’의 대명사인 위스키에 심취하게 됐을까?

역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안전한 장소인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었다. 한두 잔씩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레시피로 음용할 수 있는 위스키가 ‘홈술’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것.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 위스키는 각자만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시면 맛의 스펙트럼이 한층 더 넓어진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다양한 레시피와 음용법을 접할 수 있어서 고급 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다. 위스키와 함께 토닉워터와 탄산수의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는 데이터를 눈여겨볼 만하다.3

Z세대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여유롭게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을 선호한다. Z세대가 선도하는 새로운 음주 문화와 함께, 이제는 소맥을 말며 취할 때까지 마시는 회식 자리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트렌드 키워드>



# WTP

윌링 투 페이(WILLING TO PAY) 의 약자로, (~정도의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 오마카세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는 형식의, 쉽게 말하면 ‘주방장 특선’이다. 메뉴를 고 를 필요가 없고 요리사가 극진하게 신경 쓴 메뉴로 음식의 맛이 보장되며, 느긋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페어링

‘짝을 맞춘다’는 뜻으로 음식과 어울리는 주류, 음료를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 박스떼기

한 번 살 때 6병, 12병의 박스로 사는 것을 말한다. 병당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데일리로 마실 와인을 ‘박스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 트렌드 세 줄 요약>





가치와 경험에 투자하는 Z세대의 식문화가 고급화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이었던 파인다이닝을 비롯한 오마카세, 고급 디저트의 수요가 대폭 늘었으며 ‘홈술’ 문화의 유행으로 위스키와 와인 등 고급 주류 소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에디터. 책식주의
일러스트 / 디자인.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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