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독백이 10만에 이르기까지 - AMORE STORIES
#뉴뷰티탐구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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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독백이 10만에 이르기까지

 

인터뷰이

임승원 원의 독백 운영자

 

 

'자기다움'이 새로운 아름다움이 된 이 시대. 아모레스토리의 콘텐츠 '뉴뷰티 탐구'는 다양한 세대의 인물을 만나,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봅니다. 10화에서는 유튜브 ‘원의 독백’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임승원의 이야기로, 기록하는 삶과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소개합니다.

 

 

 

 

 

번개같이 번뜩인 생각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복잡다단하고 소란한 매일, 범람하는 생각을 주워 담기란 쉽지 않다. 크리에이터 임승원은 빠르게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두기 위해 ‘나다운 기록’을 선택했다. 지난 5년 동안 유튜브 채널 ‘원의 독백’에 누적된 기록은 무려 75개. 일흔다섯 개의 생각과 고민이 매듭지어진 결과다. 그의 기록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힘을 지녔다. 원의 독백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인간 임승원’이 자신의 삶과 일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일


승원 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스스로를 어떤 문장으로 소개하고 싶나요?

저는 큐레이팅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학습한 다음 저만의 결과물로 발산하는 사람이죠. 지금까지는 비디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글과 같은 다양한 매체로 시도해 보고 싶어요.

 

유튜브 ‘원의 독백’ 채널을 운영하신 지 벌써 5년이 지났어요.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유튜브 시작하기 전까지 취업 준비를 했는데, 지금은 취업 준비는 안 해도 된다는 큰 변화가 있죠.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중이에요.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실 때면 항상 신기하면서도 짜릿하고요. 얼마 전에 빈지노 님의 맞팔을 받았거든요. 평소에 동경했던 아티스트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니. 이런 관심들이 아직 신기해요.

 

반대로 채널 초반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방식, 창작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어요. 평소처럼 생각하고 평소처럼 글 쓰고 평소처럼 기획해서 비디오를 찍는 과정은 변하지 않고 안정을 찾았어요. 오랜 시간을 들여 제 스타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고 안정감을 느껴요. 확신이 들지 않을 때에도 계속하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출처 : 원의 독백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내보이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엄격하잖아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만족을 떠나 어쨌든 업로드를 했다는 거예요. 내가 미흡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사실 남들이 봤을 때 별 게 아니거든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조회수’나 ‘좋아요’가 훈장처럼 여겨지잖아요. 그런데 초반에는 아무리 잘 만든 결과물이라고 하더라도 피드백 자체가 없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정량적 성과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닌, ‘한 달에 한 번 내가 느꼈던 것을 종합해서 영상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러다 보니 제게 의미 있는 작업이 쌓이고 지속할 수 있게 됐죠. 검열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개성이 드러나고, 그 개성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원인이 돼요.

 

승원 님의 개성은 무엇인가요?

제 개성은 ‘안 어울리는 것들의 조합’이에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지극히 평범한 생각들을 해요. 초중고 개근상, 야자 한 번 빠진 적 없는 착실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표현 방식이 달랐어요.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한 이야기처럼 포장하는 과정에서 영화 영상 기법이나 저의 취향, 제가 좋아하는 음악 같은 것들을 아끼지 않고 다 넣었어요. 반응이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죠.

 

얼마 전 구독자 10만 명을 기록하셨죠. 날로 규모가 커지는 채널을 지켜보는 소감이 궁금해요.

자신 있게 ‘유튜버’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숫자가 ‘10만’이라,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10만이 되니까 두려운 거예요. 사실 특정 IP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면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인기를 끌기 위해서 대중이 원하는 것들을 하게 되고, 광고주 요구에 끌려가게 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게 될 것 같아서요. 그런 부분에서 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는 요즘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기


가벼운 마음으로, 계획 없이 나아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 있죠. 요즘은 어떤가요?

맞아요. 저는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요. 유행이랑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만들어요. 다만 채널이 커지고 반응이 좋아지면서 퀄리티에 대한 욕심도 있었어요. 보는 분들의 만족을 위해 영상미를 높이고 싶은 거예요. 조명도 사고, 렌즈도 사고 하다보니 장비 무게가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그러니까 촬영도 잘 안 나가게 되고, 발행 간격도 더 느려지는 악영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다시 가벼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의 개편을 선택하신 이유도 가벼워지는 일환인가요?

네,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어요. 팟캐스트랑 숏폼인데요. 우선 팟캐스트에서는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평소에 뭘 보고 듣는지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해요. 비슷한 코드를 가진 분들과 즐겁게 수다 떠는 자리가 되길 바라요. 숏폼은 ‘숏츠 가위’라는 콘셉트로, 숏츠를 보느라 잊고 있던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요. 말 그대로 계속 보게 되는 숏폼을 싹둑 잘라주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해요.

 

승원 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 공존해요. 먼저 긍정적인 면은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원의 독백 이전에는 ‘나 이런 거 할 줄 아는 사람이야’라는 사실을 계속 증명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꼭 유튜브의 영향이라기보다 사회생활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까 일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부정적인 면은 ‘원의 독백’이라는 채널 IP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까 부정적인 피드백이 두려워졌어요. 흔히 고공행진 중이던 인물이 논란에 휩싸이면 ‘나락 간다’고들 하잖아요. 제가 의도하지 않은 일로 인해 그렇게 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기저에 있어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세요?

개인 작업을 많이 하려 해요. 비디오가 됐든 글을 쓰는 일이 됐든 제 얄팍한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고 싶어요. 내가 하는 말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인정하고, 아닌 것 같으면 그 안에서 또 배우면서요. 전문인으로서의 한 영역을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동시에 바쁘게 출간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원의 독백에 업로드되었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에요. 5년 동안 거의 75개의 에피소드를 발행했는데요. 하나로 뭉치면 3시간 정도 되더라고요.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챕터로 해서 이야기를 글로 쓰고, 영상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중간중간 추가하려 해요. 상반기에 원고 작업을 마치고 하반기에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매번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죠. 주된 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타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남들도 저한테 큰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내가 뭘 좋아하든, 퇴사하든, 무얼 하든 남들이 나한테 관심을 안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여러 정보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자세요. 저부터 그런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남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든지 상관없다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나의 삶을 한 편의 ‘원의 독백’으로 만든다면, 어떤 키워드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나요?

우선 타이틀은 ‘먼지’고요. (웃음) 제가 작다는 사실, 저의 ‘먼지스러움’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원의 독백으로 인해 제 삶이 많이 변하고 엄청난 행복이 생긴 것은 맞지만, 전 우주적으로 봤을 때 별 게 아닌 사건이잖아요. 아마 10년만 지나도 저를 기억 못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금 평가가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행복을 보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너무 작고, 제 말이 우주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계속 상기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게 결국 용기가 되고, 제 행복을 위해 과감하게 임할 수 있게 하더라고요.

 

 

미래의 내게 쓰는 편지


많은 분이 승원 님을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된 사람’으로 알고 있죠. 승원 님에게는 어때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제가 이런 운을 누려도 될까 고민했는데요. 최근에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저처럼 정해진 길 밖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길 밖은 울퉁불퉁한 오프로드긴 하겠지만, 즐길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려 주고 싶어요. 이런 삶이 많이 노출될수록 여러 선택지가 보일 거라 생각해요. 파이를 키우는 일인 셈이죠. 저와 비슷하게 일하는 이들의 권리까지 존중받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길 바라요.

 

원의 독백이 승원 님 삶에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인가요?

원의 독백은 게임을 할 때 중간중간 저장하는 ‘세이브 포인트’ 같은 존재예요. 또 다른 예로, 숲속에서는 방향 감각이 없잖아요.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중간중간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은 역할이죠. 원의 독백 영상이 ‘이 길을 내가 왔었어’ 또는 ‘이 고민 다시 할 필요 없어’라는 표시인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를 걸으면 삐뚤빼뚤하겠지만, 점을 찍고 그다음 점을 찍으면 선이 되는 것처럼요. 원의 독백 영상들 덕분에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선명해져요.

 

실제로 어려움을 극복하실 때 영상을 참고하는 편이세요?

맞아요. 비슷한 고민이 있을 때 이전 영상으로 어떻게 결론을 지었는지 참고하는 편이죠. 극복의 역사를 영상 속에서 찾아요. 현재를 기록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미래의 어떤 승원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생각과 고민의 결과를 남겨 놓는 거예요. 언젠가 꺾었던 나뭇가지를 보고 내가 어디쯤 와있는지 인지하듯, 예전 내 생각을 다시 상기는 용도로 영상을 다시 봐요.

 

 

 

 

5년 전 승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나요?

생각을 비우고, 빨리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장비에 많이 투자하지 말고, 핸드폰으로 해도 충분하니까 그냥 시작하라고요. 그때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사실 저는 유튜브를 오래전부터 봐왔어요. 13년 전부터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더 좋은 컴퓨터와 더 좋은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기 바빴죠. 결국 이러다 평생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무작정 시작했어요. 시장을 선점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머뭇거리느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기도 하고 그때의 좋은 아이디어들은 휘발되니까요. 그때 할 수 있던 이야기를 그때 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요?

 

승원 님을 나답게 만드는 존재 혹은 순간이 있나요?

역시 원의 독백이에요. 이곳에서만큼은 제가 남들의 인정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채널이에요. 원의 독백을 하다 보니까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때때로 비디오그래퍼, 기획자 같은 다양한 수식이 붙지만, 원의 독백에서는 그냥 임승원일 수 있잖아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이 아닌,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뉴뷰티 탐구는' 다양한 세대별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에디터 현예진

포토 강현욱

진행 어라운드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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