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의 성지, 성수동 변천사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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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의 성지, 성수동 변천사

 

신희선 리스토어비즈니스팀

 

 

Editor’s note


일주일 사이 100개의 팝업이 난립하는 팝업 전성 시대. 진짜 워킹(Working)하는 팝업을 분석한다. 이제 단순히 팝업을 여는 것만으로 새로움을 주는 시기는 지났다. MZ세대, 젠파(젠지/알파)세대는 어떤 팝업에 열광하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팝업의 성공을 정의해야 하는가? 인기 있는 팝업의 비결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운영하는 임직원이 지금 시대의 팝업 콘텐츠, 플래그십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트렌드를 분석한다.

 

 

#INTRO


안녕하세요. 2024년 임직원 칼럼을 쓰게 된 리스토어비즈니스팀 신희선입니다. 저희 팀은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 아모레성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몇 년간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팝업, 상권, 오프라인 리테일 트렌드에 대한 칼럼을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그 시작으로 이제는 너무나 핫한 상권이 된 성수동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팝업의 성지라는 별명을 가진 만큼, 성수동의 변천사는 지금 이 시대의 팝업스토어 트렌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1 성수 상권의 시작, 공장형 카페 대림창고

 

네이버에 팝업스토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사실 더 많다 / 출처: 네이버 지도

 

 

압구정 로데오, 용산과 함께 3대 MZ 상권으로 급부상한 성수동은 팝업의 성지죠. 지금 이 순간에도 성수동에서는 평균 50개의 팝업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무렵 아모레성수를 오픈하기 위해 성수역 일대를 분주하게 돌아다닐 때만 해도, 한 블럭에 하나씩 팝업이 들어선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어요.

 

 

2015년에 오픈한 공장형 카페, 대림창고 / 출처: 대림창고

 

 

성수동에 대한 저의 첫 느낌은 사실 ‘더럽다’였어요. 오래된 창고, 공장과 자동차정비업소가 즐비한 거리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긴 했지만, 쾌적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공장형 카페 대림창고는 그래서 더 달라 보였던 것 같아요. 성수 상권의 시작으로 상징되는 대림창고는 옛 공장 창고로 쓰이던 대형 건물이었어요. 건물 외관은 쿨하게 유지한 채 내부만 카페로 리뉴얼한 점이 특이했죠. 낡은 공장 건물 안에 뜬금없이 자리한 카페.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웠죠. 더러운 것도 특색으로 느껴질 만큼요. 그게 성수동의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동네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담은, 로우(Raw)하지만 왠지 있어 보이는, 메이저는 아닌 마이너의 특별함. 나만 아는 감성. 이런 것들이요. 기존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름이 팝업스토어의 매력이라고 본다면, 이때부터 성수동은 팝업 메카의 싹을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패피, 힙한 사람들의 거리, 연무장길

 

저렴한 임대료와 낡았지만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성수동의 공장 건물들은 나만의 감성을 담고 싶은 젊은 사업가, 예술가들에게는 좋은 대안이었어요.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가 늘어났습니다. 강남의 높은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넘어온 연예 기획사도 많았어요. 이들의 감성을 담은 독특한 패션 편집샵들도 계속 생겨났죠. ‘힙’은 투박하다는 약점조차 멋으로 드러내는 성수 패피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MZ세대는 그런 성수동의 힙한 감성을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어요. 아더에러, 피치스도원, LCDC 등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오고 트래픽이 본격적으로 많아지면서, 성수동은 MZ세대를 타겟으로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상권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때부터 브랜드 팝업들이 무섭게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성수동에는 브랜드를 충분한 스케일로 보여줄 수 있는 공장형 카페들이 적지 않았어요. 대형 설치물들과 콘텐츠를 담기에 적합했죠.

 

 

3 힙한 동네에서 명품 팝업의 메카로

 

디올 성수 / 출처: 디올

 

국내 최초로 까르띠에 시계의 단독 전시가 열린 성수동 팝업 스토어(23/6/1 ~ 23/6/18) / 출처: 까르띠에

 

 

그렇긴 하지만 ‘디올(Dior)’이라뇨? 저는 아직도 ‘디올 성수’의 공사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놀랐던 감정이 생생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당시 아모레성수 바로 맞은편은 여전히 더러운 폐기물이 잔뜩 쌓인 고물상이었다고요!) 2022년 명품 브랜드 디올은 국내 2호 플래그십 스토어 ‘디올 성수’를 성수동에 오픈했습니다. 210평의 규모, 지붕 위 커다란 별 모양을 달고 수십 개의 창문 디스플레이를 단 화려한 모습으로 말이에요. 전형적인 강남의 깔끔한 명품 거리를 탈피한 디올 성수는 심지어 단기 팝업스토어가 아닌 정규 플래그십 매장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명품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030의 구매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2022년 온라인 명품 결제액에서 20대는 전년대비 80%, 30대는 75%가 성장했으니 말이에요.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디올뿐만 아니라 까르띠에, 루이비통, 샤넬 등 다양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들이 성수동에서 팝업을 열었습니다. 규모도 점점 더 커졌죠. 작년 10월에 열린 ‘버버리 로즈’ 팝업은 성수동 연무장길에 무려 4개의 건물을 대여해 상당한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성수동 버버리 팝업, ‘버버리 성수 로즈’, 이 건물 외에도 2개의 다른 건물을 사용했다 / 출처: 버버리

 

 

4 팝업을 위한 공간을 전문적으로 빌려 드립니다. #프로젝트렌트 #쎈느

 

늘 팝업이 열리고 있는 프로젝트 렌트 & 카페 쎈느
/ 출처: 프로젝트 렌트, 쎈느

 

 

성수동에는 이제 팝업을 위한 공간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비즈니스까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렌트는 작은 브랜드가 원하는 기간만큼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6.5평짜리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입니다. 단순히 공간만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필라멘트앤코가 해당 브랜드와 협업해 흥미로운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있죠. 비즈니스는 성공했고, 프로젝트 렌트는 뚝섬역 옆 6.5평 R01에서 시작해, 성수동에만 R01, R02, R03, R04, R06까지 총 5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5평의 작은 공간을 넘어 지하 40평, 1층 50평, 2층 45평의 건물을 통째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렌탈 스튜디오인 R OLDTOWN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죠. 거의 매달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되는 성수동 대형 카페 쎈느는 팝업이 끝난 후 대여 브랜드에게 팝업 기간 동안의 정량 지표를 제공합니다. 공간 내에 설치한 AI 카메라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단순 방문객 수를 넘어, 방문객의 성별과 연령, 체류시간까지 알려주죠. 이러한 지표를 통해 브랜드는 애초에 목표한 타겟과 방향성으로 브랜드 콘텐츠들이 잘 노출 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5 성수동은 지금 #사옥경쟁 #무신사 #젠틀몬스터 #크래프톤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 2025년 완공 예정인 젠틀몬스터 사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성수동은 싼값에 팝업을 열 수 있는 동네가 아니게 됐습니다. 실제로 연무장길 메인에 있는 건물은 팝업 1주일 임대료가 1억을 넘기도 하죠. 하지만 발 빠르게 성수동의 가치를 알아챈 브랜드들은 미리 성수동에 건물을 매입해 지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사옥을 사무실 겸 플래그십 공간으로 사용하는 거죠. 무신사가 대표적입니다. 무신사는 최근 매각한 무신사 스탠다드가 있는 건물 ‘무신사 캠퍼스 E1’을 제외하고도 성수동에만 부동산과 토지를 5개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 누데이크, 탬버린즈를 가진 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 역시 성수동에 유니크한 디자인의 사옥을 올려 브랜드를 발신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팝업, 플래그십 마케팅에 성수동이 최적의 장소임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건물 자체를 매입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발신하는 것은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부동산 가치는 제외하더라도 말입니다.

 

 

#OUTRO


이런 성수동의 호황이 얼마나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늘 젊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가로수길 상권도 젠트리피케이션과 함께 어느새 기울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성수동의 트래픽은 꽤 오랜 시간 유지되리라 봅니다. 내로라하는 트렌디한 기업들의 본사가 성수동으로 집결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한동안 팝업 경쟁은 더 심화될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팝업 경쟁 속에서 이제 ‘성수동’에서 팝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어떤’, ‘새로운’ 팝업을 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2편은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팝업에 대해 분석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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