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국수’ 김진숙 사장님을 만나다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한강대로100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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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 국수’ 김진숙 사장님을 만나다

44년 전통 어머니의 사랑과 손맛 그대로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100m. 55년 전 지어진 삼각맨션 옆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작은 삼각형 모양의 뒤꼍이 보이고 그 맞은편 키낮은 건물에 빨간 차양이 눈에 띈다. 그 옆으로 세로로 길게 세워진 빛바랜 간판, 옛집 국수 김밥이라는 단어가 정겹고 반갑다.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킨 세월의 흔적은 그 자체로 믿음직스럽고, 44년 간 달라지지 않은 맛은 많은 사람들의 소울푸드가 됐다. 2년 전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배혜자 님의 뒤를 이어 옛집 국수를 지켜 나가는 김진숙 사장님과 한강대로 사람들의 뜨끈한 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한 온기 속에 힘든 줄 몰랐던 세월

 

 

 

 

2대째 국수집을 하고 계시다고요? 따님이시죠? 아니면 며느님이신가요?

딸이죠. 요즘은 며느리한테 비법 전수 안한대요. (웃음) 제가 막 고등학교 졸업할 때 어머니께서 국수집을 시작하셨는데, 잘 돼서 제가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간 뒤에 오며 가며 도와드리다가 어느새 같이 하게 됐죠. 큰 애가 36살이니까 저도 근 30년 됐네요.

 

30년이면 대를 이었다기보다 어머니와 함께 일구신 거네요. 몇 년도에 문을 여신 거죠?

44년 됐으니까, 1981년도에 시작했네요. 어머니께서 42년간 한결같이 쉬지 않고 일하시다가, 노환으로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국수집 처음 시작할 때 기억나세요? 왜 하게 되신 거예요?

원래 이 자리에 국숫집이 있었어요. 그 집도 국수랑 김밥을 팔았는데 저희 어머니가 인수받아서 하시게 됐죠.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제 밑으로 남동생이 셋 있는데 아이 넷을 키워야 하니까 장사를 시작하셨어요. 살림만 하시던 분이라 뭘 해서 먹고 사나 고민하시던 중에, 아는 분이 여기서 국숫집 하면 그래도 애들하고 먹고는 살 거라고 권하셨어요. 처음에 인수할 돈도 없어서 일수 찍어가면서 장사를 시작하셨죠.

 

 

 

 

 

어머니께서 갑자기 가장이 되신 거군요. 살림만 하시다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들어하진 않으셨나요?

먹고 사는 게 급해서 시작했는데 이게 어머니 천직이더라고요. 우리 엄마는 이걸 하면서 힘든 걸 모르셨어요. 늘 즐거워했어요. 손님들이 잘 먹는 것만 봐도 기분 좋고, 당신이 챙겨주는 거에 행복을 느끼셨죠. 원래 남 퍼주는 걸 워낙 좋아하던 분이었거든요. 저는 우리 식구끼리 밥 먹은 기억이 없어요. 어린시절부터 밥상에 늘 가족 외에 누가 있었어요. 이웃이 아직 밥 안 먹었다고 하면 상 위에 숟가락부터 올리고 보셨으니까요. 손도 크시고 뭐든 푸짐하게 해서 나누기 좋아하셨죠. 제가 아이를 낳고도 혼자 상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때도 누군가 함께 밥 먹는 사람이 있었어요.

 

성정에 딱 맞는 일을 찾으신 거군요.

네, 그래서 참 다행이었죠. 일이 고되도 힘든 줄 모르고 하셨으니까요. 돈을 받고 팔지만 언젠가는 그냥 다 배고픈 사람들 공짜로 먹이고 싶다는 말씀도 자주 하셨어요. 3년 전까지 김밥 자리에 앉아서 김밥 말면서 손님들 다 챙기셨으니까 근 40여 년을 한 자리에서 즐겁게 일하신 거죠. 손님이 오시면 그냥 좋아하셨으니까요.

 

어머니가 시작하신 게 마흔 무렵인데, 요즘 생각하면 무척 젊으실 때였네요.

그쵸. 제가 나이들면서 보니까 안타까워요. 우리 엄마 너무 젊을 때 여기서 고생했구나. 또 한편으로 그래도 즐거운 일 했으니 덜 고단했겠구나. 단골들 김치도 퍼주고, 못 먹으면 왜 못 먹냐고 살피고 잘 먹으면 양이 적은 건 아닌지 걱정하시고. 저는 엄마처럼은 못해요. 아무리 애를 써도 그렇게는 안돼.

 

 

배부르게 먹고 오늘 하루도 잘 살라는 마음으로

 

 

 

 

사장님도 30년 공력이면 사장님만의 따뜻함이 있으시겠죠. 그러니 지금까지 단골들이 있으신 거 아니겠어요?

그런가요? 그 단골들도 엄마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엄마 돌아가시고 힘들었어요. 잊을만 하면 사람들이 와서 울고 그러면 같이 울고, 눈이 마르지 않더라고요. 요즘 조금 괜찮아졌는데, 오늘 또 엄마 얘기를 하게 되네요. 지금도 또 울컥해요. 엄마랑 거의 24시간 같이 있었으니까. 이제 그만 해야지 하면서도 또 엄마와 함께 했던 세월이 아쉬워서 손을 놓지 못해요. 우리 국수맛 잊지 않고 찾아주는 분들 생각해서도 못 그만두고요.

 

이렇게 진하고 깊은 국물맛을 계속 이어가셔야죠. 온국수, 비빔국수, 수제비, 콩국수, 김밥 모든 메뉴가 꼭 집밥 먹듯 편안해요. 처음 메뉴를 그대로 이어가시는 건가요?

거의 비슷하죠.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온국수, 비빔국수, 김밥 세 가지였는데 자리가 잡히면서 멸치 육수 기본에 어울리는 메뉴를 더했죠. 떡국, 수제비, 우거지된장국이 추가됐고 여름별미로 콩국수도 넣었고요. 육수도 직접 우리고, 콩국수 콩물도 다 저희가 직접 만들어요. 엄마 돌아가신 후에는 제 아래 남동생이 일 끝나고 밤에 와서 멸치 일일이 다 깨끗하게 씻어서 육수를 내고 들어가요. 청소도 깨끗하게 해주고요. 엄마 계실 때도 우리는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음식 드리는 게 철칙이었어요.

 

‘옛집’이라는 상호는 누가 지으신 건지 궁금해요. 가족이 다 같이 지으셨나요?

아니요. 엄마가, 당신을 엄마라고 생각하고 옛날 집에 가서 맛있는 엄마밥 먹는다고 생각하고 오라는 의미로 지으셨어요. 내집이라고 생각하고 와서 배불리 먹었으면 싶으셨대요. 엄마는 무조건 많이 먹으라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엄마가 와서 등 두드려주는 것 같다는 단골들이 계셔요.

 

 

 

 

 

정겨운 장면이네요. 말씀만 들어도 어르신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실 때도 이 모습이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10년 주기로 한칸씩 한칸씩 늘렸어요. 처음엔 지금 주방과 이 김밥 자리 정도였어요. 거기에 테이블 4개 놓고 시작했죠. 카드 리더기 옆에 바가지 보이시죠? 저게 44년된 거예요. 당시에 설탕을 자루로 사면 들어 있던 바가지인데 지금도 제가 닦아가면서 써요. 그땐 저 바가지도 반짝거렸죠. 그렇게 한칸짜리로 시작했다가 10년 단위로 옆에 이발소, 또 옆에 철공소, 또 옆에 떡볶이집을 하나씩 터서 지금 이 규모가 됐어요. 보시면 기둥이 있는데 그 기둥 하나씩 늘려간 거죠.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되셨나봐요.

꼭 그래서는 아니고요. 손님들 편하게 드시라고 넓히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처음에 작은 테이블 4개 놓고 장사를 하는데, 군인 아저씨들이 국수 그릇 내가면 바로 젓가락 들어서 후루룩 잡수시면서 우리가 이집 도와줄 수 있는 건 빨리 먹고 나가는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기다리는 사람들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게 회전해야 하니까 얼른 먹고 빠져주겠다는 거였죠. 엄마가 편하게 앉아서 드시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괜찮다면서 후딱 먹고 일어서세요. 그게 죄송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늘린 거죠. 우리는 그런 손님들 덕에 장사했어요.

 

 

서로의 역사를 함께 쓰는 옛집 국수

 

 

 

 

주고객층이 어떤 분들이셨는지도 궁금해요.

지금도 비슷한데 이 근처 이웃들과 직장인 분들이시죠. 육군 본부랑 국방부가 있어서 군인들이 많이 오셨어요. 장군되어서도 오시고, 이제 다른 곳에 가셨어도 결혼했다고, 배불렀다고, 애 키웠다면서 안부차 오세요. 그리고 용산 직장인 분들도 많이 오시고요. 손님 중에 세련되고 예쁜 분들이 오셨네 하면 거의 아모레퍼시픽 직원분들이시죠. 설화수를 쓰면 나도 저렇게 예뻐지려나 싶어서 열심히 써요. (웃음) 걸어오시기 조금 먼데도 찾아주셔서 늘 감사해요. 참, 요즘은 외국인 손님도 많아졌어요.

 

어느 나라 손님들이 주로 오시나요?

일본 분들이 진짜 한국맛 보고 싶다고 많이 오세요. 저희 가게가 일본 책에 소개됐거든요. 거기에 서울 맛집으로 알려졌나봐요. 요즘 보면 일본 식 가게도 많고, 골목들도 일본이랑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너무 오래된 것들이 그대로 있으니까 오히려 낯설어서 진짜 한국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와서 김밥이랑 국수 종류 다양하게 드시죠.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줘야 하니까 저희도 더 청결하게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려고 해요.

 

인근 직장인부터 외국분들까지 왜 멀리서도 찾아오신다고 생각하세요?

특별한 건 없는데요. 저희 음식이 슴슴해요. 자극적이지 않아서 확 당기는 맛은 아니지만 먹고 나면 속이 편하실 거예요. 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으니까, 그래서 꾸준히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40년 넘게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우린 그런 거 없었어요. 너무 다 즐거웠어요. 배춧값이 아무리 비싸도 중국산 김치 안 쓰고 하던대로 담갔거든요. 우리가 일주일에 김치를 100포기 담가요. 드리는 찬이 김치 뿐이라, 넉넉하게 해놓는데요. 배춧값 폭등했다고 하면 손님들이 김치를 아껴 드세요. 더 갖다 드리냐고 여쭤도 괜찮대요. 고향에서 가져왔다면서 우거지하라고 시래기를 잔뜩 주고 가시고, 텃밭에서 기른 거라고 고추며 호박이며 채소도 많이 가져다 주시고요. 우리 엄마가 우스개로 영감 빼고 별의 별 선물이 다 들어온다고 하셨어요.

 

늘 즐거워도 매일 아침 6시에 문 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실 것 같아요. 언제부터 6시에 문을 여신 건가요?

아마 처음엔 8시쯤이었을텐데 준비하느라 일찍 불을 켜잖아요. 불만 켜면 손님들이 문을 두드렸나봐요. 아침 일찍 나오느라 굶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우리가 조금 서둘러서 따끈한 아침밥 먹게 하자고 하셨어요. 그 시간에만 찾아 오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새벽에 출근하시는 분들, 집이 멀어서 차가 막히기 전에 일찍 나오시는 분들이 아침 단골들이세요. 그렇게 아침, 점심 하고 8시에 저녁까지 드시게 하고 문을 닫죠. 저녁에 김밥 남으면 더 드리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는 푸짐하게 배불리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는 게 제일 행복해요.

 

휴가는 잘 챙기시죠?

매주 토요일에 쉬고 또 이렇게 매일 오후 시간에 잠깐 한가할 때가 있고요. 여름, 겨울 휴가 잠깐 가고 명절에 쉬죠. 예전에 엄마 살아 계실 땐 명절에 문 안 여냐고 전화가 오곤 했어요. 먹을 데가 없는데 문 열어 주면 안되냐는 말에 엄마가 집으로 불러서 함께 명절 음식을 먹기도 했죠. 집이 이 근처였거든요. 그냥 이웃 같고 가족 같고 손님들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예전에 참 정겹고 그랬어요. 요즘은 명절에는 잘 쉽니다. (웃음)

 

 

 

 

 

앞으로 옛날 국수가 어떤 모습으로 한강대로에 남길 바라시는지 마지막 말씀 부탁 드려요.

지금 아모레퍼시픽 건물 지어지기 전에 작은 빌딩이었잖아요. 뒤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있고. 그런데 어느 날 너무 예쁘고 늠름한 빌딩이 세워져서 정말 흐뭇했어요. 우리 용산도 드디어 빛이 나는구나 싶었죠. 저희 옛집 국수도 한강대로 사람들에게 흐뭇한 존재가 되었으면 해요. 얼마 전에 엄마 따라 중학생 아이가 왔어요. 그 애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우리 집 국수를 찾아서, 임신 내내 아이 아빠가 주전자에 받아가곤 했거든요. 뜨끈할 때 먹어야 하고, 면이 불어서 원래 포장이 안되는데 산모가 먹고 싶어한다는데 안해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애가 벌써 중학생이 돼서 온 거예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생각나는 맛이었으면 하고, 44년 동안 그래왔듯 정직하고 성실하게 엄마의 맛을 지켜야겠죠.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Information

옛집국수

  • 주소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26(6호선 삼각지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위치)
  • 영업시간 : 06:00 - 20:00(매주 토요일 정기 휴무)
  • 메뉴 : 칼국수 10,000원 비빔국수 7,000원 김밥 3,000원

 

 

 

 

한강대로 100은 아모레퍼시픽 주변 사장님들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업에 대한 열정과 집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위기를 타개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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