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MAKEUP, JUST ARTIST / 민킴의 빛나는 발상
나다운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뉴뷰티 아이콘’. 이번 주인공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킴입니다. 얼마 전 ‘파리 금손’이라는 닉네임으로 메이크업 경연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에 참여했죠.
경연 내내 메이크업의 스펙트럼을 끝없이 확장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신선하고 파격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아이디어의 원천,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민킴을 민킴답게 만드는 일과 삶에 대한 그녀만의 태도, 그리고 파리 라이프까지. 뉴뷰티 아이콘 민킴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킴입니다. 메이크업 경연 프로그램 <저스트 메이크업>에 파리금손이라는 닉네임으로 참여했구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스트 메이크업>에 심사위원이 아닌 경연자로 출연하셔서 놀란 분들이 많았어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출연을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제작진에게 처음 DM을 받았을 때 스팸인 줄 알았어요. (웃음) 후에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일단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미팅 날짜를 잡고, 몇 개월 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조명한다는 취지가 너무 좋았어요. 왜 메이크업만 ‘아티스트’라는 칭호가 붙는지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단편적인 의미의 메이크업이 아닌 창의적인 메이크업의 세계를 보여주는 일에 함께하고 싶었어요.
말씀하신 취지대로 보다 폭넓은 메이크업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경연이었어요. 막상 시작할 때 부담은 없으셨나요?
있었죠. 실력이나 승패에 대한 부담이라기보다 K-뷰티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K-뷰티 최전선에 계신 분들과 겨루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 자체로 K, 코리안이잖아요. 나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K-뷰티라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 미션이 자신의 시그니처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때 딱 나다운 걸 보여드렸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 뒤부터는 막힘없이 미션이 주어지면 신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했어요. 부담이 사라지니까 머리가 환해지고 좀 더 재미있어졌고요. 매 순간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어 두근거렸죠.
첫 회 미션 때 혼잣말로 “마인드 컨트롤하자”라고 되뇌시던데, 평소에도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하시나요?
많이 해요. 특히 이동 중 차 안에서 주로 하는데요. 목적지로 가는 동안 클래식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깨끗이 비우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좀 다운돼서 생각이 깊어지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거든요. 제 경우는 조급하게 스스로를 다그친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요. 오히려 깨끗한 마음으로 현장에 갔을 때 ‘파바박’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 솟아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중요한 일을 앞두었을 때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특히 아침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완전히 비워서 깨끗한 나를 만드는 게 하루의 시작이에요.
비운다는 게 참 쉽지 않아요. 민킴만의 ‘진짜 나’를 채우기 위한 비움의 노하우가 있나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아무 생각도 안 하기도 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하기가 참 어렵죠. 비운다는 게 말은 쉬워도 금방 되지 않거든요. 저도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습관을 들여 연습한 거예요. 나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 폭발적으로 쏟아내기 위해 비우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안 뒤로 비우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비워야 진짜 나로 채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경연이 갈수록 조금 힘들었어요. 비울 시간이 없으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마지막 미션도 비우지 못한 채 임했는데, 그때는 대상이 계셨잖아요. 반효정 선생님께 몰입하니까 원하는 방향이 나오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저스트 메이크업 파이널 미션, 쿠팡플레이 제공
마지막 미션 이야기도 해주세요. 그때 심정이 어땠나요?
겉으론 흔들림 없어 보였지만, 그날은 처음으로 떨었어요. 저는 진짜 안 떨었거든요. 늘 무대 뒤에서 웃고 신나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마지막 미션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표가 생기면서 떨리더라고요. 대배우 선생님들의 메이크업이었잖아요. 과연 어마어마한 대가의 시간과 내공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제대로 표현 못 하면 어쩌지. 메이크업을 잘해서 의도와 의미가 잘 살아나야 하는데 가능할까.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선생님께서 툭툭 하시는 말씀이 힘이 돼서 중심 잡고 집중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마지막에 감동을 주려고 선생님들을 모셨다고 생각했는데, 하면서 보니 제작진의 깊은 뜻이 있더라고요. 메이크업이 젊은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60대 이상 그 너머 모두를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어요. 선생님들과 대중 사이의 좋은 전달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통한 것 같아 뿌듯했어요. 따뜻하고 감명 깊은 미션이었어요.

파리지엔느로 지내신 지 거의 십수 년이 되었는데, 비우고 또 채우기에 파리만한 곳이 없죠. 파리 라이프가 궁금해요.
파리는 제게 그저 '삶'이에요. 19년이니까 거의 반평생을 살아서 편안해요. 파리에서의 생활이 비움이 가능한 삶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파리의 삶 자체가 정말 정적이거든요. 제 공간도 아주 심플해요. 가구도 있어야 할 것만 있고, 일상도 단조롭고요. 그러다 베케이션을 받아 한국에 오면 생동감이 넘치죠. 오히려 한국에서 여행자의 느낌이 더 강해요.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고, 새로운 곳 찾아가고. 양쪽의 갭이 저는 정말 좋아요. 각각 저에게 다른 영감을 주거든요.
파리는 문화, 예술 전시 등 볼거리가 많잖아요. 미술관은 자주 가세요?
많이는 아니고, 생각나거나 영감이 필요할 때, 꼭 가고 싶은 전시가 있을 때 가요. 이번 팀 미션 할 때도 고민하다가 안 풀려서 뛰쳐나가 전시를 봤어요. 미국 사진작가 어빙 펜(Irving Penn)의 전시였는데, 다양한 인물의 손 사진이 유명하잖아요. 그의 작품을 보다가 ‘손’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됐죠.
파리 현지에서 K-뷰티의 인기를 체감하시겠어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K-뷰티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네, 주변 친구들이 한국의 여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서 알려줘요. 제가 모르는 것도 많더라고요. 마스크팩, 기초라인, 메이크업 제품 모두 인기가 많죠. 그걸 보면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껴요. K-뷰티는 스킨케어 중심의 맑은 메이크업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기초든 색조든 아주 세심하잖아요.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는 것이 매력이죠.

<저스트 메이크업> 미션 중 자신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번째 1:1 미션이었던 ‘붉은 말’이에요. 응원도 많이 받았고, 지인들에게 피드백도 많았어요. 메이크업할 때 요소를 다양하게 쓰는 걸 좋아하는데, ‘붉은 말’이 그런 제 성향을 잘 나타낸 결과였죠. 여러 미션 중 저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단체 미션 때 그룹 투어스의 손에 스와로브스키를 붙여 빛나게 했던 아이디어도 정말 최고였어요.
팬들의 사랑, 노래의 의미를 다 녹여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그 친구들이 노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주목했죠. ‘꿈과 사랑이 곁에 있어 나다워진다’는 청춘의 이야기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해석으로 담고 싶었어요. 빛나는 청춘의 의미로 손에 스와로브스키를 붙였는데, 빛과 빛이 교차하며 서로 연결되는 찬란한 청춘의 순간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하나하나 공들여 의미를 담았는데, 영상에 다 나가진 않았어요. 그래도 팀원과 함께 머리 맞대고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고,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이에요.
민킴의 청춘은 어땠나요?
치열했죠. 힘들고 치열했지만, 돌아보니 참 예쁘고 반짝였어요. 그래서 더 투어스가 공연하는 그 2분 30초의 순간이 찬란히 빛나길 바랐던 것도 있어요. 그런 마음이 전달됐는지 주변에서 저희 팀 미션을 보며 따뜻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제 청춘은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눈치 보느라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떠났기 때문에 매 순간 반짝반짝했어요.
팀 미션이 가장 까다롭고 힘들 수 있는데 즐겁게 해내셨네요.
정말 모두가 함께 고민 많이 했고, 끝없는 소통의 결과로 나온 작품이라 의미가 커요. 말씀하신 것처럼 팀 미션이 어렵지만 그래서 더 가슴에 남아요. 제가 파리에 있어서 점심·저녁 할 것 없이 시간을 맞춰 회의하고, 제가 잘 때 팀원들이 레퍼런스를 찾고, 또 그들이 자는 시간엔 제가 찾아봤어요. 각자의 의견을 내고 서로 토론하며 마침내 딱 일치할 때의 기쁨과 희열이 있었죠. 그 회차 영상을 보면 지금도 울컥해요. 아직도 그때 감정이 남아 있어요. 모두 이기고 싶었고,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죠. 우리 팀, 최고였어요.
패션 전공이셨다고요. 패션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진로를 바꾸게 된 이유는요?
패션 공부하면서 잡지 스크랩을 많이 했는데, 사진 속 메이크업을 좋아했어요. 여러 고민이 있던 때 학원에 가볼까 해서 갔던 게 계기가 됐죠. 그냥 좋았어요. 항상 어떤 일을 할 때 ‘재미있고 좋아야’ 하잖아요. 지금도 가급적이면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해요. 이런 인터뷰도 흥미롭고 재미있고요.
아, 여기서 중요한 건 일단 뭐든 해보는 거예요. 안 해보면 재미있는지, 좋은지 아닌지도 모른 채 지나가니까요. 뭐든 해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나다운 걸 잘 알고 계시네요.
맞아요. 저는 일단 뭐든 궁금하면 해봐요. 안 맞으면 오케이, 그 시간도 좋은 경험 아니겠어요? 다음에 싫은 일을 만날 수도 있는데, 그 경험이 언젠가 도움이 되겠죠. 했는데 좋으면 더 오케이.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았으니 그걸로 된 거죠. 인생은 계속해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시도하세요. 뭐든 많이. 메이크업도 다 해보세요. 만약 안 어울리는데 그게 내가 좋다면, 그걸로 끝이죠. 사람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어울리지 않아도 내가 좋은 걸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거든요. 트렌드를 따라갈 필요 없이 내 것, 내가 좋아하는 걸 찾으세요. 다만 거기에 너무 얽매이지는 마세요. 상황마다, 시기마다 좋아하는 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지금의 내가 좋은 것들을 찾아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두는 걸 추천해요.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메이크업을 잘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음, 기초 케어에 신경 쓰는 게 기본이죠. 굳이 팁을 드리자면 메이크업 전에 셀프 마사지를 해보세요.사실 어렵지 않아요. 혈점을 눌러주면 얼굴 붓기가 빠지면서 혈색이 돌아요. 마사지를 하면 파운데이션 100을 쓸 걸 50만 써도 될 정도로 혈색이 살아나고, 눈가도 밝아지고 입술색도 환해지거든요. 메이크업을 잘하고 싶다면 1분이라도 간단하게 시간을 내서 내 얼굴을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나와 교감해보세요.
맞아요. 개인 미션 때 보니 메이크업 전 마사지를 해주시던데 인상적이었어요.
일종의 저만의 리추얼이에요. 저희 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또 거의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요. 그래서 작업할 때 상대를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을 보며 메이크업 방향을 고민하고, 서로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마사지였어요. 얼굴을 만지며 그 사람을 궁금해하고, 에너지를 느끼고, 어떤 리듬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죠. 15~2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서로 교감하는 거예요. 마사지를 하면 메이크업 흡수가 잘된다는 장점도 있고요.
나다운 아름다움을 전하는 ‘뉴뷰티 아이콘’에 선정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뉴뷰티 아이콘, 난데? (웃음) 거창한 내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나, 그런 나를 긍정하는 것이 나다운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렇게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민킴이 생각하는 ‘나다운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음… 우리 부모님이요.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예전 같지 않으시고 잔소리도 많아지셨지만, 제가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키워주셨고 또 그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우리 부모님이 가장 나다운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계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고 있는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솔직하게,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세요. 저는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앞으로 우리 함께 하루하루 성실히, 자연스럽게, 완전한 ‘나’로 살아가도록 해요. 여러분 각자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뉴뷰티 아이콘’에서는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봅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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