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는 모두는 과학적으로 아름답다
나다운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뉴뷰티 아이콘’. 이번 주인공은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입니다. 그는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과학의 경이로움을 알리며 대중에게 새로운 지적 영감을 전하는 과학지식 전달자이자, 이야기꾼이죠. 궤도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며 열정적으로 소통합니다. 그 순간이 가장 나답다고 생각해서라는데요. 엄청난 확률을 뚫고 태어나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이며, 그 치열한 생존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의 증명이라는 궤도의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들어봤습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아이오페와 ‘피부학 개론’이라는 시리즈를 함께 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과학 지식을 전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었네요. 뉴뷰티 아이콘으로 불러주셔서 기쁘고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뷰티는 과학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느끼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무엇인가요?
아름다움은 생명공학과 물리학 두 가지로 나눠서 정의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말하는 뷰티, 아름다움은 생명공학적 아름다움이죠. 이 아름다움은 진화와 닿아 있습니다. 인간은 진화를 위해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좀 더 좋은 유전자와 결합하려고 합니다. 좋은 유전자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는 건강 상태예요. 깨끗한 피부, 윤기있는 머리카락, 균형과 대칭 등이 그것이죠.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내면도 역시 건강상태와 연결되어 있잖아요. 결국 생명공학적으로 유전자를 결합하고 싶은 건강한 상태가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리학적으로는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굉장히 아름답고 재미있다고 여기는데요.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입니다.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올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계산을 하면 예상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 평가 받고 있어요.
아까 보드에 적은 것이 초끈이론 수식이죠?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는 거군요.
가장 아름다운 수식으로 매년 1위를 하는 오일러 항등식(Euler's identity, e^(iπ)+1=0)이라는 것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요. 오일러 항등식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예쁜 것들이 다 들어가 있거든요. 복소수를 대표하는 i, 가장 중요한 무한수인 원주율 𝞹, 미적분을 대표하는 상수 0과 1까지요.
결국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신호들이 사실은 신체의 가장 좋은 상태를 나타내는 정교한 지표인 셈이네요. 그렇다면 최근 뷰티 시장의 화두인 롱제비티(Longevity)도 이런 과학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노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모든 생명체에는 노화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죠. 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걸 전제로 롱제비티(Longevity)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롱제비티(Longevity)는 우리는 정상적인 노화를 향해 가는데 황금기, 즉 리즈 시절을 최대한 늘리는 걸 의미하죠.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의 심오한 버전이랄까요. 단순히 오래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하자는 거죠. 그런데 이 롱제비티가 가능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입니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의료 혜택들은 전부 과학 기술이잖아요. 화장품도 과학 기술로 만들어지는 것이고요.

피부 관리도 과학이군요.
사실 우리가 누리는 레이저 치료나 의료 혜택 같은 것들은 모두 과학의 기술입니다. 화장품도 알고 보면 그 안에 어마어마한 과학적 원리들이 들어가 있고요. 피부가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과학 기술의 결과물인 화장품을 이용해 인위적으로라도 내 피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성분이 가진 효능을 잘 담아내고,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다 과학이에요. 우리가 흔히 피부가 좋다고 말하는 건 피부 면이 매끄럽다는 건데, 우둘투둘한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어 광택이 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다 과학적 원리에서 나옵니다. 세포 분열이나 콜라겐, 엘라스틴처럼 무너지는 피부 조직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주려는 노력도 포함되죠. 피부는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장벽인데, 시술이나 화장품을 통해서 이 장벽을 계속 보강하고 지켜주는 것, 그게 바로 과학이 뷰티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고 나아가 롱제비티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에요.
과학이란 인간에게 축복이라 할 수 있겠네요.
축복이죠. 이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아 롱제비티를 실현하는 종이 인간 외에 딱 두 종이 더 있어요. 개와 고양이에요. 우리가 가진 의료 기술을 얘네들한테도 나눠줬거든요. 예전 같으면 진작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친구들이 이제는 수명도 훨씬 길어졌고, 나이가 꽤 있어도 눈에 띄게 건강한 걸 볼 수 있죠. 다른 동물들은 이런 혜택을 못 받았는데, 그건 인간이 예뻐해서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개나 고양이도 인간과 함께 삶의 시간이 늘어났고 더 건강해진 거예요. 옛날 같으면 오래 산 강아지나 고양이는 기력이 없어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했을 텐데, 지금은 노견도 같이 산책을 하고 활발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변화들이 하나하나 다 우리가 발전시킨 과학 기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롱제비티(Longevity)는 단순히 피부나 수명 같은 외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홀리스틱(Holistic)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의 신체와 마음, 내부 기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나요?
실제로 '장뇌축'이라는 게 있어요. 말 그대로 장과 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데, 이게 생각보다 우리 상태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유산균을 먹었는데 우울증이 완화되는 식의 결과들이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메커니즘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해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배가 아픈 경우가 있죠? 남들은 꾀병이라고 할지 몰라도 뇌의 상태가 장으로 전달된 거거든요. 반대로 장 건강이 회복되면 정신적인 컨디션도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어요. 우리 몸이 받는 스트레스와 건강 상태가 뇌랑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육체와 정신은 나누기가 정말 어려워요. 몸이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으면 정신적으로도 안정되기 쉽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거든요. 만약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한다면 그건 단순히 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됩니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가꾸고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내면적으로도 굉장히 강력한 동기부여와 에너지를 주죠. 결국 외면과 내면, 그리고 신체 내부의 기관들은 서로 뗄 수 없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봐야 합니다.
쉽게 설명을 잘 해주셔서 그런지 평소 어렵다고 생각했던 과학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 왜 평소에는 어렵게 여겨질까요?
과학은 원래 어려운 게 맞습니다. 어렵지 않다면 누구나 했겠죠. 우리가 과학을 다루는 목적은 과학을 쉽게 만드는 것에 있지는 않아요. 과학이 어려운 건 엄청난 노력과 고생 뒤에야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 발견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고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걸 위대한 발견이라고 부르지 않겠죠.
제 목표는 과학은 어렵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면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결국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은 어려운 과학을 억지로 이해시키려는 게 아니라, 과학이라는 분야를 우리 삶에 익숙하게 만들려는 거에요. 사람은 익숙해지면 애정이 생기거든요.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일단 애정을 가져보세요. 과학에 애정이 생기면 과학자들을 응원하게 되고, 그 응원이 모여 과학이 발전하면 결국 그 모든 기술적 혜택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과학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기 충분한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요. 엉뚱한 질문에도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요. 혹시 최근 받은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연초에 가장 많은 질문이 ‘1년 계획은 왜 항상 실패할까?’예요. 작심삼일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과학적으로는 실패하는 게 당연해요. 우리 뇌를 찍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현재의 나를 생각할 때와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아예 달라요. 더 놀라운 건, 미래의 나를 생각할 때 우리 뇌는 그걸 나라고 인식하지 않고 생판 모르는 타인을 생각할 때와 똑같이 반응한다는 거예요.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건, 뇌 입장에서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동기부여가 안 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우리 뇌는 진화적으로 당장 눈앞의 위협을 피하고 먹이를 찾는 게 우선이라 먼 미래의 일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확 밀려버립니다. 심지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뇌는 이미 그 일을 실행했다고 착각하고 만족해버리기까지 하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작심삼일을 계속 반복하는 거예요. 1월 1일에만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매주 월요일, 매월 1일, 아니면 매일 아침마다 새로 세우세요. 뇌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인식할 수 있게 짧은 간격으로 추진력을 주는 겁니다. 계획은 한 번 세우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세우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궤도가 생각하는 가장 나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공부할 때가 가장 나답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공부를 해와서 이게 제일 익숙하죠. 그러니까 저는 공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능력으로 계속 공부면서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세상에는 배울 게 정말 많아요. 매일 공부 할 때마다 아는 게 거의 없다 싶어요. 그래서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공부할 때 스스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시겠네요.
그렇죠. 제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공부하는 그 순간이겠죠. 그게 제일 나다우니까요. 나다움은 사실 생존전략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생존 방식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흔히 개미나 지렁이, 꿀벌 같은 존재들을 작다고 무시하기도 하는데 그들도 엄연히 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진화의 끝까지 살아남은 승리자들입니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물의 번식이 멈추고 우리 식탁의 모든 음식이 사라지게 될 거예요. 인류의 멸망까지 초래할 수 있죠. 이처럼 모든 생명체의 생존 전략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80억 인구는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졌기에 지금까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기적 같은 존재입니다.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자신만의 방식, 즉 나다움으로 버텨내고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개별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뉴뷰티 아이콘이군요. 그럼 궤도의 세상에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겠군요.
누구나 아름다운 구석이 있어요. 반드시 아름다운 요소가 존재하죠. 그게 어떤 것인지는 그 사람을 알아가면서 찾아내야 하지만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이 뭔지 찾아보는 것이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좋은 방법이겠네요.
그렇죠. 연인이 있는 분들은 상대방이 왜 나를 좋아할까 생각해보고, 대화를 나눠보면 발견하지 못했던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게 나만의 굉장한 생존전략이기도 할 거고요.
나다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응원과 격려 한마디 부탁 드릴게요.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미 아름답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확률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거든요. 재미있는 게 1등한 정자가 수정된 게 아니에요. 첫 번째 정자는 난자의 벽에 부딪혀서 벽을 부수는데 쓰여요. 일곱 번째 정도 정자가 수정이 됩니다. 그러니까 생명은 정말 기적적으로 탄생한 거죠.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고, 그 이유를 찾는 과정도 굉장히 아름다울 거예요. 그 과정이 힘들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낮은 확률을 뚫고 존재하지만 수월한 건 없어요. 아름답다는 게 무조건 쉽고 편안하다는 의미가 아니잖아요. 다이아몬드는 흑연과 같은 탄소 성분이에요. 그런데 흑연은 탄소로 존재하고, 어마어마한 압력을 견뎌낸 탄소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죠. 고통 없이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그러긴 쉽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 편안한 분들이 있다면 다행이고, 혹시 고군분투 중이라면 너무 낙담말고 꾸준히 나의 아름다움을 찾아봐요. 힘들면 힘들수록 다이아몬드와 가까워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니까요. 이렇게 어려운 난관을 뚫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새해에 큰 힘이 되는 이야기에요. 그렇다면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없어요. 예전엔 계획을 진짜 열심히 세우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요. 궁극적인 목표를 세워놓으면 지금의 나와 궁극적인 결과물의 갭이 굉장히 커서 낙담하게 되거든요. 내가 과연 저게 될까 하면서 이미 기가 죽는 거죠.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 좌절할 수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없고 오늘의 방향만 봅니다. 점을 찍지 않고 화살표만 그려요. 현재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갔는가, 오늘 과학 이야기를 얼마나 했는가, 오늘 공부를 충분히 했나, 오늘 과학 대중화를 충실히 했나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점이 찍혀 있죠. 말씀 드린 그 방향, 그 자체가 목표라면 목표일 수 있겠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죽을 때까지 과학 이야기를 하는 게 제 방향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생존하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뉴뷰티, 나다운 아름다움을 응원합니다.

‘뉴뷰티 아이콘’에서는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봅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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