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분위기 있는 사람인가?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메이크업아티스트칼럼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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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분위기 있는 사람인가?

26 F/W Street Beauty Trend

Editor’s note


이번 26 F/W 컬렉션에서는 메이크업뿐 아니라 액세서리, 헤어, 스타일링 전반에서 다양한 시도가 함께 돋보였다. 즉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다양성’이라 할 수 있겠다. 패션 하우스마다 각기 다른 무드를 제안하지만, 그 흐름이 가장 자유롭게 확장되는 영역은 역시 스트릿 룩이다. 마치 하나의 줄기에서 수많은 가지가 뻗어나가듯, 스트릿 패션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얼굴을 연구하고 탐색하는 일을 하다 보니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다. 바로 『페이스 코드』라는 책인데, 사람들이 외모를 대하는 태도와 성향을 분석해 MBTI처럼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놓은 내용이다. 30년 이상 성형외과 의사로 근무한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외모를 인지하는 관점도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한국의 뷰티 산업은 이제 제품 판매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책에서도 K-뷰티의 성장과 함께 전반적인 미적 기준이 높아졌으며, 아이디 성형외과 고객 중 40%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코리안 뷰티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들로 인해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

 

 

출처: 페이스 코드 웹사이트 스크린샷 (링크)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수많은 제품을 구매해 가지만, 과연 ‘한국의 대표적인 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까? 제품력에 대한 인식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스타일 측면에서는 몇몇 K-POP 아티스트의 얼굴만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고쳐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딘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욕심 같아선 내가 몸담고 있는 헤라의 룩앤필(Look & Feel)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6 F/W 스트릿 뷰티 트렌드에서는 단순히 유행하는 아이템보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싶었다.

 

 

출처: 핀터레스트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검색한 결과 스크린샷

 

 

개인적으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무척 좋아한다. 뉴욕에 살았던 기억과 막연히 꿈꿨던 뷰티 에디터라는 예전 장래희망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영화다. 영화 속 뉴욕의 거리처럼 이번 스트릿 패션 역시 굉장히 생동감 있었다. 누군가는 도시를 자신의 런웨이처럼 활용했고, 또 누군가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난해한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했다. 하지만 결국 패션과 메이크업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다. 모두의 이해를 받을 수는 없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Women’s Beauty Trend from 2026 F/W Street

 

 

1. 콰이엇 긱 시크 (Quiet Geek Chic)

 

Street Fashion, Milan

 

 

나는 극강의 효율을 중요시하는 편으로, 안경 역시 가볍고 얇은 프레임을 선호한다. 눈에 무언가 비치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성을 우선시해 왔지만, 최근에는 아이웨어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링 장치로 확장되고 있다.

26 F/W 스트릿에서는 ‘Geek Chic’ 무드가 다시 부상했다. 얇은 메탈 프레임과 좁고 긴 직사각형 쉐입의 안경이 런웨이와 스트릿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안경 특유의 지적인 이미지를 세련되고 차가운 분위기의 패션 코드로 소비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클래식한 프레임뿐 아니라 스포티한 곡선 구조의 아이웨어도 주목받았다. 기존 스포츠 고글의 기능적 디자인을 하이패션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미래적인 무드와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Tinted Lens’인데, 단순히 컬러 렌즈를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렌즈 컬러와 메이크업 톤을 연결해 얼굴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특징적이다. 예를 들어 호박색으로 알려진 앰버(Amber) 컬러 렌즈에는 브론즈 메이크업을 매치하고, 블랙 프레임에는 블랙 아이라이너와 의상 톤까지 연결해 보다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을 연출하는 식이다.

이번 시즌 아이웨어의 핵심은 ‘콰이엇 디테일(Quiet Detail)’에 있다. 멀리서 보면 미니멀하고 단정하지만, 가까이서 볼수록 프레임의 두께, 곡선, 마감 디테일에서 정교함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안경 자체를 스타일의 중심으로 활용했고, 누군가는 헤어스타일과 조화시키며 각자의 방식으로 트렌드를 해석했다.

 

 

2. 소프트 블러 페미니니티 (Soft-Blur Femininity)

 

Street Fashion, Milan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스러움은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이번 26 F/W 스트릿 뷰티 트렌드 중 하나는 그 여성스러움을 과하거나 화려한 방식이 아닌, 절제와 실용성 안에서 풀어낸 것이다.

그 중심에는 낮아진 블러셔의 위치가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귀여운 느낌으로 앞볼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표현했다면, 이제는 하이라이터나 브론저와 자연스럽게 섞어 눈 밑 가까이에서 시작해 대각선 방향으로 쓸어주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차분하면서도 얼굴에 은은한 입체감을 더해주어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컬러 또한 본인의 피부 톤과 이질감 없는 색상이 중심이 되었다. 경계가 남지 않도록 차분한 코랄이나 소프트 핑크 계열, 대표적으로 플라밍고 핑크(Flamingo Pink), 캐년 선셋(Canyon Sunset)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컬러들이 사용되었다.

피부 표현에서는 ‘Soft Blur Skin’이 핵심이 되었다. 피부의 굴곡과 자연스러운 결은 살려두되 가까이서 보면 모공이 부드럽게 블러링되어 마치 얇고 가벼운 필터를 씌운 듯한 보송한 피부 표현법이다. 립 메이크업 역시 같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또렷한 립 라인보다는 흐릿한 경계와 벨벳 텍스처를 활용해 자연스러운 혈색을 표현했다. 컬러는 말린 장미 계열의 뮤트 베리(Mute Berry), 로즈 던(Rose Dawn) 등이 활용되었다.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부드럽게 블러링되는 느낌이 특징적이다.

얼굴에 보송함을 더하는 헤라 메쉬 파우더는 립 라인 주변을 정돈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립 메이크업 전, 자연스럽게 경계를 흐리면 손쉽게 립 블러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으니 참고해 보길 바란다.

 

 

3. 무드 퍼스트 (Mood Comes First)

 

Street Fashion, Paris

 

 

사람에게 전반적인 분위기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다. 물론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얼굴의 외적인 아름다움 자체에 압도될 때도 있다. 일례로 이번 블랙 쿠션 메쉬 파우더 행사에서 헤라 앰버서더인 필릭스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순간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얼굴의 이목구비보다도 그 사람이 풍기는 고유한 분위기인 것 같다. 말을 자꾸 걸고 싶어지는 쾌활한 분위기, 혹은 조용히 있어도 느껴지는 차분한 분위기처럼 말이다.

이번 스트릿 룩에서 중심이 된 분위기는 클래식한 무드의 ‘Taupe Smokey’ 메이크업으로, 회갈색 계열의 안개 낀 듯한 음영이 특징이다. 눈매의 깊이는 은은하게 강조하고, 눈두덩이의 경계를 흐리게 퍼뜨려 언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또렷하고 선명한 메이크업과는 반대로, 흐릿하고 여백이 느껴지는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에스쁘아의 아이 코어 팔레트 10호 미드나잇 쉘 컬러처럼 차분한 토프 계열 섀도우는 이번 시즌 특유의 몽환적이고 클래식한 바이브를 표현하기에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 분위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흔히 마흔 이후부터는 성격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하는 것처럼 나는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지, 또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스타일의 방향성을 만들어 준다고 본다.

 

 

4. 아이 브로우 블리칭 (Eye Brow Bleaching)

 

Street Fashion, Paris

 

 

얼굴에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가장 먼저 눈썹 컬러에 변화를 주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뻔한 스타일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물론 실제로 눈썹을 탈색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에는 브로우 마스카라를 활용해 부담 없고도 자연스럽게 ‘Bleach Brow’ 무드를 연출하는 흐름이 많아지고 있다.

에스쁘아의 더브로우 컬러 픽싱 카라 4호 페이크 블리치 컬러처럼 눈썹의 존재감을 부드럽게 흐려주는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눈썹은 얼굴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컬러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예컨대 눈썹 컬러가 짙으면 강한 인상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탈색하거나 흐리게 표현하면 퇴폐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26 F/W의 블리치 브로우 트렌드는 단순히 눈썹을 밝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핵심은 얼굴의 인상을 비워내는 방식에 있다. 눈썹의 존재감이 약해질수록 눈매와 얼굴의 구조, 피부의 결감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며, 메이크업 자체보다 사람의 분위기가 먼저 보이게 된다. 특히 블리치 브로우는 얼굴에 담긴 감정성을 덜어내 차갑고 패셔너블한 무드를 만들어준다. 눈썹의 존재감을 낮춰 피부와 뼈 구조 중심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메이크업과 의상까지 하나의 톤으로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얼굴과 스타일 전체의 무드에 먼저 시선이 가게끔 하는 것이다.

 

 

5. 낯설게하기 (Defamiliarization)

 

Street Fashion, Tokyo

Street Fashion, Paris

Street Fashion, Paris

 

 

글로벌 뷰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초격차』에서 저자는 자율성이 우선시되는 조직을 만들려면 금지 규정을 먼저 만들고, 그 외의 영역에서는 시도와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뷰티 트렌드를 바라볼 때도 유효하다.

때때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과감하고 지나치게 꾸민 듯한 스타일링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양가적으로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를 판단하려 하기보다, 새로운 자극과 신선한 충격을 주고받는 하나의 창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스트릿 트렌드 중 하나로 실루엣의 과감한 결합과 장식적인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기존의 균형감이나 정형화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낯선 조합 자체를 스타일의 언어로 활용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디자인적으로 사람들은 익숙한 비율이나 사이즈에서 벗어날 때 ‘새롭다’고 느낀다. 또한 원래 존재하지 말아야 할 위치에 어떤 요소가 놓였을 때 독특함을 인지하게 된다. 이번 시즌 헤어 스타일링이 바로 그러했다. 헤어에 마치 작은 오브제를 쌓아 올리듯 다양한 무늬의 자물쇠, 꽃, 헤어핀 등을 중첩해 사용하며 강한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아름답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익숙한 균형을 일부러 무너뜨리며 시선을 끌었다.

이번 스트릿 패션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뷰티는 점점 더 ‘정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과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민경 프로필 사진
차민경 프로필 사진

차민경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헤라 BX팀
글로벌 메이크업 트레이너
  • 메이크업 스킬을 넘어, 서울 뷰티 문화와 글로벌 트렌드를 글로벌 시장과 아모레퍼시픽에 연결하고 싶은 K-문화 전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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