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생각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잃지 않는 법에 대하여 #5
글
나용주 R&I 센터 혁신경영센터
#INTRO
안녕하세요. R&I 혁신경영센터 나용주입니다. 평소에 ‘나’를 둘러싼 경험에서 생각을 확장하고 정리하며 글을 써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때로는 R&I 연구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평범한 직장 동료의 입장에서, 저만의 사유를 넘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의 글이 여러분께도 ‘나다움’과 그것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1 공간이 건네는 위로
여러분은 나도 모르게 편안함 또는 긴장감을 느끼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혹은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가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옮기는 수고를 기꺼이 반기기도 하나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아모레퍼시픽의 연구소 일부가 등장하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우리 회사 연구소 공간이 가진 독특함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습니다. 흔히 연구소라는 명칭은 다소 삭막한 느낌을 줍니다. 연구를 한다는 건 감성보다는 이성이, 부드러움보다는 딱딱함이 연상되니까요. 그렇지만 연구가 목적임에도 ‘공간’이라는 관점만 보면 미술관처럼 조형미가 가진 힘이 있기에, 스크린 속 배경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출처: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하지만 예고편에서 겨우 찾은 건 무릎 꿇고 빌던 성지관 화장실 장면뿐
2 프레임 속 풍경, 그리고 발견
사진이 취미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저는 어떤 장소나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간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장치나 설치물 없이 단순한 선과 면이 교차되는 것만으로 감정을 일렁이게 하고 깊은 감상에 젖게 합니다.
저는 현재 성지관 1층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운 좋게도 건물의 모든 층을 거쳐보았지만, 지금 이 자리가 참 좋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눈높이에서 자연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편안하게 바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잘 가꿔진 연구소의 정원이 주는 아름다움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특히 창문을 통해 보이는, 마치 액자 속 그림 같은 ’프레임 속 풍경’을 애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더 좋아하는 숨은 명소는 바로 1층과 2층 사이를 잇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입니다(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 느낌도 있군요). 하루에도 수차례 다니는 평범한 곳이고, 실은 특별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매번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원고를 준비하다 보니 오가면서 찍은 사진들이 꽤 있었음에 놀랐습니다. 내가 정말 여기를 좋아하고 있구나, 그래서 늘 담아두려고 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

성지관 1층과 2층 계단 사이. 봄과 여름 사이, 가을과 겨울

선과 면이 만나 만들어내는 공간의 아름다움
3 나만의 비밀 정원, 자목련
풍경에 관한 추억을 하나 더 꺼내볼까요. 성지관 리모델링 전 근무하던 자리엔 자목련이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평소 그늘이 지는 곳이라 봄이 제법 지나간 시점까지도 늘 늦게까지 예쁘게 핀 자색 목련을 볼 수 있던 곳이죠. 팀을 옮기게 되어서 후배에게 인수인계(?) 사항으로 ‘여기는 자목련을 즐길 수 있는 자리‘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 후배는 나중에 “그런 얘기를 해 준 선배는 선배님이 유일했어요”라고 말해주더군요. 그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회사 생활 속에서 작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을 마련해 둔다는 건 꽤 가치가 있습니다. 남들은 모르는 비밀의 장소를 혼자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요.
4 나다움의 조각들을 모으는 것
그동안 나다움을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쓰면서, “대체 나다움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딱 이거야!” 하는 답은 없었던 것 같아요.
때때로 근거 없이 자신감 뿜뿜하는 나도, 그러나 현실의 벽 앞에 쩔쩔매는 나도,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힘을 얻는 나도, 때론 혼자만의 방을 찾아 에너지를 채우는 나도. 모두 ’나다움의 조각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나다움의 조각을 완성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숨은 스팟을 마련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 작은 공간이 다채로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언제까지 이 풍경과 공간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을 오르내릴 기회가 점점 줄어들겠죠. 하지만 앞날은 모르니까 현재에 충실하게, 더 좋아하고 즐기려 합니다.
매일 같은 자리를 오가며 문득문득 “아 내가 이 장면을 참 좋아하지”라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다움이란 거창한 신념이나 정의가 아니라 하루 중 잠깐 틈이 생겼을 때 발걸음을 기꺼이 내고 싶은 그 장소, 유리창 너머로 계절을 보며 호흡을 고르는 그 순간, 그런 사소함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OUTRO
그동안 다섯 편의 글을 쓰면서 나다움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AI 시대에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를 스스로 다스리기 위한 글 쓰는 훈련이 어떤 의미인지, 연구하는 회사원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깨달은 생각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럴듯한 썰을 풀어보려 했지만 평소 익숙한 글쓰기 내용과 방식이 아니라서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 무척 보람되고 감사했어요.
혹시 “나도 칼럼을 써볼까?” 하고 망설이는 동료들이 계시다면 부디 용기 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도착할지 모르는 문장도, 어딘가 있을 단 한 명의 독자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의미 있는 글일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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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용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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