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나다움을 만나는 것에 대한 생각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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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나다움을 만나는 것에 대한 생각

나다운 생각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잃지 않는 법에 대하여 #2

 

나용주 R&I 센터 혁신경영센터

#INTRO


안녕하세요. R&I 혁신경영센터 나용주입니다. 평소에 ‘나’를 둘러싼 경험에서 생각을 확장하고 정리하며 글을 써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나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때로는 R&I 연구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평범한 직장 동료의 입장에서, 저만의 사유를 넘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의 글이 여러분께도 ‘나다움’과 그것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질문한다는 건 결국 ‘관심‘이에요. 나는 나에 대한 관심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여기서 출발하는 거죠.
스스로에게 뭔가 물어보려면요. 내가 나에게 호기심이 있어야 돼요.

폴인-마케터 숭 인터뷰 중에서

 

 

1 나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의 효능감

 

저는 글을 씁니다. 그것도 꽤 자주 씁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위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여기는 글을 쓰면 모두 ‘작가’라고 불러 줍니다. 이해는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호칭). 지난 10여 년 동안 500여 개의 글을 발간했네요. 연간 평균적으로 50개 내외를 썼다고 볼 수 있겠고, 1년은 52주니까, 매주 한 개의 글을 꾸준하게 써 온 셈입니다(완성된 글이 아닌 초고까지 합치면 더 많아요!). 평소에 지구력이 남들보다 높지 않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이네요. 꾸준하게 쓰면서 지치지 않고 달려온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출처: 브런치 -
무엇이든 써보라는, 일종의 브런치 정신(?)

 

 

궁금하실 겁니다. 제가 왜 글을 쓰는지. 아니 무엇보다 제목과 같이 ‘왜 글쓰기가 나를 지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용도와 목적으로 쓰는 글의 효용성, 나를 지키는 글쓰기에 대한 결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글을 쓴다 = 나와 대화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과 살다 갑니다.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하는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 존재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얼마나 사랑하나요? 
타인의 기준과 취향에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의 뜻과 욕망도 존중하며 일하고 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며, 자기계발 역시 좀더 잘 살아보자고 하는 거니까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자신과의 대화를 하려면 적절한 질문이 필요하고, 질문은 호기심에서 시작됩니다. 남들과 대화하기도 벅찬 마당에 자신과의 대화까지 하라니 부담이 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최인아 작가의 말처럼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존재가 ‘나’인 것을.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시나요? 고된 업무와 지친 하루의 끝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며 보는 OTT 시리즈,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퇴근 후 소울푸드를 먹으며 달래 보는 허전함, 이도 저도 아니게 무념무상으로 흘려보내기 위해 쇼츠에 빠져드는 시간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죠. 이런 시간들이 제공하는 무해함에 대해 극히 공감합니다. 집돌이 체질인 저 역시 소파에 널브러진 채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애정하거든요.

여기에 더하여 저는 마음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걸 가볍게 흘리지 않고 구체화된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에도 집중합니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나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화나게 했던 일들마저 떠오릅니다. 그런 시간이 반갑지는 않아요. 좋지 않은 기억과 함께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감정까지 올라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글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별로 화내지 않아도 되었을 일을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던가, 동료나 친구와의 대화에서 스치듯 지나갔지만 나도 모르게 깨닫고 배운 점을 리마인드하는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특히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 저에겐 유용했는데요. 한바탕 글로 쏟아내고 나면 어느새 사실과 감정이 분리되고, 무엇이 나를 기쁘게, 슬프게, 또는 화나게 만들었는지 좀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정이란 파도와 같아서, 잔잔할 때는 한없이 조용하지만, 몰아칠 때는 스스로 제어가 안 될 정도로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글쓰기를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나라는 사람과 상황을 조망하면,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될 일에 소중한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면 ‘흥, 별것도 아닌 것에 괜히 마음을 쏟았네’ 하며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쓰면 나아졌다.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진 않아도 쓰기 전보다는 나아졌다. 어지러움의 일부가 고요를 되찾고, 우울은 서핑 가능한 수준의 파도가 되었다. 활화산 같던 일들이 성냥불처럼 소박해졌다. 나는 입김을 후 불어 불씨를 껐다.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출처: ChatGPT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글감은 어디서 얻었을까요? 저는 주로 회사 사람들을 떠올렸었습니다. 덕분에(?) 초반에 쓴 글은 대부분 상사 욕으로 집중되었다는 소심한 고백을 해봅니다. 그런데 글쓰기라는 것은요, 그냥 욕하고 감정을 배출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더라고요(물론 그게 1차적인 효능이긴 합니다만). 제 경험에 빗대어 살펴보면 글을 쓰고 감정을 살피고 나를 돌아보는 행위가 반복되어 쌓일수록 어느덧 자기 객관화가 (비교적 빠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비슷한 종류의 상황이나 감정 공격에 대해 훨씬 잘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살아 보니 그 방식에 있어 약간의 변주가 있을 뿐, 갈등의 내용은 대개 반복되더군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 이거 전에도 겪어 봤던 일이잖아‘라고 인지하는 거죠. ‘그때 내 기분이 어땠고, 나는 이렇게 대응하면 되는 거였지’라는 일종의 전략적 판단이 서는 겁니다. 상처받을 기회를 알아차리게 하고, 설사 조금은 상처받더라도(아예 피할 순 없어요ㅠㅠ) 그 수준을 확 낮춰 주는 글쓰기의 효능감은 굉장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2 회사원으로서 기록을 남기는 것의 의미

 

저는 예전부터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왔습니다. 회사 안에는 너무나도 많은 훌륭한 보고서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늘 궁금했어요. 이 결과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걸까? 누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방향으로 제안이 된 것일까?

좋은 보고서에 간결하게 요약된 성공의 스토리를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저는 그 뒤에 숨어 있는 각고의 노력들과 도전의 역사가 더 궁금한 사람입니다. 한두 장으로 압축되고 요약된 멋진 기획서의 이면에 있는 지난한 빌드업과 피드백의 과정, 숨어 있는 이야기, 수정을 거치며 필연적으로 쌓여 가는 고민과 어려움은 도저히 당사자가 아니면 찾아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대부분 그걸 기록하지 않더라고요. 잘되지 않은 일이라면 당사자가 굳이 드러내어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고, 보고를 받는 상사 또한 ‘굳이 안된 것을 왜 보고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겁니다. 잘된 것이라 해도 최종 결과물만 남는 것 또한 어쩔 수 없고요. 하지만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 일하는 방식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없습니다. ‘나’만을 생각하면 그래도 돼요. 그런데 ’우리‘를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나의 성공 또는 실수(때로는 실패)가 동료나 다른 사람에겐 안내서처럼 작동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연말이 되면 저의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써보곤 합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역할에는 무슨 역량이 요구되는지. 상사에게 보고할 사항은 아니지만 나의 후임에게는 꿀팁이 될 거라고 기대하면서요.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누가 우리의 일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겠습니까? 결국 내 일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는 ’기록물’이라는 성격의 보고서 밖에 없죠. 회사에서 근무하는 연구자의 일상과 생각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고, 학생들에게 간접 체험의 기회를 주듯(제 얘기입니다!), 내가 참여했던 과제와 업무의 ‘과정에 대한’ 기록들이 동료들에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겁니다. 귀찮다는 것,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확신합니다. 기록은 기억을 압도한다고요.

혹시 당신이 초식 동물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글을 써보세요. 미국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은 Highly Sensitive Person(관계 갈등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심리센터를 운영하는 최재훈 심리학자는 이들을 가리켜 ‘민감한 감각을 가진, 기질적으로는 초식 동물에 가까운‘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민감함‘인데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날카롭다거나 신경질적인 기질이 아닙니다. 성격심리학이 말하는 민감함이란 조금 다릅니다. 늘 상대에게 맞춰주고,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며, 폐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죠. 누구나 조금씩 그런 가면을 쓰며 회사를 다니죠.

최재훈 심리학자가 민감한 사람들에게 권하는 커리어 관리의 방법은 의외입니다. 바로, ‘성과를 기록하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기질상 스스럼없이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죠. 이걸 보완하는 방법으로, 메일을 이용해서 내가 하는 일을 리더에게 알리되, 단순 결과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내가 기여한 부분을 어필하라고 제안합니다. 메일을 쓰는 것도 글쓰기라고 볼 수 있는 만큼, 글이라는 수단은 예민한 나를 힘들게 내세우지 않더라도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3 내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특별하다

 

누군가 저에게 묻더라고요. AI 시대에 ChatGPT에게 부탁하면 그럴 듯하게 글을 써주는데 도대체 글쓰기에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 번은 제가 썼던 글들을 학습시킨 후, 주제를 던져 주고 써보라고 시켰더니 제가 쓰는 문체나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의 결과물이 순식간에 나왔습니다.

그런데요, 언젠가 제가 구독하는 뉴스레터에서 본 글인데, 생성형 AI의 기본인 LLM 모델의 특징은 ‘평균적인’ 답을 내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소위 뾰족한 글은 절대 나올 수가 없다고 해요. 반면에 조금 투박하고 서툰 문체와 표현일지라도 사람이 직접 쓰는 글에는 AI가 경험하지 못한 ’진짜’가 담기게 됩니다. 글쓰기 스타일은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지만, 생성형 AI의 글은 사실 ‘거짓’인 것이죠. 직접 경험하고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할 때 인용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마틴 스콜세지)’라는 말이 울림 있게 다가옵니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는 자기 안의 진짜 나를 발견하는 글쓰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답니다.

 

 

출처: 정희원의 저속노화 강의 발췌(Youtube)
-도파민의 양은 비록 적지만, 충만한 삶을 위한 효능이 있는 활동들

 

 

#OUTRO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 강연에서 글쓰기의 유용성을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속노화가 단지 먹는 것, 바르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확장된다고 생각하면, 멘탈 관리는 결코 빠질 수 없을 겁니다. 멘탈을 부여잡는 데 있어 글쓰기가 주는 효능감을 체험한 1인으로서 여러분에게 감히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육체의 저속노화와 함께 이제는 멘탈의 저속노화도 챙겨 보면 어떨까요?

다음 글은 해외 피부 학회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 생각하게 된 ’나다운 연구 관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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