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뿌리, 다른 꽃: 미국과 유럽이 그리는 아름다움의 결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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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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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뿌리, 다른 꽃: 미국과 유럽이 그리는 아름다움의 결

 

유주영 라네즈BD팀

 

 

Editor's note


어느 광고 한 컷에서 시작된 호기심

평소에 글로벌 광고 비주얼들을 보다가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된 뷰티 콘텐츠는 분명히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광고는 직설적이고 트렌디하며 보다 고객 중심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유럽에서 제작된 광고는 깊이 있는 서사와 예술적인 감각을 담고 있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연출 방식이나 모델의 표정, 색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는 것일까? 뷰티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정말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름다움이란 보편적인 개념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역, 문화, 역사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해석된다. 이 호기심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이라는 두 문화권이 구축한 미학적 가치와 시각 언어의 차이를 탐구하며 브랜드의 ‘미적 감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브랜드’라는 렌즈를 통해 본 아름다움은, 단지 개인의 취향이나 시대의 유행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철학과 감각을 드러내는 창이 된다. 광고 한 컷의 구성 하나하나가 일종의 문화적 텍스트이며, 그 안에는 수많은 맥락과 코드가 숨어 있다.

그렇기에 미국과 유럽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이 어떻게 각자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단지 스타일이나 트렌드의 차이가 아니라, 그 너머에 깔려 있는 철학, 문화, 그리고 시대정신을 탐색함으로써, ‘같은 뿌리에서 자란 다른 꽃’들이 어떤 결을 지니고 있는지를 탐구해보았다. 어쩌면 이 호기심은 단지 두 문화권에 대한 비교를 넘어서, 우리의 세계관을 더 섬세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작은 창이 될 수 있다.

 

 

1 유럽, 고전과 시간의 층위 위에 쌓인 아름다움

 

유럽의 뷰티 미학은 단지 외모의 가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철학, 예술, 문학을 통해 다듬어진 고전적 가치의 집합체다. 아름다움은 단순한 시각적 쾌감을 넘어서, 조화, 균형, 그리고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구조적 미감으로 이해된다. 르네상스 회화의 균형 잡힌 구도, 바로크 양식의 극적인 대칭성, 계몽주의 시대의 이성 중심적 미학까지 유럽은 시기마다 쌓아온 미학을 현재까지 계승해왔다.

 

 

출처: L'Oréal Paris 공식 홈페이지 – “Because you’re worth it” 캠페인

 

 

로레알은 ‘자기 존중’이라는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Because you’re worth it”이라는 슬로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대적 선언이었다. 이 문장은 단지 브랜드 메시지를 넘어, 1970년대 여성 해방 운동의 미학적 연장선에서 여성 소비자의 존재 가치를 말해준 상징이 되었다.

샤넬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Thomas de Praetcéré는 “고유한 미적 언어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현대적으로 용감하게 표현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전통적인 미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본질을 지켜내는 전략이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진정한 미는 ‘이해관계 없는 무관심한 만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즉, 어떤 실용적 목적이나 욕망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보편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유럽 브랜드는 이러한 철학을 제품의 디자인, 광고, 패키지, 심지어 향수병의 형태에까지 반영한다.

 

 

출처 : Dior J’adore 광고 이미지

 

 

유럽에서는 디올의 향수병 하나, 샤넬의 립스틱 하나도 예술 작품같이 경험된다. 유럽의 광고는 하나의 짧은 영화처럼 구성되며, 미장센과 내레이션 하나에도 세심한 의미가 부여된다. 소비자는 단순한 상품 구매자가 아니라, 예술적 세계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관객으로 존재한다.

유럽 미학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맥락’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유행보다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며, 순간적인 자극보다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광고 한 컷, 패키지의 질감, 브랜드 폰트의 곡선 하나까지도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 미의 개념은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는 유럽이 가진 ‘철학적 고집’이다.

이처럼 유럽 미학의 중심에는 언제나 깊이와 맥락, 예술성과 철학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철학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2 미국, 감각과 실용의 미학으로 피어난 창의성

 

미국은 유럽과는 확연히 다른 궤도를 걷는다. 그 중심에는 실용주의 철학과 대중문화에 기반한 창의성이 있다. 미국은 고전적 미감보다는 감각, 경험, 효용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해왔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운동은 이러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그의 마릴린 먼로, 캠벨 수프 깡통 시리즈는 일상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미국의 뷰티 브랜드에 깊이 스며 있다. Glossier, Rhode, Summer Fridays 같은 브랜드들은 명확하게 이 문화적 유산 위에 서 있으며,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이라는 미학을 담고 있다.

 

 

출처 : Glossier 홈페이지

 

 

Glossier는 소비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취향을 바탕으로 제품을 설계한다. 광고는 셀피 느낌으로 연출되고, 제품 설명은 전문가가 아닌 사용자의 언어로 서술된다. 립밤, 클렌저 하나에도 ‘어떤 사람이 어떤 순간에 어떤 기분으로 사용할지’ 보여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고객 중심’이라는 전략을 넘어서 소비자를 브랜드의 공동 창작자이자 문화 생산자로 만든다.

 

 

출처 : Hailey Bieber SNS (Rhode 제품과 함께 찍은 셀카)

 

 

Rhode는 뷰티 브랜드인 동시에 창립자 헤일리 비버의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녀가 SNS에 공유하는 피부 루틴, 아침 식사, 옷차림, 향기까지 모두 브랜드와 연결되며, 이 모든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하나의 ‘브랜드 경험’을 전달한다. 제품은 단순히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로 기능하며, 소비자는 그 경험을 통해 ‘자기다움’을 만들어간다.

 

 

출처 : Summer Fridays 광고컷

 

 

Summer Fridays는 그 이름부터가 일상적인 여유와 감각을 말해준다. 이 브랜드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 직관적인 사용성, 부드러운 텍스처 등을 통해 ‘쉬운 아름다움’을 제시한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꾸며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좋아 보이는’ 상태에 이르는 것. 그것이 바로 미국이 추구하는 미의 방향성이다.

미국의 뷰티 철학은 존 듀이(John Dewey)의 미학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듀이는 “예술은 삶에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한다. 미적 경험은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느끼는 향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볼 때의 감동, 그리고 화장을 하며 스스로를 마주하는 그 순간에도 존재한다. 미국의 뷰티 브랜드는 이러한 감각의 순간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한다. 아름다움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되는 것’이며, 그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미국 미학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직관성’이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한눈에 이해되는 디자인, 누가 사용하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그리고 어디서든 어울리는 감각적인 패키징. 아름다움은 일상 속에서 빠르게 작동하며, 복잡한 설명보다 명료한 ‘감각’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미국 사회가 지향하는 포용성과도 연결된다. 아름다움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뷰티 브랜드는 특정한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피부톤, 나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하며 ‘포용성’을 실천한다. 그렇게 미국의 뷰티는 말한다. “당신이 누구든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

정리하자면 미국은 실용과 감각, 대중성과 창의성이라는 독특한 조합 위에서 ‘생활 속의 아름다움’을 완성해왔다. 미국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은 가능하면 쉽고, 즐겁고, 공감 가능해야 한다.

 

 

3 유럽과 미국의 시각 언어와 내러티브의 대비

 

문화는 ‘시각 언어’를 만들어낸다. 똑같은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이라도 그것을 포장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각 문화권마다 다르다. 유럽과 미국의 뷰티 콘텐츠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 차이는 마치 시와 뉴스, 혹은 클래식과 팝을 비교하는 듯하다. 톤도, 리듬도, 감정의 깊이도 확연히 다르다.

유럽의 시각 언어는 회화나 건축처럼 조형성과 상징성이 강하다. 브랜드 로고, 패키지 디자인, 광고 구도 하나하나에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은유와 상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올의 영상 광고는 마치 영화처럼 미장센을 구성하고, 샤넬의 영상은 절제된 컬러와 소품 배치로 상징적 스토리를 암시한다.

 

 

출처 : Rhode & Glossier 제품 정물 컷

 

 

반면 미국의 시각 언어는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다. Rhode의 패키지는 여백과 조명으로 제품 자체를 강조하고, Glossier는 핑크톤 컬러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은 거리감을 줄이고 브랜드 접근성을 높인다.

내러티브 구조의 차이도 뚜렷하다. 유럽은 브랜드 창립자의 삶, 철학, 예술적 영감 등 ‘과거’에 기초한 연대기적 서사를 갖는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군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존재하며, 소비자는 이 세계에 초대되는 손님이다. 이 서사는 은유와 시, 이미지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직접 말하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긴다.

반면 미국은 ‘지금, 여기’의 감각에 집중한다. 브랜드는 정해진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둔다. 후기, 튜토리얼, 챌린지 영상, SNS 해시태그 캠페인이 하나의 내러티브가 된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은 시각 언어와 내러티브에서 상반된 철학을 가진다. 유럽은 말 없이 말하는 법을 알고, 미국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법을 안다. 유럽은 고요한 회화이고, 미국은 활기찬 브이로그다. 전자는 깊은 여운을 남기고, 후자는 빠른 공감을 이끌어낸다.

 

 

4 서로 다른 미학의 만남

 

문화 간 교차가 일어나며 브랜드 미학은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속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대의 브랜드는 다양한 미학 체계를 구축하며, 사용자 경험과 예술적 감수성, 실용성과 철학이 균형을 이루는 복합적인 미의 언어를 찾아가고 있다. 이제 두 문화는 단순히 서로를 모방하거나 흡수하지 않고 서로 교차하며 새로운 감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유럽 브랜드는 더 이상 고전적 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유의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감각을 흡수하고 있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커뮤니케이션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되는 순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반대로 미국 브랜드도 점차 미의 ‘깊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능적인 제품을 넘어서, 장인정신, 지속가능성, 고유성, 텍스처의 미학 등 ‘시간이 깃든 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Glossier는 제품 디자인을 더욱 미니멀하게 정제하고 있고, Rhode는 패키지와 캠페인 전반에 예술적인 여백을 덧입히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도 이제 한 가지 미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한 명의 소비자가 아침에는 Glossier를 쓰고, 저녁엔 샤넬 향수를 뿌리며, 디올의 광고 영상을 본 뒤, Rhode의 튜토리얼에 따라 화장을 한다. 취향은 더 이상 특정 대륙이나 문화권에 국한되지 않으며,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에필로그


같은 뿌리, 다른 결, 새로운 감도

미국과 유럽의 뷰티 미학은 같은 문화적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사회적 배경, 철학적 전통에 따라 서로 다른 결을 이루며 성장해왔다. 유럽은 시간의 누적과 예술적 해석, 철학적 성찰을 통해 절제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고, 미국은 일상의 감각과 실용성을 통해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미를 구현해냈다. 


그러나 두 흐름은 언제부턴가 교차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일한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판단하지 않으며, 브랜드 역시 하나의 미학으로 정체성을 고정짓지 않는다. 미학은 계속해서 진화하며,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새로운 감도’를 발견하게 된다. 브랜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욱 유연한 언어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제안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시선을 바탕으로 미학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같은 뿌리로부터 자란 서로 다른 꽃을 각자, 그리고 함께 피워가고 있다. 문화와 감각의 차이를 비교하는 이 과정은 결국 우리 각자의 눈 속에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은 결코 단일하지 않다. 같은 뿌리에서 자란 꽃이라도 어떤 것은 바람에 흔들리고, 어떤 것은 빛을 받아 찬란하게 피어난다. 그 결의 차이를 이해할 때, 우리는 더 넓고 깊은 감도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아름다움이란 곧 사람을 향한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을.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감각이라는 것을.

 

*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는 콘텐츠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용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 참고 문헌
1. Immanuel Kant, Critique of Judgment (1790).
아름다움은 ‘이해관계 없는 무관심한 만족’에서 비롯된다는 미학적 개념을 통해 유럽 뷰티 브랜드의 절제된 고전미 해석 가능.
2. John Dewey, Art as Experience (1934).
예술은 일상적 경험 속에서 발생한다는 미학 이론으로, 미국 뷰티 브랜드의 실용성과 감각 중심 미학에 영향.
3.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Kant’s Aesthetics and Teleology”, “Dewey’s Aesthetics”.
유럽과 미국의 철학적 미학 차이를 이해하는 주요 이론적 해설 제공.
https://plato.stanford.edu
4. Andy Warhol, Pop Art Movement.
일상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를 통해 대중문화 기반의 미국 미학 형성.
관련 사례: Trend Hunter, “Andy Warhol Makeup Collection”.
https://www.trendhunter.com/trends/andy-warhol-makeup-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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