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아름다움 : 제 5의 물결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미의 파도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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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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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아름다움 : 제 5의 물결 속에 피어나는 새로운 미의 파도

 

유주영 라네즈BD팀

Editor's note


거울은 더 이상 단순히 빛을 반사하는 물리적 매개가 아니다.
오늘날의 거울은 디지털 화면 속에 숨어 있다. 알고리즘과 증강현실은 나를 비추고, 동시에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끊임없이 생성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몇 번의 손끝 움직임만으로 눈매가 달라지고, 입술에는 수백 가지의 색이 번갈아 스쳐간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인데도 낯설고, 낯선 얼굴인데도 익숙하다.

이 새로운 풍경 앞에서 우리는 질문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움의 시대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기술은 아름다움의 지평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우리의 미의식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기술은 차갑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이 오랫동안 품어온 열망과 상상이 담겨 있다. 19세기 사진술은 미의 기준을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바꿨고, 20세기 영화와 광고는 대중에게 동일한 이상형을 주입했다. 21세기 초 포토샵은 현실을 초과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SNS는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미의 무대로 꾸며내도록 했다. 그리고 지금, AI와 AR은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팔레트를 열고 있다.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보이는 형상’이자, 개인이 스스로를 확인하는 ‘정체성의 언어’다. 기술은 이 두 층위를 동시에 흔들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호기심의 기록이다.

 

 

1 새로운 거울의 탄생

 

출처: Pinterest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 속 마법거울의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스마트 미러와 AR 앱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을 비춘다. 사용자가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가 눈앞에서 즉시 구현되는 경험은 미의 풍경 자체를 바꿔 놓았다.

아름다움과 기술의 만남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사진술의 발명은 ‘순간을 포착한 아름다움’을 가능케 했고, 영화는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탄생시켰다. 텔레비전은 안방에 미인을 들여놓았고, 포토샵은 ‘수정된 아름다움’을 보편화했다. 이어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연출된 아름다움’을 전시하게 했으며, 이제 AI와 AR은 ‘변환된 아름다움’을 일상에 심어놓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 이론에서 이미지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필터와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얼굴은 실제의 나보다 매끈하고 완벽하다. 우리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아름다움은 더 이상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 흐르는 관계로 변하고 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액체 근대’의 풍경 속에서, 미의 기준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동하는 흐름이다. 과거의 사회적 규범이 제시한 ‘표준 미’는 해체되고,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필터와 언어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무지갯빛 스펙트럼처럼 확장된 풍경 속에서 아름다움은 단일한 답이 없는 개방적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자유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완벽한 필터 얼굴에 익숙해질수록, 거울 속 민낯의 자신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가디언은 “AI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성형·미용 산업의 호재”라고 보도했다. 기술은 끝없는 비교의 잣대를 끊임없이 생산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태도다. 우리는 이 새로운 거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술은 이미 미의 풍경을 바꿔 놓았고, 이제는 주체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2 데이터가 그려내는 ‘나만의 아름다움’

 

출처: 아모레퍼시픽 유튜브 - CES 2023 수상작 톤워크(TONEWORK)

 

 

기술의 두 번째 언어는 개인화다. 대량생산된 미의 기준이 저물면서, 오직 하나뿐인 ‘나’를 위한 아름다움이 중심에 놓이고 있다.

3D 프린팅 마스크팩은 피부 윤곽과 상태를 반영해 단 몇 분 만에 개인 맞춤형 마스크를 출력한다. 개인화 립 서비스인 ToneWork는 피부톤을 분석해 수천 가지의 립 컬러 조합을 즉시 구현한다. 고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미를 설계하는 창작자이다.

시세이도의 Optune은 매일 날씨·수면·피부 데이터를 분석해 다중 세럼 카트리지 배합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로레알이 인수한 모디페이스(ModiFace)는 카메라 속 얼굴에 수백 가지 메이크업 룩을 가상으로 입힌다. 소비자는 화장을 지우고 다시 할 필요 없이 수많은 가능성을 한눈에 시험할 수 있다.

이 흐름은 뷰티 산업을 넘어, 콘텐츠 개인화와 닮아 있다. 넷플릭스가 취향을 읽어 영화를 추천하고, 스포티파이가 하루의 기분에 맞춰 음악을 재생하듯, 뷰티 역시 ‘취향 큐레이션’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나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영화와 음악은 일시적 경험이지만, 뷰티는 신체 및 자아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 깊게 정체성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

데이터는 소비자에게 주도권을 돌려준다. 기업이 제시한 몇 가지 옵션에서 고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소비자의 요구가 곧 제작의 시작점이다. 동시에 새로운 질문도 생겨난다. 데이터가 미를 개인화한다는 것은, 결국 ‘나만의 아름다움’이 수치와 알고리즘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자 행동학 연구는 개인화 서비스가 자율감을 강화하지만, 동시에 지나친 맞춤화가 선택의 자유를 좁힌다고 경고한다. 이는 뷰티 산업에도 적용된다. 데이터는 나를 돕는 도구일 수 있지만, 나를 규정하는 틀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이 제안하는 아름다움이 진짜 나의 취향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설계한 또 다른 틀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3 가상과 현실, 두 얼굴의 공존

 

 

 

아바타의 얼굴이 현실의 얼굴만큼 중요한 시대다. 메타버스에서 꾸민 헤어와 메이크업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다.

AR 필터는 일상의 얼굴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바꾸고, VR은 메이크업 룩북 속을 거니는 경험을 가능케 한다. 가상은 더 이상 부차적인 무대가 아니라, 주체적인 놀이 공간이 되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이러한 흐름의 상징이다. 완벽한 외모, 언제나 긍정적인 태도, 수십만 팔로워. 기업은 일관된 이미지를 얻지만, 소비자는 묻는다. “그 얼굴이 진짜 경험을 말할 수 있을까?”

 

 

 

 

도브(Dove)는 “우리는 광고에 AI 생성 모델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나치게 이상화된 가상 이미지가 현실의 자아를 깊은 비교와 자기 검열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현실 자아와 가상 자아의 간극이 커질수록 자존감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이 만든 가상 자아는 축제가 될 수도,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동시에 가상은 새로운 해방의 무대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색과 스타일이 가상에서는 자유롭게 구현된다. 게임 속 아바타 꾸미기나 메타버스 패션쇼에서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은 더 이상 고정된 단일 자아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주되는 다중적 자아의 언어이다.

 

 

4 오감으로 확장되는 테크 뷰티

 

출처: Pinterest

 

 

기술은 이제 시각을 넘어 오감으로 뻗어간다. AI를 통해 시작된 제 5의 물결은 기술과 감각을 연결짓는 통로가 되었다.

입술의 수분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 빛으로 케어하는 디바이스, 뇌파를 읽어 향기를 배합하는 배스봇, 피부 데이터를 기록해 솔루션을 제안하는 플랫폼. 아름다움은 이제 피부와 외모를 넘어 마음의 웰니스까지 포괄한다.

향, 음악, 진동은 새로운 미의 언어다. 뇌과학과 바이오테크가 결합된 디바이스는 피부를 돌보는 것을 넘어 정서적 안정을 설계한다. 요가와 명상, 수면 관리와 연결된 웨어러블은 모두 ‘총체적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촉각과 미각도 점차 결합된다. 예컨대 촉각 자극을 통해 피부 혈류를 개선하거나, 음식과 뷰티 루틴을 연계하는 푸드테크와 뷰티테크의 융합이다. ‘아름다움’은 몸 전체와 감각 전체를 조율하는 경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술은 점차 보이지 않게 스며들 것이다. 거울은 오늘의 컨디션을 속삭이고, 뷰티디바이스 속 센서는 피부 반응을 읽어 기기의 진동을 바꾼다. 기술은 배경에서 흘러가되,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한층 깊어질 것이다.

 

 

Epilogue


춤추는 아름다움


기술이 만든 아름다움은 고정된 형상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지고 다시 이어지는 파도와 같다.

 

어떤 물결은 강하게 밀려오고,
어떤 물결은 잔잔히 스쳐가며,
또 다른 물결은 서로 부딪히며 새로운 무늬를 만든다.
그러나 그 모두가 모여 바다라는 한 몸을 이룬다.

 

아름다움과 기술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면, 인간의 감성이 그 위를 항해하며 의미를 더한다.
서로의 흐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바다의 전체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단순하다.

 

한 줄기의 파도가 모든 것을 지배하지 않듯, 작은 물결 하나가 사라지지 않는다.

바다는 깊이를 잃지 않듯, 서로 다른 파동은 어우러져 더 넓은 지평으로 퍼져 나간다.
본질은 하나로 이어지지만, 아름다움은 단일한 파도가 아니다.


 

수많은 물결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장단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은 다양성과 공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기술이 바꾼 것은 속도이지만,
아름다움이 남기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호흡 속에 머무는 울림이다.


 

끝내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다처럼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푸른 파도의 물결 속에서 기술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그 바다의 전체 노래를 듣게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 아모레퍼시픽 뉴스룸, 「CES 2020 현장에서 선보인 혁신기술」 (2020.01.09)
- 아모레퍼시픽 보도자료, 「CES 혁신상 수상」 (2022.11.17)
- CosmeticsDesign-Asia, “Smart skin care: Shiseido unveils subscription-based personalised beauty service” (2019.07.16)
- L’Oréal Groupe, “ModiFace: AR & AI for beauty” (2018–2021)
- 비즈한국, 「범람하는 AI 화장품 모델, ‘묘한 불쾌감’에 ‘조작’ 논란까지」 (2025.04.15)
- The Guardian, AI Influencer 관련 기사 (2024)
-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Fashion: Beauty Tech Edition (2023)
- Deloitte Insights, Consumer Trends in Personalized Beauty (2022)
- Harvard Business Review, How Personalization Shapes Consumer Trust (2021)
-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Beauty and Wellbeing in the Digital Age (2023)
- MIT Tech Review, AI and the Future of Self-Image (2023)
- PwC, Global Consumer Insights Survey: Beauty in Digit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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