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주영 라네즈BD팀
Editor's note
아름다움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다.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보는 것’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색과 형태, 비율과 완성도.
우리는 무엇이 더 예쁜지, 무엇이 더 세련되었는지를 말하는 데 익숙했다.
미는 눈으로 판별되는 것이었고, 기준은 언제나 바깥에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질문은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무엇이 아름다운가에서,
어떻게 대하는가로.
아름다움은 더 이상 단일한 기준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화려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안함이 미가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감각이 아니라, 관계의 경험이었다.
문화는 미의 언어를 만들었고,
기술은 미의 경계를 확장했으며,
시간은 우리에게 쉼의 필요를 가르쳐 주었다.
그 모든 흐름을 거쳐, 미는 점점 사람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남은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름다움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사람을 닮아가고, 사람 사이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 마지막 글은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호기심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1 관계 이전의 미학: 기준과 대상의 시대

출처: https://rusticrealities.wordpress.com/
한때 아름다움은 기준의 문제였다.
누구보다 앞선 얼굴,
더 정제된 피부,
더 빠른 변화.
미는 늘 대상화되었고, 비교 속에서 정의되었다.
그 비교는 명확했고,
그래서 효율적이었다.
이 시기의 미학은
측정 가능했고, 재현 가능했으며, 설명하기 쉬웠다.
그러나 그만큼 관계는 쉽게 밀려났다.
아름다움은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이상적인 이미지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을 키웠다.
그 간극은 노력으로 채워야 할 공간이 되었고, 미는 점점 성취의 언어가 되었다.
그 결과, 아름다움은 욕망이 되었고
때로는 불안의 언어가 되었다.
충분히 아름답지 않다는 감각,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
이 구조 안에서 사람은 주체라기보다 대상에 가까웠다.
아름다움은 관계가 아니라
성과였기 때문이다.
2 전환의 시작: 감정이 미의 언어가 되다

출처: pinterest
어느 순간부터
미의 언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함만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를 편안하게 하는가. 이 경험은 나를 존중하고 있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만족은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감정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공감받는 경험,
이해받는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감각.
아름다움 역시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느껴지는 태도가 중요해졌다.
얼마나 빨리 변했는지가 아니라,
그 변화가 나에게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때부터 미는 더 이상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반드시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3 관계의 미학: 아름다움이 머무는 자리

출처: pinterest
관계는 가장 오래된 미의 조건이다.
아이가 부모의 얼굴에서 처음 배우는 표정, 타인의 눈빛에서 읽어내는 안전함.
우리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가꾼다.
그래서 진짜 아름다움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아름다움은 상대를 긴장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의 근육을 풀어준다.
말의 속도, 시선의 높이, 기다려주는 태도로 상대방에 안정감을 준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감각은 오래 남는다.
아름다움은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다.
비교하지도 않는다.
숨을 고르게 하고 머물 수 있게 한다.
이 지점에서 미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다.
경험이며, 관계이며, 윤리가 된다.
4 K-Beauty와 관계의 감각

출처: pinterest
K-Beauty가 세계적으로 공명한 이유는 단지 기술력이나 성분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는 오래전부터 ‘돌봄’과 ‘배려’의 감각이 자리해 있었다.
천천히 바르는 과정, 여러 단계를 거쳐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
이는 단순한 루틴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의 방식에 가깝다.
서두르지 않고 피부의 반응을 기다리는 태도나 Holistic Beauty가 말하는 전인적 아름다움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이는 피부, 감정, 일상, 관계가 분리되지 않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은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가 함께 빚어낸 결과다.
5 기술 이후의 질문: 더 연결될수록, 더 인간적인가

출처: https://action.deloitte.com/
기술은 관계를 확장시켰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고 더 빠르게 소통한다.
그러나 연결의 양이 늘어날수록
관계의 질은 오히려 질문을 받는다.
이 연결은 따뜻한가.
이 소통은 사람을 남기는가.
기술 이후의 미학은 그래서 다시 묻는다.
이 경험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
아니면 더 효율적인 대상으로 만드는가.
아름다움은 더 이상 혁신의 속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도 속에서 사람을 잃지 않는 태도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6 결국, 사람의 미학

출처: pinterest
지금 우리가 마주한 미의 종착지는 새로운 기준이 아닌 오래된 진실에 가깝다.
아름다움은
잘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잘 대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말하는가.
어떻게 기다리는가.
어떻게 존중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태도가
곧 한 사람의 미학이 된다.
그리고 한 시대의 미감이 된다.
Epilogue
못다 한 이야기
아직 이 이야기에는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남아있다.
관계는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 더 다정해질 수도 있고,
조금 더 무심해질 수도 있다.
아름다움 역시 그 선택들 위에서 조용히 방향을 바꾼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하루를 부드럽게 만드는 태도와 같은
사소하지만 작은 온기가,
바로 우리가 도착한 미의 자리일 것이다.
긴 여정을 함께 걸어와 준 모든 독자들에게,
이 마지막 문장을 남기고 싶다.
“아름다움은 한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계속해서 연습되는 것이다.”
* 참고 문헌
- Martin Heidegger, Building, Dwelling, Thinking (Harper & Row, 1971)
- Hartmut Rosa, Social Acceleration : A New Theory of Modernity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3)
- Alain de Botton, Status Anxiety (Vintage, 2004)
- Martin Buber, I and Thou (Scribner, 1970)
- Sherry Turkle, Reclaiming Conversation (Penguin Press, 2015)
- Mark Vernon, Wellbeing (Routledg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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