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조향사의 집展 - AMORE STORIES
#Creative Story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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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조향사의 집展

정수민 넥스트스페이스팀

북촌 조향사의 집 전시가 어느덧 클로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시의 세부적인 내용은 현장에서도 여러 매체로도 확인하실 수 있기에, 전시에 대한 설명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의 향’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과 즐거움이 있었는지 여러분과 공유해 보려 합니다.

 

 

 

 

우리만의 다른 이야기

‘향’이란 무엇일까요? 저희 팀에서 작년 한 해 동안 Story A라는 전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롱테이크와 해피바스 등 향을 강조한 브랜드의 전시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고객들의 전시 리뷰나 별도로 받아 본 설문에서 ‘향 관련 전시를 만들어 주세요’, ‘조향을 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청들을 확인하고, 저희 팀은 내년 전시 주제에 향은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기획하는 부분이 초반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Story A다운 전시를 할 수 있을까, 관객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을 맡게 해줘야 하는 걸까, 니치 향수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부담감이 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희는 용인 연구소에서 보유한 향 자산 중 ‘한국의 지역에서 자생하는 소재에서 포집한 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좋은 것’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색다른’ 종류의 향, ‘우리만의’ 이야기를 선보이자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한국의 것, 우리의 것, 아모레퍼시픽의 것

보통은 ‘향’ 하면 외국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해외의 유명 퍼퓨머리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렇기에 한국 내의 여러 지역에서 향취 발굴을 한다는 사실, 우리 연구소에서 이런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사실이 저희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대중들 사이에서 한국의 것, 우리의 것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기에 관객들도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또한, 이 향들은 일반적인 향수와 아예 다른 영역이기에 더욱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이 향들을 관객분들이 시향하고 시향지를 비닐에 넣어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하였고, 각 향이 적용된 제품들도 함께 진열하여 그 실용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제로 관객분들은 한국의 지역에서 향을 포집한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은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져 있는 플랜트 아트에도 반영되었습니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포토 스팟의 요소로 플랜트 아트라는 수단을 사용하기는 하였지만, 그 아름다운 오브제 안에도 국내 소재의 향취 발굴이라는 요소를 담으려 했습니다. 플랜트 아트로 표현된 식물들은 모두 향료로 사용되는 소재였고, 한란/동백/인삼꽃/자귀꽃/쑥 등 한국에서 포집한 원료들도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우리가 ‘화장품을 위한 향’을 연구한다는 사실도 이야기했습니다. 향에 대해 공부해 보니, 스킨케어의 향, 바디워시와 같은 씻겨 내려가는 유형의 향, 제형의 베이스에 따라 달라지는 향 등 향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보통은 향이라 하면 향수를 떠올리지만, 우리 회사에는 화장품에 적용되는 향을 몇십 년간 연구해 온 연구소가 있었습니다. 또한 ‘화장품을 위한 향’이라는 주제는 쉽게 접할 수 없기에, 관객들에게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컨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저희는 전직/현직 아모레퍼시픽 조향사분들의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였고, 조향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 드릴 수 있었습니다.

 

 

 

 

헤리티지와 아카이빙의 중요성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희는 회사에 헤리티지와 아카이빙이라는 자산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했습니다. 아무리 우리만의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면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하면서 관객들의 반응과 리뷰에 “아모레가 향에 이렇게 진심인 줄 몰랐다”, “이렇게 오래 연구한 줄 몰랐다”, “과거에도 향수를 만들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렸을 때 집에 있었던 건데 아모레 제품인 줄 몰랐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꺼내어 재구성했을 뿐인데도 관객들에게 회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는 점이 저희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형 조향오르간도 1950-60년대 아모레퍼시픽의 조향사가 오르간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산 아카이브에 사진이 잘 보존되어 있었기에 그 사진 속 조향오르간의 형태를 그대로 복원하여 헤리티지를 표현했습니다.

 

저희가 전시에 사용한 집기들도 오산 아카이브에서 보관 중이거나, 폐점한 매장들, 진천 공장에서 폐기하는 것들을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비용의 문제도 있었으나, 그 집기와 장비들의 본래 용도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관객분들도 헤리티지가 담긴 디테일들을 알아봐 주셨고, 그러한 집기들은 기존에 있던 공간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자연스러움에 일조하였습니다. 곳곳에서 발신한 영상들 중 절반 이상은 아모레퍼시픽 유튜브 채널의 기존 영상들을 다시 활용하였습니다. 오산 원료식물원에 있던 드라이플라워, 일러스트도 공간을 연출하는 오브제로 활용되었습니다.

 

 

 

 

 

향 전시로서의 공간

향이 오감 중 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죠? 그래서 관객분들도 이 전시를 향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전시를 기념하는 다섯 가지 향을 향Lab에서 개발해 주셨고, 그 향들 중 선호하는 향을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북촌/정원/조향오르간/과거의 향을 재해석한 향 두 가지로 총 5개의 향을 개발하였고, 저희의 예상보다 고객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향을 블렌딩하여 소장하게 하기도 하고, 저희가 만든 향 엽서로 가져가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를 기억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2층의 아카이브도 단순히 아모레퍼시픽의 옛날 향수를 진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향 전시’답기를 원했습니다. 단종된 예전 제품의 향을 향Lab에서 복원하여 직접 시향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관객들은 과거에 유행했던 향을 시향해 보며 세대에 따라 새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기계, 장비들로 진열 환경을 구성하여, 마치 향수를 생산하는 하나의 설비 같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스토어의 경우, 우선 향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을 선별하였고, 브랜드와 유형의 구분 없이 우디, 머스키, 플로럴, 그리너리 등 향조만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분하여 진열해 보았습니다.

 

 

 

 

협업의 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저희가 전시 준비 내내 가장 많이 느꼈고 감사했던 것은 ‘협업의 힘’입니다.
우선 이 전시의 주인공이신 향Lab 연구원분들이 전시 향 개발, 과거 향 복원, 영상 출연, 인터뷰, 클래스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등 많은 부분에서 기꺼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미술관에서는 아카이빙 자산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주시고 공유 및 대여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거의 20곳이 넘는 팀과 브랜드에서 협조해 주셨는데요. 정말 멋진 양옥에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고, 클래스를 개발하고 직접 수업을 해주시기도 했고, 브랜드에서 제품 협찬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향에 관한 전시이기에 우리 회사의 유일한 수입 향수 브랜드인 구딸이 함께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팝업에 참여해 주셔서 전시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저희에게는 전사적 협업의 시너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역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느꼈고, 관객분들도 이 시너지의 힘을 알아봐 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 중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고, 다른 지역에서도 본 전시가 펼쳐질 예정인데요. 아모레퍼시픽의 향 이미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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