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 위기의 국민연금, 우린 못 받나요?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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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 위기의 국민연금, 우린 못 받나요?

직장인 연금 설명서 #1

 

John (가명)

안녕하세요. 연금을 주제로 임직원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은퇴를 하지만 연금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 얘기처럼 들립니다. ‘직장인 연금 설명서’ 칼럼을 통해 직장인이라면 알아야 할 내용을 핵심만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INTRO


여러분은 ‘국민연금’하면 어떤 키워드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고갈’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언제부터인지 뉴스에서 국민연금에 대해 보도할 때면 항상 고갈이라는 이슈를 함께 언급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는 “고갈되면 우리는 못 받는 거 아니냐”, “국민연금 폐지하고 내가 낸 돈 돌려줘라”라는 댓글이 세트로 달리죠. 그런데 국민연금은 정말 고갈될까요? 오늘은 국민연금 고갈 위기와 연금 개혁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겠습니다.

 

 

1 소득대체율이 뭐야?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 연금입니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기도 전에 9%를 먼저 떼어 가죠(회사에서 절반을 내줘서 실질적으로는 4.5%를 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소득대체율이란 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가 일을 하는 동안의 평균 소득이 400만원이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이 160만원이라면 소득대체율은 40%가 되는 것입니다.

 

 

출처: Picabay.com

 

 

“160만원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여기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소득대체율 40%는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가입한 것을 가정하고 있거든요. 취업 나이는 늦어지는데 은퇴 나이는 점점 빨라지는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에게는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좀 더 현실적인 가정으로 바꿔서 30세부터 49세까지 20년을 근무한다고 하면, 소득대체율은 절반인 20%가 되며 한 달에 80만원을 받게 됩니다. 노후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죠.

 

 

해외는 어떨까?
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1’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공적연금 평균 소득대체율은 42.2%입니다. ‘우리나라는 40%니까 그래도 평균은 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OECD의 소득대체율 계산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르거든요. OECD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31.2%로 평균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Pensions at a Glance 2021’ OECD 보고서를 바탕으로 직접 작성

 

 

2 국민연금 고갈, 진짜일까?

 

가뜩이나 소득대체율도 낮은데 국민연금 기금도 고갈된다고 난리입니다. “이러다 진짜 돈만 내고 연금은 못 받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팩트 체크를 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민연금 고갈은(!?) 됩니다.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5년에 한 번씩 재정추계라는 것을 실시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현재 기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하는 작업입니다. 최근에 실시한 2023년 5차 재정추계는 연기금이 2055년에 고갈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연금 100년 이상 끄떡없다” ‘3-1-1.5’ 개혁안, 내용은? (KBS 뉴스, 23.11.10)
출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그런데 사실 국민연금 고갈은 새롭게 발표된 충격적인 뉴스는 아닙니다. 5년 전에 진행됐던 4차 재정 추계에서 이미 2057년 고갈 예정으로 발표가 되었거든요. 다만 그 시점이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좀 더 앞당겨진 것뿐입니다.

 

 

3 그래서 저희 연금 받을 수 있나요?

 

출처: 국민연금공단 네이버 공식 포스트

 

 

2055년 고갈이 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이고, 국민연금법에도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기금 소진’ 이라고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나중에 연금을 받지 못하나요?
A. 국민연금이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므로 지급 중단 우려는 없습니다. 설령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 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 해에 걷어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연금을 지급합니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반드시 지급됩니다.

출처: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https://www.nps.or.kr)

 

 

하지만 어떻게든 받을 수 있다고는 해도,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다행인 점은, 이 고갈 예상 시점인 2055년이라는 숫자는 현재의 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중간에 연금 개혁이 이뤄지거나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면 고갈 시점은 늦출 수 있습니다.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죠. 그래서 보험료를 올리든, 수령액을 줄이든, 국가 재정을 투입하든 개혁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물론 연금 개혁을 하게 되면 국민이 부담하는 연금 보험료가 현재 9%보다는 증가할 것이며, 소득대체율도 현재의 40%보다 낮아질 것입니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이 되는 거죠. 성실히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는 우리 세대 입장에서 억울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금 개혁은 더 끔찍한 미래(월급의 30~40%를 연금 보험료로 납부하는)를 막기 위한 방책입니다.

 

 

4 연금 개혁 어디까지 왔을까?

 

출처: KDI 국민연금 구조 개혁 방안(24.02.21)

 

 

국민연금은 1988년 1월에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당시의 소득대체율은 70%, 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3%였는데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수치이긴 하네요.

그 후 1998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연금 개혁이 진행되면서 연금 보험료는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연금 보험료 인상은 1998년에 9%로 올린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26년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죠(현재 소득대체율 42% -> 2028년까지 40%/연금 보험료 9%).

지금부터 세 가지 연금 개혁안을 소개해 드릴 건데요. 연금 개혁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얼마나 더 내고(연금 보험료 인상), 2) 덜 받고(소득대체율 조정), 3) 국가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이 관점에서 국회, 기관, 민간에서 제시한 개혁안을 간단히 요약해 봤습니다.

 

 

출처: 기사 발췌 직접 작성

 

 

1) 국회 국민연금개혁 특별위원회
-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2개 안으로 압축
- 평가: 기금 고갈을 조금 늦추는 ‘미봉책’,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

2) KDI 신 연금: 구 연금과 MZ 연금으로 나누자
- 지금의 ‘덜 내고 더 받는’ 구 연금 말고, ‘낸 만큼만 받는’ 신 연금 도입하자
- 기대수익비 1: 납부한 보험료 + 운용 수익만큼만 연금으로 지급 -> 기금 고갈 우려 감소
- 평가: 기대수익비가 낮아져 개인연금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 국가 재정 609조 투입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3) 연금특위 민간 자문위원: 3-1-1.5 개혁안
- 국민연금 보험료 3% 인상, 정부 재정 GDP 대비 1% 지출, 기금 운용수익률 1.5% 상승
- 국가 재정 조기 투입으로 연금 보험료 상승 부담 최소화
- 평가: 보험료 인상률도 낮고, 국가 재정 부담도 최소화하면서 기금 영구적 유지. 기금 운용 수익률 1.5% 상승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OUTRO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이지만,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여전히 가장 좋은 연금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주고, 내가 사망해도 유족에게 연금이 지급되죠. 현존하는 금융 상품 중 국민연금을 대체할 수 있는 연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연금과 개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회적 비용과 고통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부에서도 20년 가까이 건드리지 못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내 연금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참고자료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은 없다 – 유원중, 원종현 외 1명(2024.02.07)
내 은퇴통장 사용설명서 – 이천(2022.12.12)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 KDI 한국개발연구원(2024.02.21)
[연속기획] 국민연금에 ‘국가’는 없다 – KBS 뉴스 유원중 기자(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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