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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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제1화. 일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 아모레퍼시픽 비전지원팀 신기훈 님



#INTRO
흥미가 없으면 시작을 못하고 시작해도 재미가 없으면 지속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이 없으면 새로운 방식으로라도 일해야 하는 12년 차 담당입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저와 같은 고민을 하거나 일에서 재미를 찾고 싶은 분들을 위해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본론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다. 첫 출근을 하고 대략 일 년 정도가 될 때까지 화장실에서 마주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눌 때마다 그 질문은 꾸준히 이어졌다. 나보다 겨우 몇 개월 먼저 들어온 선배들부터 팀장님, 상무님까지 모두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재미있냐?”


왜 사람들은 나에게 끊이없이 “재미있냐?”고 물었을까?



당연히 “넵!”이라고 대답했지만,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답은 아니었다. 그냥 반사적으로 대답했을 뿐이다. 게다가 나의 사회생활 연기력은 그리 좋지 않아서(지금도 여전히 좋지 않지만 그때는 더했으리라.) 물어본 사람들도 그냥 으레 하는 대답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거다. 물어본 이들이 흡족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만 일 년을 다니도록 회사에서 나의 정서를 돌아볼 만큼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든 일을 잘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그때의 하루하루를 되돌아보면, 분명, 재미없었다. 숨이 막히도록 재미없었다. 일요일 밤이면 다음 날 회사 갈 생각에 숨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인수인계는 제대로 받지 못했고 팀에 있던 선배들은 다 떠나 입사 5개월 차에 팀 선임이 되어버렸는데, 게다가 팀장님은 새로 온 분이라 업무를 잘 모르셨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모르는 일들이 터져나왔지만 당장 물어볼 곳이 없었다. 상대방들은 “전임자는 이거 다 처리해 주셨는데요.”라며 빨리(당장) 해결해달라고 따지고 들었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재미없었다.


전화기가 울리는게 두려웠던 적, 적어도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근데 왜 회사 사람들은 그렇게들 나에게 '재미있냐'고 질문했을까. 내가 일을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재미있게 하길 바란 것일까. 본인들은 정말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 재미를 같이 느끼길 원한 것일까. 아니면 본인들도 재미없어서 재미를 찾고 싶어서였을까. 근데 과연



"일이 재미있었던 적이 있었나?"




그 후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소속이 여러 번 바뀌었고, 소속이 바뀐 만큼 업무도 많이 바뀌었고, 근무하는 공간도 바뀌었다. 상호작용하는 동료도 바뀌었고, 일이 진행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물론 회사에서 재미있었던 순간도 있다. 일의 결과물에 스스로 만족하거나,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때도 있다.(그리고 회식의 추억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일하는 일상이 아니거나 일에서 1%의 비중도 안 되는 결과적인 이야기다. 일하는 일상의 99%는 ‘일의 과정’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그토록 질문했던 “재미있냐”도 결국 ‘일의 과정’이 재미있냐는 것이었다.


흔히 일이 즐거울때로 일의 결과가 좋을 때를 이야기한다. (물론 결과가 좋을 때는 정말 좋다.)




“우리는 어떤 것에서 재미를 느낄까?”


개인적으로 ‘재미’라는 키워드를 떠올리자마자 떠오르는 단어는 ‘게임’이었다. 게임은 재미있다. 게임을 하는 과정 내내 재미있다. 게임은 여전히 내 삶에 재미를 주는 중요한 콘텐츠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칠순이 넘은 아버지도 게임을 하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첫째도 게임을 하고, 4살짜리 둘째아이도 게임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7명은 게임을 한다고 한다.


아이(8세)가 하는 게임

아버지(since 1950)가 하는 게임




“게임은 왜 재미있을까?”


이 질문을 검색해봤더니 의외로 많은 연구 결과가 있어서 놀랐다. 어렸을 적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게임=재미’로 인식하고 있어서인지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궁금한 대학원생들이 많았나 보다. 게임은 왜 재미있을까.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있지만, 대체로 게임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 경쟁이다. 어른들이 하는 카드 게임부터 아이들이 하는 퍼즐게임, 내가 하는 오픈월드 게임까지 모두 이 정의에 부합한다. 그런 면에서 게임은 우리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 게임과 일 모두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이다. 경쟁도 마찬가지. 근데 게임은 재미있고, 일은 재미없다. 뭐가 다른 걸까.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고 각종 연구 결과도 그렇고) 새로운 경험과 성취감이다.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하며, 회사에서는 일하고 집에서는 아이를 보는 지루한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주인공(캐릭터)에 빙의해 현실의 내가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나가며 보상을 받아 더 성장하고 이어 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여 또 다른 새로운 경험으로 여정을 이어간다.

직장인도 비슷하다. 개개인에게는 미션이 있다. 그리고 게임만큼 즉각적이진 않지만 보상도 있으며, 미션을 완수해나가다 보면 점점 성장해 더 어려운 미션에 도전할 수 있다.


활 쏘는 법을겨우 익힌 꼬꼬마 주인공이

퀘스트를 완수해가며 진정한 활잡이로 성장한다.




“근데 왜 일은 재미없지?”


게임에도 호불호가 있다. 나는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인데, 남들은 도무지 재미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대체로 (개인적인 견해로) ‘난이도’다.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진행하지 못해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난이도가 낮아 단순 반복적인 플레이가 계속되면 흥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게 옵션을 제공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에서는 마음대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없다. 회사라는 세계관에서 정해놓은 난이도대로 플레이해야 한다. 너무 높은 난이도의 미션을 수행하기도 하고, 너무 낮은 난이도의 단순 반복적인 미션을 수행하기도 한다. 게임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퀘스트를 꾸준히 플레이하게 하려고 도박 수준의 즉각적이고 무작위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또한 게임에서는 난이도가 아무리 높다 한들 어떻게든 미션이 해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끔 미션이 해결 불가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게임처럼 쉽게 종료 버튼을 누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성장도 없고, 새로운 도전도 없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보상은 꼬박꼬박 들어온다.



난이도가 문제다.


그렇다. 난이도가 문제다.(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도 ‘잘’ 진행되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지 않을까. 과제의 활로가 막혀 진행되지 않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이 없다. 마치 게임에서 길을 잃어 왔던 길을 빙빙 헤매는 경험과 비슷하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조금씩이라도 해결해나가기 시작하면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성장은 물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일이 재미없다면, (게임 종료 버튼을 누를 것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다. 일이 진행되지 않아 막혀 있다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관행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봐야 한다.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 똑같은 방식으로 더 열심히 헤매는' 재미없는 방법밖에 없다. 진행이 되지 않는 일은 재미가 없다. 변화가 없는 일에도 재미는 없다. 선배들이 끈질기게 물어보던 “재미있냐”라는 질문은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일이 재미없다면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하다.


재미가 없으면 변화를 줘보자. 새로운 관점, 새로운 방식으로




#마무리
그렇지 않아도 재미가 중요한 사람인데 하필이면 코로나로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하며 지긋지긋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칼럼니스트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선뜻 지원해버렸습니다. 칼럼을 쓴다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미션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쓰는 내내 고통스러운 압박을 견디면서 아직 나에게는 난이도가 많이 높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에 대해 이런저런 스터디를 한 경험이 있지만, 남이 한 연구 결과를 그냥 요약정리해서 칼럼이랍시고 공유하기에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아 결국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내용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반론의 여지도 많을 것 같습니다만, ‘재미’라는 정서는 개인차가 있을 터이니 ‘쟤는 저렇구나.’ 하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칼럼부터는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러니까 일을 ‘잘’ 진행해나가기 위한 변화, 일이 더 잘되도록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하나씩 다뤄볼 예정입니다. 첫 번째 칼럼을 통해 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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