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편지] #4 여름휴가에 대하여
글 황인봉 (가명)
Editor's note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회적으로 아빠의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 워킹대디의 육아기를 아들에게 쓴 유쾌한 편지의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인류 육아역사 20만 년이 넘도록 기저귀 가는 것은 여전히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고, 아들이 흘린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반은 자기 입으로 들어간다며 너스레를 떨다가,
아내는 동네 엄마들이랑 공동 육아라도 하지만 아빠는 육아친구 하나 없다며, 청승맞게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들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자세하고 코믹하게 편지 형식으로 하나씩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 네 번째 육아편지를 함께 열어 보시죠.
아들아,
7월이 끝나 갈 무렵
어린이집 방학에 맞추어
우린 여름 휴가를 떠났다.
바닷가에 앉아
모래로 무언가를 만들던 두 살배기 너는
어디선가 얇은 막대기를 찾아 꽂더니
이걸 케이크라 한다.
누구생일이냐고 묻자
“바다”라 답한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바다의
생일축하합니다
네가 막대기를 후우 하고 불고서는
박수를 친다.
또 하자고 한다.
너와 바다 앞에서
생일노래를 부르다 보니
이상하게 눈물이 나려 한다.
왜일까?
네 엄마의 생일이 곧 다가와서인가
작년에 드레스, 팔찌, 목걸이, 점퍼 등
나와 함께 맞이하는
네 엄마의 7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7개의 선물을 해외에서 직구한 아빠는
얼마나 낭만적이란 말인가
다만 그 직구한 선물들이
명품을 어설프게 따라한
중국산 짝퉁이어서 엄마는 화가 났다.
하나도 쓸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너와 부르는 이 바다의
생일축하 노래가 날 불안하게 하는 걸까
하지만 그게 눈물이 날 이유는 아니리라.
널 안고
파도 치는 바다 안으로 들어간다.
파도로부터 너를 지키려
아빠의 등으로 파도를 막아낸다.
아빠는 얼마나 또 든든하단 말인가
파도가 좀더 높아지자
파도를 피하려 뛴다.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나도 물 먹고 너도 물을 먹는다
한 번 타이밍을 잘못 잡자
계속 물을 먹는다.
또 한 번 큰 파도가 오기에 파도를
등지고 뒤를 돌아보다
목에 담이 온다.
내가 네 엄마를 애타게 부른다.
네 엄마는 재밌다고 깔깔 웃는다.
그래서 이 바다를 보니 슬픈 걸까
아빠의 어설픈 든든함이
널 파도로부터 지켜주지 못할까봐
하지만 그게 눈물이 날 이유는 아니리라.
네가 모래사장에서 일어난다.
갈꺼야?
“응”
엉덩이 털어
모래 묻은 엉덩이를 털라고 하니
네가 엉덩이만 흔들어댄다.
난 웃으며 네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다.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네 손을 잡고 맨발로 바닷가를 걷는다.
그러다 왜 그 생일축하 노래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지 깨달았다.
저 바다는 수십 년이 흘러도
너의 생일축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테지만
아빠는 그러지 못할 것이기에
언젠가는 우리의 시간이
여름휴가처럼 끝날 것임을 알기에
바다처럼 난 항상 네 앞에 있지 못할 것이기에
이제 기저귀를 입지 않는 네가
갑자기 응아를 싸겠다고 한다.
재빨리 널 안고 바닷가를 뛴다.
무사히 호텔 방까지 도착해야 한다.
그때까지 아들아 참아야 한다.
너를 안고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하며 뛰는 나도
내 품에 안긴 너도 웃는다.
내가 80까지 산다면
아직 너와의 시간이 40년이나 남았는데
뭘 벌써 슬퍼했단 말인가
바보같이
다만, 여름휴가처럼
우리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항상 기억하며
너와 네 엄마를 대하리라.
너도 너의 가족에게 그러하길 바라며
여름 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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