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낼수록 나타나는 것
김호영이 등장하면 그것이 어떤 장르이든 우리는 믿고 봅니다. 지친 일상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거라는 기대를 한번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요. ‘뮤지컬 배우’라는 코어 근육을 바탕으로 드라마, 예능, 라디오, 홈쇼핑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김호영. 생활에서 무대까지, 자기 객관화를 통해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김호영의 뉴뷰티 스토리를 들어볼게요.
뉴뷰티 아이콘으로 함께 하게 되셨어요.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뉴뷰티’라는 그 단어 자체가 너무 좋아요. 나다운 아름다움, 마치 제가 새로운 시대의 대표 아이콘이 된 거 같아요. 굉장히 기분 좋고, 뿌듯하고 그리고 인생을 잘 살았구나까지 생각이 뻗치는, 하하. 행복한 기분이에요.
요즘 정말 바쁜 삶을 보내시는 것 같은데 근황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뮤지컬 <킹키부츠>는 한창 공연 중이고 <광화문연가>는 오는 10월 23일 시작돼요. 방송으로는 MBC <심야괴담회>에 새롭게 합류했고요. <심야괴담회>는 시청자들이 제보해주시는 괴담을 모아 각 출연진들이 ‘괴담꾼’으로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인데요. 사실 촬영 현장에선 재현장면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런데 방송에 몰입하게 하려면 저도 장면에 맞춰서 이야기를 덧붙여줘야 실감이 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실제 재현장면을 보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게,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방송 잘 보고 있다면서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시는 거에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방송을 통해 예능에서의 모습만이 아니라 배우로 확실하게 인식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또 리뉴얼된 SBS <와 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 MC를 맡게 됐어요. 아주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장르에 경계 없이 도전하는 것 같은데, 결국 어느 곳에서건 배우로서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거네요.
뮤지컬 배우로 23년 차인데, 이렇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건 제가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저에게 탄탄한 기본기를 안겨줬거든요. 노래, 춤, 연기 이 모든 걸 잘 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분장을 하고 지우는 과정은 홈쇼핑 뷰티에 도움이 되고, 무대에서 다양한 옷을 입었던 경험으로 패션 관련 방송도 할 수 있고, 또 공연이 라이브니까 라디오 진행도 잘 적응할 수 있고요. 드라마, 영화처럼 연기가 필요한 부분들은 물론이고 노래가 필요한 음악방송까지, 뮤지컬이 코어 근육이 되어주죠. 그래서 어떤 일이든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단단한 코어근육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의 여유가 느껴져요. 긍정의 에너지도 거기에서 나오는 건가요?
긍정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자기객관화에요. 저를 객관화시켜서 바라보려고 많이 노력해요. 예를 들어 올 여름 정말 더웠잖아요. 그렇게 덥던 여름에 야외행사를 참여하게 됐는데, 의상이 한복이었어요. 장인이 손수 지어주신 한복은 너무 곱고 예쁜데 너무 더운 거예요. 또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찍어드리긴 했는데 더운데다 정신도 없으니까 와중에 순간 조금 지치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말없이 저를 슬쩍 찍기도 하시는데 그것도 신경 쓰이고요. 근데 그러고는 집에 와서 반성을 했어요. 누구 하나 나를 알아보지 않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구나. 거기까지 갔는데 아무도 사진 찍자고 안 하면 그게 더 민망한 일 아닌가! 이렇게 저를 돌아보면서 이왕 하는 건 뭐든 기분 좋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김호영의 긍정에너지로 나오지 않나 싶고요. 이것이 슈퍼스타로 가는 여정이지 않을까, 하하하.
자기객관화를 통해 나오는 긍정에너지라니, 정말 멋진 마인드네요. ‘슈퍼스타로 가는 여정’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럼 김호영이 생각하는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연기자 본연의 모습으로 본업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킹키부츠>는 제가 찰리 역으로 네 번째 참여한 작품이에요. 여러 번 본 관객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이번 찰리는 좀 달라졌어요. 공연 하루 전날 큰 깨달음이 있었거든요. 사실 연습 때는 여유롭게 생각했어요. 같은 역할을 네 번째 하다 보니 익숙해 자신이 넘쳤죠. 근데 뭔가 석연치 않은 거예요. 생각해보니 캐릭터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됐더라고요. 2016년의 김호영과 2024년의 김호영은 다르잖아요. 경력도, 나이도, 인지도도 달라졌죠. 2024년, 현재의 김호영은 지난 시즌 김호영보다 더 성장했어요. 그런데 이전과 똑같이 연기하니까 지금의 저에게 찰리라는 캐릭터를 투영시키는 것이 어색해진 거죠. 극 중 찰리는 구두 공장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요. 전 이 모습을 살리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연기했어요. 전보다 에너지 높아진 김호영이, 에너지를 쏟아 고군분투를 표현하니 찰리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게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었던 거죠. 저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또렷함, 발음의 정확성, 이런 것들이 찰리를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걸 공연 전날 알게 된 거에요.
공연 하루 전날 엄청난 깨달음을 얻다니! 어떻게 보면 다행인건가요?
너무 떨리고 익숙함을 버리는 게 어려웠지만 다행히 잘 해냈어요. 김호영의 찰리는 뭘 더 하려고 하면 안됐던 거에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했죠. 노력했어요. 일단 발음할 때 받침에 힘을 좀 뺐어요. 노래 부를 때도 약간 흘려서 부르고, 고군분투의 야무짐보다 어리숙함을 더 표현하기 위해 힘을 쭉 뺐어요. 긴장과 떨림이 오히려 찰리와 잘 어울렸어요. 이번 공연을 하면서 덜어내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덜어내는 아름다움. 그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말씀해주신다면요?
요즘 많은 것의 경계가 허물어졌잖아요. 단순히 울타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서 범람하고 거품이 낀 걸 많이 목격하거든요.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 하지만 휩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중심을 잡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무엇을 원했고 원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핵심을 찾아야 하더라고요. 그걸 보려면 덧칠한 이미지의 내가 아니라 순수한 나를 마주해야 하더라고요. 메이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피부의 톤과 결이듯, 모든 것은 베이직! 기초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다 지워냈을 때에도 빛나는 그 아름다움, 그런 아름다움이 제가 생각하는 나다운 아름다움, 뉴뷰티에요.
그렇다면 김호영이 생각하는 뉴뷰티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군요.
김호영이라는 사람을 보면 화려하고 색조가 많이 묻어 있는 것 같지만, 그걸 다 지운 나 자체로 탄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습을 대중들도 알아봐주셨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뉴뷰티 아이콘으로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었고요. 예전에는 나를 표현하려면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닦아내고 지워내도 나 자체로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민낯의 나를 마주했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김호영의 뉴뷰티는 그러니까 지우면 지워낼수록,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더 나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는 것!
그럼 김호영이 생각하는 뉴뷰티의 아이콘은 누구인가요?
바로 떠올랐어요.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님! 여든이 넘으셨는데도 배우로, 또 한 사람으로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세요.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나는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고요. 한때의 박정자가 아닌 오늘의 박정자로 이 시대를 살아가시는 거죠. 최근 선생님이 출연하신 뮤지컬 <영웅>과 연극 <햄릿>을 관람했어요. 아주 잠깐 나온다고 하셨는데, 결코 잠깐이 아니었어요.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했죠. 재미있는 건 공연 끝나면 선생님은 분장을 싹 지우고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으로 나오세요. 진정한 아름다움, 나다운 아름다움이 뭔지 아시는 거죠. 그런 선생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뉴뷰티란 저런 것이구나 느꼈어요.
앞으로 김호영이 뉴뷰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민낯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멈추지 않고 무엇이든 해내고 싶어요. 기회가 닿으면 외국 진출도 하고 싶고요. 그때가 되면 저를 새롭게 알려야 하니까 다시 덧칠을 좀 하겠지요. 하하. 단! 민낯의 아름다움은 간직한 채로요.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주저하지 마세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세요. 나이는 의미가 없어요. 어떤 것이든 도전하세요. 그러다 보면 내가 누군지 알게 될 거예요. 블러셔가 유행이면 한번 해보는 거에요. 물론 과즙상을 기대하며 블러셔를 발랐는데 술주정뱅이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해봤으니까 내가 과즙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잖아요. 저 또한 계속해서 도전하고, 나를 장식하는 것들을 덜어내면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고 있잖아요. 여러분도 주저 말고 도전하면서 그 안에서 진짜 내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찾아가시길 바랄게요.
‘뉴뷰티 아이콘’에서는 세상에 영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 각자의 삶에서 발견한 ‘나다운 아름다움’에 대해 들어봅니다.
콘텐츠 제작 가야미디어
기획 총괄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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