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적응’ 시대의 시작, 똑똑한 기업들의 민첩한 생존 전략 - 아모레퍼시픽 스토리(AMOREPACIFIC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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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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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적응’ 시대의 시작, 똑똑한 기업들의 민첩한 생존 전략

 

손명관 지속가능경영센터

#INTRO


무더웠던 올해 여름, 잘 이겨 내셨나요? 끝날 줄 몰랐던 더위에 “잘 지내셨냐”는 말보다, “이겨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여름은, 앞으로 남은 생의 여름에 비하면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ESG 보고서와 기후 적응 플랜

 

뜨거웠던 여름은 기업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시기이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간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많은 기업이 기후변화를 최우선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몇몇 기업은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가정하며 ‘기후 적응 플랜’까지 수립하고 있죠. 이번 칼럼은 몇 가지 중요한 기후 이슈와 여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벤츠, 유니레버

기업들의 기후전환계획 보고서

 

출처: 2024년 SK텔레콤 지속가능성 보고서

00기업에서 분석한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 요인’

 

 

1 점점 불안정해지는 원자재 가격

 

먼저 화장품 산업에서 중요한 원료인 팜유(Palm Oil)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팜유는 ‘팜유야자’ 열매에서 채취한 기름이며,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재배되죠. 연중 내내 열매 수확이 가능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했지만,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동남아에 고온·건조·홍수가 반복되면서 생산량이 들쭉날쭉해지고 원자재 가격도 불안정해졌습니다. 게다가 재배 지역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유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이 중 80% 이상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단 두 나라에서 생산됩니다. 이상 고온으로 이 지역의 재배 여건이 악화되거나, 산불이나 가뭄 등으로 공급 차질을 겪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팜유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미션실패: 친환경 팜유 인증으로 가릴 수 없는 산림파괴(SFOC), WWF: 팜유 스코어 바이어 카드

팜유 생산량은 지난 50년간 40배 증가했고, 80%가 단 두 개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위한 중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선진 기업들은 위성 모니터링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무분별한 팜유 농장 확장 및 채취를 모니터링하고 있고, 팜유 농가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농법 교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엔 제품에 사용하는 팜유의 90% 이상에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1) 인증(MB 등급) 팜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팜유 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기업과 환경단체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

 

 

출처: Nestle, 미션실패: 친환경 팜유 인증으로 가릴 수 없는 산림파괴(SFOC)

 

 

2 없어도 문제, 넘쳐도 문제인 ‘물’

 

올해 여름, 더위와 함께 드러났던 기후 이슈는 바로 강릉 가뭄이었습니다. 예년보다 훨씬 적은 강수량으로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까지 제한되면서 전국에서 소방차와 급수 헬기가 동원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아모레퍼시픽의 생산 사업장이 강릉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최소 두 달 동안은 공장을 멈추고 기우제를 지내야 했을 것입니다.

 

출처: 농촌용수종합시스템 RAWRIS

저수율이 16%까지 떨어졌던 오봉저수지(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서 9/16 캡쳐)

 

출처: 머니투데이

메말라 버린 오봉저수지와 전국에서 모인 급수차들

 

출처: 머니투데이

2023년 포스코 침수피해 모습. 이로 인한 영향인지, 당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 감소하였습니다.

 

 

올해 초 저는 수자원공사가 주최한 미팅에 참석해 국내 여러 기업의 물 관리 전략과 현안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인 사례가 하나 있었습니다.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한 제조업체의 이야기였는데요. 업종 특성상 물을 아모레퍼시픽보다 연간 약 100배 정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이 기업은 공장 설립 단계부터 인근 용수 사용량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최근 몇 년간 해당 지역의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공업용수가 부족해졌고, 결국 공장 운영이 위기 단계에 직면했습니다. 실제로 올해는 물이 부족해서 공장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무한한 자원이라 생각했던 ‘물’이 공장을 멈추게 만든 중대 리스크가 된 것이죠.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지자체와 협력해 수자원 증설 방안을 논의하고, 공정 내 물 재사용 설비 투자에도 나섰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추상적인 이슈가 아니라 기업 운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최근 기업들은 업장 기후 리스크 분석을 원점에서 다시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변화된 수준의 가뭄과 폭우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시뮬레이션과 리스크 분석이 절실해진 것입니다.

기업의 수자원 관리 전략은 다양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뷰티파크 사업장의 경우, 우수와 폐수를 재활용해 약 2만 5천 평 부지 내 조경용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센서·수위계·인버터·자동밸브를 연동한 AI 기반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처리 과정의 편차를 최소화해 연간 약 2만 3천 톤의 재이용수를 확보하고 있죠.
이 외에도 일부 선진 기업은 사용량(취수량)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돌려보내 지속가능한 물관리에 기여하는 ‘워터 포지티브’를 목표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용수 활용성 제고, 하수·폐수 처리수 재이용, 유역 수질 개선 및 수자원 추가 확보 등으로 물자원 절감과 복원에 힘쓰고 있습니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 오산 뷰티파크 전경. 우수와 폐수를 재활용하여 조경용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예보 없이 찾아오는 기후 재해

 

위의 예시 말고도 기후 리스크는 정말 다양합니다. 올해도 곳곳에서 기후 관련 데이터가 최고치와 최저치를 새로 쓰며 ‘기록 경신의 해’가 되고 있죠.
태풍과 폭우: 2023년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기록적인 폭우로 제철소가 침수되며 약 1.3조 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협력사와 고객사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했죠.
폭염: 2025년 여름, 프랑스와 스위스의 일부 원자력 발전소들이 인접한 강 또는 수로의 수온이 너무 높아져 냉각이 어려워지자 가동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한파: 2025년 1월, 미국 중부·동부 지역에서 광범위한 한파 및 눈 폭풍(blizzard)이 발생하여 36만5천 가구 이상이 정전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상수도 설비가 운전 중단되어 물 공급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더 강력해지고 다각화된 기상재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수해·태풍·지진을 고려한 다중 방재 설계를 반영하고, 바닷가 인근 공장에 해일 차단 시설을 강화하는 등 선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폭염에 대비해 공장 내 냉각·환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전력 피크 시간대 생산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태양광·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 수급 리스크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4 화력발전의 규제와 재생에너지 전환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력발전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강요하는 추세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탄소감축 목표(NDC)를 설정해 감축 전략을 시행하고 있고,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등의 탄소발자국 감축을 위해 수천 개 협력사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해외 수출과 글로벌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며, 설비 단가 또한 높은 편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 때마다 유가가 급등하며 기업 전력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전력 조달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왔으며, 이미 생산 사업장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했죠. 또한 올해는 기존 목표연도였던 2030년에서 앞당겨, 국내 및 글로벌 전 사업장 RE100을 달성할 예정입니다.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코스비전 사업장 태양광 설비

 

출처: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성보고서

아모레퍼시픽은 24년 기준 재생 에너지 비중이 70%에 달하며, 올해 중에 100%(RE100)를 달성할 예정입니다.

 

 

5 기후적응 제품의 등장

 

지구온난화로 화장품을 접하는 고객들의 관심과 니즈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폭염과 습도 증가로 자외선 차단제, 데오드란트, 여드름 케어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요. 발 빠른 화장품 업계에서는 ‘쿨링·수분’ 기능의 기후 적응형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하고, 땀·냄새 관리 기능을 강화한 퍼스널케어 제품을 강화하고 있죠.

 

 

출처: 아모레몰

에스쁘아 비벨벳 세범컷 쿨링 쿠션

 

 

#OUTRO


최근 정부가 기존의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을 아우르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역시 ‘에너지안보·넷제로부’를 설치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탄소저감이나 플라스틱 감축과 같은 ‘기후 완화’(Mitigation)에만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된 기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후 적응’(Adaptation)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는 ‘위기’와 ‘혁신’이 공존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주저 없이 대비하고, 다가오는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업만이 새로운 기후위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손명관 프로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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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관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센터
지속가능경영 담당자
  •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 ESG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과
    숨은 가치를 전하고자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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