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유튜브 만드는 마음 #2
글
한다혜 메이크업프로팀
#좋은 소식이 있어요!
헤라 유튜브 채널이 드디어 10만 구독자를 돌파했습니다. 실버 버튼 배송을 신청하고 보니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매일 아침, 제 첫 루틴은 유튜브의 관리자 페이지를 열어 보는 것인데요. 눈 뜨자 마자,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여러 데이터들 중 구독자 수의 단위가 바뀐 것을 보며 채널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실감이 납니다. 이제는 제작 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하고, 이미 자리 잡은 시리즈들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보려고 합니다.
2024.04.16. 오후 4:32.
10만 달성의 순간, 캡처 성공!
최근에는 ‘최대한 많이 만들기‘를 목표로, 짧은 기간에 더 풍부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약 보름 동안 10-20분 분량의 롱폼 콘텐츠 다섯 편을 제작하여 업로드하는 것에 성공했는데요. 프리 프로덕션부터 발행까지의 제작 기간을 효율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시간 관리와 자원 배분에 신경 쓰며 여러 시리즈의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한계를 파악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채널이 탈락되지 않도록 계속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효과의 정도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극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는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기존 구독자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3월 29일부터 4월 15일까지
5개 영상 업로드 완료!
아직 다듬고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잔뜩 남아 있지만, 중요한 이정표를 하나 달성하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브랜드 유튜브 채널을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시도와 오류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경험적으로 익히게 되었어요. 그렇게 얻은 몇 가지 인사이트를 이번 칼럼에서 공유합니다.
1 목표는 주어지는 것, 의미는 스스로 찾는 것: 지속의 동력
처음 채널을 맡았을 때, 주어진 목표는 ‘실버 버튼 채널’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 마치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운영을 ‘상향 곡선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콘텐츠를 쌓아갈수록, 속도는 달라도 결국 숫자는 늘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초기에는 콘텐츠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며 대시보드를 지켜봤습니다. 반응을 기다리면서 업로드한 영상을 얼마나 많이 돌려 보았는지, 모든 대사와 장면들을 마음속으로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했어요. 항상 메워야 할 구멍이 눈에 보이니 마음이 분주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힘껏 달리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기도 했어요. 몇 번을 앓고 난 후에야, 제가 추구할 것이 오직 ‘10만 구독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숫자를 쫓기만 하면 이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이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요. 오래도록 일의 즐거움을 지키려면, 궁극적으로 ‘일의 의미’를 발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라는 내면의 질문이 저를 가장 지치게 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조회수가 크게 오르지 않을 때마다, 유튜브의 바다에서 누구도 저를 알아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 때마다 조금씩 소진되고 있었어요. 그러나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부터 관점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매 순간 생생하게 실감하는 시리즈 중 하나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메이크업연구 Division과 협업하여 제작하고 있는 ‘색조탐구’입니다. 이 시리즈는 저의 중요한 러닝 메이트이자 메인 MC로 활약하고 있는 김경진 연구원(메이크업3 Lab)이 함께합니다. 경진님과 저는 사내의 ‘브랜디드 콘텐츠 연구’ 학습 조직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연구원이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진 것 자체가 신선했는데,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에 놀랐어요. 경진님은 연구원들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얻은 결과물, 제품의 새로운 특장점을 대중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했어요. 자신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더 직관적인 비주얼과 콘텐츠 연출법을 배우기를 원했습니다.
언제나 충실히 자료를 준비해 오는
김경진 연구원님
이러한 공통의 목표를 바탕으로 우리는 기존에 있던 ‘팩트탐구’ 시리즈에서 ‘색조 연구’ 부분을 독립시켜 깊이 탐구하기로 했어요. 본사와 연구소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고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진수 팀장님께서 커뮤니케이션과 기획을 적극 지원해 주셨고, 콘텐츠 제작을 예상보다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가벼운 주제로 합을 맞추며 ‘색조탐구’를 론칭했습니다. 뷰티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질문을 선별해 ‘틴트/파운데이션에 관한 Q&A’ 2회차 분을 제작했어요. 이후 제작 프로세스를 정립한 결과, 3편부터는 신제품 개발 뒤에 숨은 연구원들의 노력을 조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루즈 클래시: 립, 밀착의 비밀’ 편에서는 김수현 연구원(메이크업1 Lab)의 2년에 걸친 립스틱 제형 연구와 그 이면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헤라의 시그니처 컬러 ‘서울 레드’를 개발한 컬러 연구원 권지영님(메이크업1 Lab)의 이야기에서도 신제품을 위한 헌신이 돋보였어요.
최근에는 ‘NEW 블랙 쿠션 파운데이션’을 주제로 한 4화의 후반 작업을 즐겁게 진행 중입니다. 김상윤 연구원(메이크업2 Lab)이 ‘최초의 메이크업용 매트 쿠션’을 개발하기 위해 리더를 설득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 주셨어요. 아모레퍼시픽에서 최초로 쿠션 퍼프를 개발한 최정선 연구원님(메이크업2 Lab)이 마음의 평온이 필요할 때면 애착 인형처럼 퍼프를 주무른다고 고백하신 건 예상치 못했던 웃음 포인트였고요. 20분 내외의 영상으로 그 깊이와 의미를 모두 전달하기는 어려울 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진심을 다해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개발한 제품임을 알게 되면, 소비자들도 분명 우리 브랜드의 특별함을 알아볼 거라 믿습니다.
색조탐구 ‘블랙쿠션 파운데이션 편’ 촬영 현장
2 상품을 다루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 진정성의 힘
콘텐츠를 만들면서 깨달은 것은 ‘뷰티는 일상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자체의 아우라를 극대화하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도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을 조금 더 ‘사람’ 쪽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금융권에서 일하던 고모와 나눈 대화 중 하나를 기억합니다. 고모는 헤어샵에 갈 때마다 특정 스타일을 언급하기보다는 본인의 회사와 직무를 이야기하고 ‘직업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요청한다고 했어요. 셀럽의 화보 사진을 참고하던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외형이 자신의 생활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죠.
2022년에 론칭한 ‘수석살롱’의 큰 틀은 메이크업 튜토리얼이지만, 게스트의 개인적 스토리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석살롱’에 ’서울리스타 Talk‘이라는 부제를 달고 운영해 보았죠. 수석 동현쌤에게 토크쇼 진행자처럼 큐카드를 쥐어 주고, 게스트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얻은 힌트를 토대로 다양한 질문을 섞어 콘티를 구성했습니다.
올해에는 사람 탐구를 더욱 깊이 있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추천 아이템 큐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헤라추천’ 시리즈에, ‘휴먼 다큐’ 포맷을 접목시켰습니다. 새로워진 이 시리즈에서는 사람들의 직업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메이크업 과정을 관찰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이 반영된 메이크업 스킬이 펼쳐지고, 진행자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강정창님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브랜드에서 정한 ‘루틴’에 따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헤라 제품이 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돼요.
지난 주에는 ‘젊은 해녀’ 진소희님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거제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소희씨는 매년 해저에 쌓이는 쓰레기와 높아지는 수온을 몸소 체감하며, 병들어 가는 바다가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그녀의 출근길에 동행하면서, 브랜드 안에서는 몰랐던 중요한 지점들을 얼마나 많이 발견했는지요. 뜨거운 햇볕 아래,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해녀복이 가리지 못하는 동그랗게 드러나는 얼굴. 그 작은 면적에 바르는 선크림조차 일정 성분 때문에 사용을 망설였다고 합니다. 일부 선크림에는 산호를 녹이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헤라의 선밤 스틱에는 그 성분이 들어 있지 않아 마음 놓고 피부를 보호하고 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소금기가 밴 손으로 얼굴을 만질 때마다 눈이 따갑고 피부가 자극받는 것을 느꼈는데, 손을 대지 않고도 선스크린을 바를 수 있는 스틱 형태가 매우 유용하다고도 몇 번이나 말했어요.
바다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잡아올리던 중 소희씨가 노란 불가사리 하나를 우리 앞에 놓아 두었습니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불가사리가 무척 예쁘고 신기했는데, 의외로 이들이 수산 자원을 고갈시키는 ‘해적생물’이라고 하더라고요. 해양생물 전문가인 소희씨는 불가사리가 가진 뛰어난 재생 성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화장품 성분으로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간절하게 여러 번 남기더군요. 이렇게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리즈를 통해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역할들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직접 잡아 올리는 해산물과 불가사리
아모레몰에서 받은 환경친화적인 파우치를
자랑하는 해녀 소희씨
3 마음을 얻어야 모든 일이 시작된다: 설득의 기술
유튜브 채널을 주도적으로 리뉴얼하기 이전에도, 이미 헤라 채널에는 브랜드 앰버서더인 ‘제니’의 글로벌 팬들과 제품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거나 활발히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처음에는 타겟 오디언스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채널의 구독자들은 누구의 팬이어야 할까요? 브랜드 모델인 제니의 팬? 출연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팬? 아니면 단순히 제품 자체의 팬? 이런 미묘한 관계 속에서 균형을 찾고, 모든 요소를 잘 엮어 지속가능한 제작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브랜드는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너무 신비롭게 보이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헤라가 표현하고자 하는 ‘서울 뷰티’의 세련미와 창의성이 유튜브에서는 ‘서울처럼 익숙하고 가까운’ 느낌을 주기를 바랐습니다.
신제품의 특장점만을 소개하는 전통적인 정보 콘텐츠로는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기존 시리즈의 안전한 접근 방식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핸디캠을 주로 사용하고, 가벼운 편집 및 간단한 후반 작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습니다. 고화질의 캠페인 영상 대신, 유튜브에 적합한 스타일을 적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연출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할 메인 출연자들(헤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동현님, 강정창님, 차민경님)을 섭외했고, 치밀한 대본 대신 느슨한 콘티를 전달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헤라 추천’ 시리즈에서는 신용산의 맛집을 섭외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출연자들이 카메라가 아닌 서로의 눈을 보며 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이런 접근은 출연자들이 촬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게 만들었죠. 대화 중에 제품 인서트를 촬영하거나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들 때도 녹화를 중단하지 않고 이어나가게 했습니다. 필요한 사항은 노트에 기록해 두고 나중에 전달하면 되니까요. 시청자들도 화면 속 출연자가 진정으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지트에 모인 듯 대화에 빠져든 아티스트들
– 헤라 추천 ‘피부 좋아지는 습관들’ 편 촬영 중
이런 결정과 시도들은 기존 콘텐츠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우아하고 정제된 영상들로부터 급격히 벗어난 지점에 있는 것들이었어요. 기존에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걸 느낄 때, 원래 통용되던 것과 다른 것을 주장해야 할 때에 반대가 있더라도 설득하는 게 제 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최종적으로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 설득은 중요한 첫 관문입니다. 팀원들과 다른 부서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그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어떤 좋은 기획이라고 해도 외부의 고객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그러한 ‘뛰어난 설득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가장 능숙해지고 싶은 스킬이에요. 하지만, 이런 고군분투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서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배우게 됩니다. 과감한 결정을 지지해 준 동료들과 이진수 팀장님, 이지연 상무님 덕분에 지금까지 의미를 찾으며 채널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잘 될까?’ 스스로를 의심하고 빨리 그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괴로웠지만, 모든 일에 정답은 없잖아요. 명분 있는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 내는 게 저의 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미완성이기에
저는 아직도 매일, 유튜브 관리자 채널 속 대시보드를 버릇처럼 들여다봅니다. 그 안에 사람들이 오간 흔적들이 남아 있고, 그런 데이터를 통해 더 옳은 결정을 하려고 해요. 다양한 형태의 삶을 들여다보는 ‘헤라 추천’은 시청 지속 시간이 약 1.5배 더 길고, 친근한 ‘굳모닝신용산’에는 댓글이 가장 활발히 달립니다. 어떤 장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집중했는지, 조회수 대비 더 많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은 무엇인지, 어떤 섬네일 디자인의 전환율이 높은지 확인합니다. 아직 헤아려야 할 알고리즘의 비밀이 아주 많아요. 그런 과제들이 남아 있기에 아직도 설레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암묵지들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까지, 그리고 더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날까지 헤라 유튜브 채널을 더욱 성장시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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