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물 마케팅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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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물 마케팅

물의 가치에 대하여 #2

 

하선진 지속가능경영센터

#INTRO


제게 물을 가장 맛있게 먹어본 경험을 떠올려보라면, 무더위 아래 야외운동을 즐기다 마셨던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이 생각납니다. 얼큰하게 취해 잠든 새벽, 갑자기 목이 타는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던 해장수(水)도 꿀맛같이 느껴집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인 티파니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생수 브랜드의 물맛을 구별하며 “수(水)믈리에”라는 별명을 얻고 특별한 미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물은 그냥 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수원지별로 미네랄 함량과 pH(수소이온농도)가 약간씩 달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상황이나 감수성에 따라 확연히 물맛이 구분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한 다양한 향과 맛이 나는 물이 출시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온라인몰과 대형 마트에서 ‘맛’을 가진 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 맛있는 물, 진짜 ‘맛’이 있는 물

 

(좌)브랜드 “hint” / (우)산토리의 플레이버 워터

 

 

과일맛이 나는 물을 경험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탄산수의 경우 브랜드별로 레몬향, 자몽향, 청포도향 등 탄산수의 산성도(pH 3~4)에 어울리는 새콤한 과일향을 곁들여 판매합니다. 향이 가미된 경우, 당이 없더라도 일반 물에 비해 청량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냉장고에 채워두고 마시는 탄산수 애호가들도 많습니다. 만성 탈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건강과 웰니스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되면서 플레이버 워터 시장은 활기를 얻고 있습니다. 플레이버 워터(Flavored Water)란 물에 다양한 향료를 더해 우수한 맛과 향을 제공하는 음용수의 한 분야를 일컫는 용어입니다. 한국에서 탄산수에 다양한 향을 결합한 제품들이 출시되었듯 해외에서는 일반 생수에도 맛을 입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능성 플레이버 워터의 경우, 고유의 건강 증진 성분(프로틴, 비타민, 허브, 식물성 추출물, 유산균)을 함유하여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면역 체계 강화, 신체의 pH 균형 유지, 에너지 증진에 기여함으로써 플레이버 워터는 소비자들의 일상 속 건강관리까지 돕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브랜드 Hint에서 수박 맛, 블루베리 맛, 파인애플 맛, 체리 맛 등 새롭고 다양한 플레이버 워터를 출시하여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입니다. 실제로 마셔보니 탄산수가 아님에도 향에 대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맛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마실 때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브랜드 산토리에서 요구르트 맛과 밀크티 맛 플레이버 워터를 출시하였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결과 해외 관광객의 필수 쇼핑리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큰 유명세를 떨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각 지역 특산물과 콜라보를 진행하여 다양한 플레이버 워터를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맛과 건강을 결합한 플레이버 워터 제품들은 시장에서 독특함을 내세워 혁신적인 물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1994년 생수 판매 허용 뉴스 / 출처 : MBC뉴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깔끔하고 목 넘김이 좋은, 소위 뒷맛이 깨끗한 물맛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도 한국의 편의점에 가면 보통 생수, 탄산수, 그리고 차류가 냉장고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한국에서 생수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수돗물공급최우선 정책을 펼치던 한국 정부는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생수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하였습니다. 이후 1995년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생수의 판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하였습니다. 초기에는 계곡물을 페트병에 담아 파는 난장판이 연출되기도 하였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탄탄한 공급망과 물류 시스템를 기반으로 대기업들이 생수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삼다수는 화산으로 이루어진 제주도의 지하 심층 암반수 특유의 맛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삼다수는 인위적 여과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물맛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실제 연수(Soft water)의 특징인 산뜻함과 청량감을 자랑합니다. 빗물과 눈 녹은 물이 천천히 용암층의 틈을 따라 흡수되고 십수 년간 퇴적층에서 천연 여과를 거치는 특별한 물이지요. 육지에서 구매할 경우 물류 비용으로 인해 타 생수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가 삼다수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로 ‘맛’을 가장 많이 꼽는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삼다수의 청량한 CM송, 깨끗하고 평화로운 제주의 자연 이미지 등 핵심 무기를 바탕으로 맛의 차이를 못 느끼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프리미엄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제주도 지하수 암반 지층 / 출처 : JEJU SamDaSoo

 

 

2 내 물 줄게, 네 물 다오

 

(좌)영화 봉이 김선달 포스터 / (우)실제 대동강 풍경

 

 

가정에서는 물을 마시거나 요리에 활용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보일러 급수, 냉각, 가공 및 세척에 활용하기 때문에 물은 우리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물은 누군가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라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수자원공사 및 지역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상수를 제공받습니다. 여름이 되면 삼삼오오 계곡이나 해수욕장에 방문해 물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놀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물이란 본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민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조선시대 말기의 유명한 사기꾼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부자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 그 시절 평양에는 우물이 없었는데 김선달은 큰 가뭄이 들자 이를 큰돈을 벌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는 강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하면서, 강가 마을 사람들에게 강물 사용료를 내라고 합니다. 김선달은 당시 급박한 가뭄과 물에 대한 절박한 수요를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강물을 팔았고, 물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마을 사람들은 그의 언변과 유려한 말솜씨에 속아 물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당연히 이런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테지만, 태평양 건너 호주와 미국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물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Waterfind의 Water Market 인터페이스

 

 

호주에서 시작된 온라인 물 거래 플랫폼 Waterfind는 물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와 관리를 위한 장터를 제공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자원의 개인간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전통적인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물을 직접 구입하거나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물의 배분이 최적화된다는 것, 그리고 수요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신속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 거래를 넘어 다음 계절에 사용할 물을 선구매 할 수도 있고, 사용하지 않은 물을 내년에 사용하기 위해 이월할 수도 있습니다. 집을 임대하는 Airbnb 모델처럼, 일정 기간 물 사용 권한을 임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유행은 호주의 변덕스러운 기후 조건, 물 부족 문제, 그리고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결합하여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렇기에 건조한 시기가 되면 Waterfind를 통해 물 거래를 하려는 신규가입자들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3 이 물은 ‘소장가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물을 담아 가치를 창출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 그룹 MSCHF는 평소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에 신선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담아 상업실험을 전개하기로 유명합니다. 최근 서울의 대림미술관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는데, 이들의 예술 소재는 캔버스를 넘어 물로도 이어졌습니다. MSCHF는 독특하고도 성스러운 음료가 담긴 세이크리드 셀처(Sacred Seltzer)를 개발했습니다. 이 음료는 카톨릭 교회의 성수 95%와 알코올 5%로 구성된 망고, 라임, 체리 3가지 맛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맛 그 자체보다는 축성된 성수가 들어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습니다. 이 음료가 진짜 성수를 담고 있는 것이 맞는지 MSCHF는 끝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종교적 상징물과 상업적 소비재의 독특한 만남이라는 아이디어와 한정된 수량 때문에 컬렉터들의 관심을 자극해 빠르게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MSCHF Sacred Seltzer / 라프로익(Laphroaig) 위스키와 증류소 옆 킬브라이드천(Kilbride Stream)

 

 

물과 관련된 특별한 브랜드 스토리를 지닌 제품으로 위스키가 빠질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도 “하이볼” 열풍이 불며 위스키는 이제는 중년의 전유물이 아닌 MZ의 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위스키 브랜드들은 증류소마다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의 물을 활용하여 독특한 맛을 내고 있습니다. 그중 라프로익(Laphroaig)은 스코틀랜드 아일레(Isle of Islay) 지역에 증류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지역은 피트 스모크 풍미의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라프로익 위스키에 포함되는 물은 인근의 킬브라이드천(Kilbride Stream)을 통과하는데, 이 시냇물은 토탄이 풍부한 지대의 “피트(Peat)”라는 다양한 유기물 성분을 함유하게 됩니다. 식물 잔재가 분해되고 퇴적되어 형성된 부식 물질인 이 피트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가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한 향을 만듭니다. 비유하자면 짠맛, 소독약 향, 해초향이 동시에 난다고 하는데요.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성이 높아 국제적인 상을 다수 수상하였다고 하니 이렇게 특별한 물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라프로익의 입지 선정은 그야말로 탁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물도 아끼고 OO도 아끼는 윈윈 기술

 

이번에는 생활용품 업계에서 수자원도 절약하고 그 외의 베네핏도 함께 창출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술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브랜드 Sunlight는 “청결의 일상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1890년대 비누바 판매를 시작으로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주방세제 및 세탁세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여성들은 여전히 손으로 빨래를 하며, 이는 하루 중 몇 시간이나 소요되는 고된 작업입니다. 이에 Sunlight는 모든 손 세척 파우더에 SmartFoam이라는 기술을 도입하여 헹굼에 소요되는 물을 상당량 절약함과 동시에 더 빠르고 쉽게 세탁을 끝낼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소통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여성이 세탁에 소비하는 시간을 절약해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이바지했다고 합니다.

 

 

브랜드 Sunlight의 SmartFoam

 

 

세탁기를 이용해 세탁을 하는 경우에도 물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하여 고객과의 소통에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세탁 과정에서 이염을 방지하고자 컬러별로 나눠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세탁기를 여러 번 돌릴수록, 그만큼의 물과 에너지가 많이 소비됩니다. 여기서 착안하여 개발된 Dylon의 Colour Catcher Laundry Sheets의 경우, 시트가 컬러를 흡수하여 이염을 막는 모습을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따듯한 물이 아닌 모든 온도의 물에 사용할 수 있어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매우 비싼 외국의 경우 찬물로 세척이 가능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구매하는 것이 인기인데요. 물을 절약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고, 이염을 방지하고, 극세사 방출로 인한 해양 오염까지 완화해주니 그야말로 1석 4조의 효과를 내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Dylon의 세탁세제 Colour Catcher Laundry Sheets

 

 

 

#OUTRO


물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음료, 생활용품, 주류뿐 아니라 거래소 플랫폼까지 물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군과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발한 마케팅과 스토리도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우리가 과연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 물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해볼 예정입니다. 그럼 다소 진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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