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가치에 대하여 #1
글
하선진 지속가능경영센터
#INTRO
안녕하세요. 올해 “물”에 대한 칼럼을 쓰게 된 지속가능경영센터 하선진입니다. 벌써 3월이나 되었지만 아직은 연초인 만큼, 소중한 물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직장인의 새해 결심 중 하나인 “투자” 이야기로 운을 떼어 보려 합니다.
2016년 개봉한 “빅 쇼트”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고 이에 베팅하여 큰 돈을 번 인물 마이클 J. 버리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금융 시장에서 물러나고, 사무실에 걸려 있는 자신의 드럼 세트 앞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그가 이제 유일한 투자 대상으로 “물”을 선택했다는 자막이 나타납니다. 이는 금융 시장의 혼란스러운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우리 삶에 필수적이지만 유한한 자원인 물의 중요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버리의 통찰을 보여줍니다.
영화 “빅 쇼트”에서 주인공 마이클 버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찬 베일
출처: 텔레그래프
투자 전문가이면서도 촉이 무서우리만큼 좋은 주인공이 물을 선택했다고 하니, 괜히 따라쟁이가 되고 싶은 것이 초보 투자자의 마음인가 봅니다.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물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증권 투자가 노후 대비 수단으로 자리잡은 미국 시장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물에 투자가 가능합니다.
“물에 투자한다”는 것은 물과 관련된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공신력 높은 투자기관인 S&P에서 물 유틸리티 및 자재와 관련된 최대 50개 상장 기업을 추적하도록 S&P 글로벌 물 지수를 설계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산업 기반인 폐수 처리 업체, 수도 펌프 업체, 파이프 및 유량계 제조 업체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같은 기관에서 개발한 시가총액 상위 80%의 500개 기업인 S&P500과 비교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물 관련 산업의 투자 가치는 미국 대형주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S&P Global Water 지수 장기적 추이
출처: S&P Global
1 Invesco Water Resources ETF (PHO)
안정적인 성장률을 보여주는 미국의 물 관련 산업에 한국에 사는 저와 같은 개인도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가정과 기업에 물을 제공하고, 물을 절약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 중 가치주와 성장주를 골고루 묶어 놓은 ETF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물 산업 ETF로는 베트남 쌀국수와 스펠링이 같은 PHO(Invesco Water Resources ETF)가 있습니다. PHO에는 미국에서 수도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 유틸리티 기업인 미국 수도 공사와 수질을 분석하는 측정 기기 업체인 워터스 같은 종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정과 기업은 하루도 수돗물 없이 살 수 없고, 더욱이 미국 같은 커다란 대륙에서 마을 곳곳에 수도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그야말로 수명이 무한할 것입니다. 물 테마에 투자하고 싶지만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어려운 투자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ETF입니다.
PHO(Invesco Water Resources) ETF 차트
출처: 구글 파이낸스
물론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러 우수 기업의 종목을 백화점처럼 묶어 놓은 ETF의 경우, 일부 성장주의 리스크나 가치주의 저성장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과 관련된 개별 종목도 몇 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American Water Works (AWK)
아메리칸 워터 웍스 주가 차트 / 출처: 구글 파이낸스
American Water Works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미국 공공 유틸리티 회사로 188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규모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상하수도 기업이고, 현재 미국에서만 14개 주와 18개 군사시설에서 1,400만 명 이상에게 수도를 공급함은 물론, 폐수 처리 시스템을 관리하는 자회사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1947년에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 기업의 주식은 180개의 ETF가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으로부터 2023 WaterSense Excellence Award를 수상한 바 있으며, 2023년 지속가능한 100대 미국 기업 리스트에서 18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공공 유틸리티 시설은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 기업이 우후죽순 나타나기가 어렵고, 누수처럼 노후화된 상하수도관과 수처리장비의 교체는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북미 대륙의 커다란 땅에 매설된 대규모 수도관 교체 사업이 연이어 계획되어 있는 이 기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Waters Corporation (WAT)
워터스 코퍼레이션 주가 차트 / 출처: 구글 파이낸스
Waters Corporation은 분석 실험실 기기 및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물이 포함된 다양한 식음료와 주류, 화장품, 강과 바다 같은 환경 시료 샘플 측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합니다. 특히 높은 분석 기술력으로 미량 성분까지 정확하고 정밀하게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과도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합니다. 오염물질은 어디에나 있고, QC부서는 제조업이라면 모두 갖추고 있기에 기반 고객이 많을 것입니다. 미량 오염물질까지 탐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신규 기기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기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이 고객과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K-Water의 녹색채권
이번에는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자원공사(K-Water)는 녹색채권을 발행하여 노후관 계량, 광역 상수도, 공업 용수도 확충을 위한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녹색채권이란 친환경 관련 사업의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만 발행할 수 있는 특수한 채권입니다. 최근 ESG 트렌드에 힘입어 금융 시장에서도 녹색채권의 수요가 높아졌고, 이에 K-Water는 스위스 시장에서 두 차례나 녹색채권(Green Bond)을 발행했습니다. 채권 발행 당시 5배 이상의 주문이 몰려들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수력 발전을 주축으로 한 국내 재생에너지 1위 기업이자 물 종합 전문기관이면서 물 분야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추진하는 수자원공사의 ESG 경영이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기관들이 앞다퉈 매수하기에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은 다소 낮지만 이미 15년차에 접어든 녹색채권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민간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니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투자가 마법처럼 수익을 내주진 않습니다. 물에 대한 투자 역시 금리, 환율, 그리고 글로벌 이슈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물 투자는 항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좀 더 쉽게 비유하자면, 물 투자는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수익을 챙기는 일’입니다. 너무 빠른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OUTRO
다음 화부터는 우리 회사와 같이 물이 포함된 제품, 즉 화장품과 음료수, 주류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들이 “물”이라는 테마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를 모아 볼 예정입니다. 어떻게 투명한 자원을 황금의 기회로 바꿔 놓았는지, 어떻게 물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마리 물고기를 동시에 잡았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추신: 본 원고는 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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