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보는 트렌드 인사이트 제 5화
글
최한빛 헤라 MC팀
INTRO
언제부터인가 “트리투어”라는 신조어가 생기며 연말이면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 것이 연례 행사가 됐습니다. 어떻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드냐에 따라 연말 쇼핑 수요가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오늘 ‘가볍게 보는 트렌드 인사이트’에서는 실무자 인터뷰를 중심으로 백화점 3사의 2023년 크리스마스 준비 과정을 다뤄보려 합니다.
1 현대백화점, LA BOUTIQUE D' HARRY
#유럽감성 #1천평규모 #동화스토리
더 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는 약 1천 평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을이 조성됐습니다.
‘해리의 꿈의 상점’이라는 테마로 유럽 상점 골목길 분위기를 자아낸 이곳은 실내 크리스마스 연출 공간 중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 16개 점포를 상징하는 16개 부티크로 브랜드 스토리를 이어가는 한편 6천여 개의 조명과 11미터 높이의 대형 트리, 우체국, 호두까기 인형 등 크리스마스 감성이 가득한 디테일에 인증샷을 찍지 않을 수 없죠.
2023 현대백화점, 상점 골목 이야기
할아버지는 올해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기뻤지만, 한편으론 이 아름다운 광경을 혼자 본다는 것이 슬펐다.
가족이 무척 그리웠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차린 해리는 밤마다 몰래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당일, 해리는 할아버지에게 직접 만든 황금 마카롱과 뱅쇼를 선물한다.
할아버지는 그 선물에 감동하며 환상 속에서 그리운 가족과 함께 해리가 만든 다양한 장난감들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는 그 길로 마을로 내려와 모든 이에게 꿈을 선물하 수 있는 상점을 만든다.
현대백화점만의 ‘3S 크리스마스 연출 원칙’
현대백화점은 2021년부터 3년째 3S 원칙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연출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Style 오감을 만족시키는 현대만의 스타일: 대형 트리(Hopeful Tree), 집(Happy House), 숲(Holy Forest)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고객의 행복에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Story 현대만의 동화 스토리: 2021년은 “빨간 열매 이야기”(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위해 빨간 열매를 찾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로, 코로나 종식을 염원), 2022년은 “곡물 창고 이야기”(아기곰 해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벌어지는 화해의 이야기로, 전쟁의 종식을 염원) 등 고유의 스토리를 만들어 왔는데요. 2023년은 “상점 골목 이야기”(할아버지가 그리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아기곰 해리가 도와주는 소망과 꿈의 이야기로, 전쟁 후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동화)로 현대백화점의 미션에 글로벌 이슈를 더해 고객들에게 보다 친밀하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Space 국내 최대 규모의 더 현대 사운즈 포레스트: 2021년은 코로나를 모티프로 격리와 단절을 상징하는 150그루 규모의 숲을, 2022년은 전쟁 이슈를 담아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집들과 광장을 연출했습니다. 2023년은 실향민들의 마음을 담아 따뜻함과 정겨움을 상징하는 붉은색 아르누보 건물을 연출했습니다.
실무자 이야기
현대백화점 디자인 랩은 매해 11월 프로젝트를 개시하고, 12월 초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컨셉을 세 가지 정도 확정해 가져옵니다. 그리고 1월이 되면 각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간화하고, 4월쯤 경영진 보고를 거쳐 3개월 동안 스토리 작업과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11월에 고객에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하게 됩니다.
1천 평이나 되는 공간에 가림막을 세우고 출입을 막으며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예산을 책정하고 경영진을 설득하고 관계 부서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죠. 예측 불가한 안전 이슈와 변화무쌍한 스케줄의 압박까지 견뎌내며 만들어진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2 신세계의 Magical Winter Fantasy
#화려함 #미디어파사드 #판타지
2023, Magical Winter Fantasy
강렬한 레드 커튼 오프닝을 시작으로, 명동 거리가 무대로 바뀌며 화려한 골드빛 신세계 본관 파사드 속으로 고객들을 초대합니다.
신비로운 사슴을 따라 본관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 에메랄드 빛 숲속 정원이 펼쳐지고,
사슴을 탄 나무 병정이 다채롭고 화려한 스노우 플레이크를 지나 따듯하고 설레는 크리스마스 숲에 도착합니다.
희망을 담은 선물 상자들 사이로 홀리데이 기차가 빠져나가며 은하수가 수놓인 환상적인 밤하늘을 날아오르게 되죠.
기차가 싣고 가는 선물상자 속 곰 인형은 아기자기한 오너먼트들과 박진감 넘치는 스윙을 타고,
새하얀 눈이 뒤덮인 밤의 아이스링크를 지나 뮤직홀에 도착합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따라 골드 트리가 뮤직 홀을 가득 채우고,
글리터 빛과 함께 화려한 불꽃으로 영상 미를 극대화하며 ‘Magical Winter Fantasy’의 여정은 막을 내립니다.
대한민국 대표 연말명소, 신세계 본점
신세계는 1970년대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왔고, 이는 2011년부터 중요한 연례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신세계 본점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연말연시 대표 명소입니다. 신세계만의 DNA를 직관적으로 발신하며 그 취향을 드러내고, 고객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신세계만의 원칙, Never-Seen-Before Fantasy
세상에 없는 신비로운 비주얼을 만들어, 미디어파사드를 감상하는 동안만큼은 잠시 현실을 잊고 다른 세상으로 여행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신세계가 꾸준히 발신해온 컨셉입니다. 영상 속 공간이 이동할 때마다 메인컬러(레드, 골드, 그린, 블루)가 드라마틱하게 전환되고 파사드의 프레임 조명들이 영상과 조화를 이루죠. 또한 클래식을 작곡해 연말의 웅장한 홀리데이 무드를 한껏 살리고 있습니다.
실무자 이야기
전세계의 다양한 공간과 트렌드 분석을 거쳐 주요 컨셉을 잡고, 2월에는 세 가지 컨셉을 확정해 보고를 진행합니다. 선정된 컨셉의 키비주얼을 중심으로 컬러 무드보드를 만들고 그에 부합하는 크리스마스 스토리를 기획합니다. 스토리보드 완성 후 3D 렌더링과 애니메이션 제작에 돌입해 스토리, 비주얼, 컬러, 음악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수많은 조정의 과정을 거칩니다. 9월 말 최종본 컨펌 후 11월까지 파사드 설치 작업을 진행합니다.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매년 새로운 컨셉을 도출하고, 아름답고 신비한 스토리를 구체화하는 일입니다. 영상 제작 후 LED 송출에 문제가 없도록 늦은 밤 여러 번의 영상 테스트 작업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3 롯데백화점, My Dearest Wish
#인문학적감성 #정세랑작가
2023년 롯데백화점
“My dearest Wish”라는 테마 아래, 그리운 이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마음, 그리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스토리로 전개했습니다. 인문학적 감성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는 동화적 스토리를 크리스마스 무드로 풀어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통해 연말 감성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주인공 해아가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비한 레터 하우스를 마주하고, 똔뚜 요정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과정에서도 마음을 잘 전달하는 스토리를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풀어냈습니다.
올해는 진정성을 담은 스토리와 정서적 깊이감이 있는 비주얼 구현을 특히 고민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보여주고자 하는 희망과 상상의 메시지를 잘 표현해줄 문학 작가를 찾다 정세랑 작가님과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간절한 소망을 담은 편지’라는 소재에 공감해주셨습니다. 정세랑 작가가 구성한 스토리 라인을 뼈대로 삼아 동화 같은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작가 줄리아 사르다 포르타벨라에게 삽화를 맡겼고, 영상제작사 콥 스투디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롯데백화점만의 크리스마스 원칙
백화점이 단순히 소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감동과 설렘을 줄 수 있는 공간이란 점에 주목합니다. 감성적 경험을 위한 환경 연출에 초점을 맞추고,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감성의 시각 연출 외에도 다양한 경험 요소를 고려합니다. 그 해의 세계 정세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합니다.
한동안 온라인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채널은 퇴보할 것이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직접 경험하고 공감하고 소통한다는 것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우리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백화점이라는 업태를 떠나 고객에게 감성적 경험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때문에 연례 행사 중 특히 크리스마스를 더 중요한 테마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자 이야기
작년 12월부터 뉴욕, 런던, 베를린 등 3개 도시에 출장을 다녀와 각 나라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둘러보며 새로운 영감을 받았습니다. 보통은 3월이면 디자인 메인 테마와 전략 수립이 완료됩니다.
규모가 큰 만큼 마감재 하나하나에 신경을 씁니다. 설치 과정에서 안전도 고려해야 하고, 다양한 요소를 제작물로 구현하다 보니 감리를 봐야 하는 공장만 해도 10개가 넘습니다. 백화점 VMD 업무가 오프라인 연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출에 대한 기획과 동시에 그래픽, 영상, 이벤트 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싱크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상상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구현하다 보면 각자 생각하던 것이 다를 수 있고, 막상 구현된 이미지가 상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지만 엔딩까지는 언제나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OUTRO
다소 차이는 있지만 3사 모두 다양한 모티프에서 착안하여 컨셉을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고객들을 고려해 글로벌 이슈를 바탕으로 감성 코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변주하면서 고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실무자들의 고민이 와닿습니다.
이번 연말에 백화점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런 실무자들의 고민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하나씩 눈여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럼 모두 Merry Christmas~!
참고 기사 원문
백화점 VMD가 들려주는 2023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① '현대백화점'
백화점 VMD가 들려주는 2023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②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VMD가 들려주는 2023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③ '롯데백화점'
사진 및 영상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글 디자인프레스 하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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